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고금리 장기화

  • 입력 2023-09-21 10:4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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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0시3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상황,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0시3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상황,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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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FOMC가 예상대로 '매파적 동결'을 단행했으나 매파적인 '강도'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4%를 넘어서고 국채2년물은 5.2%에 육박했다.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은 1.5% 넘게 속락했다.

이 여파는 국내 시장으로 전이됐다.

국고10년물 금리는 4%를 넘어섰고 국고3년도 3.9%대 중반을 향해 속등했다.

연준이 9월에 제시한 24년·25년 점도표 금리는 6월보다 50bp 높아졌다.

금리 변동폭 25bp를 기준으로 당장 내년에 4번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을 2번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시장엔 여전히 올해 연준이 금리를 더 못 올린다는 전망도 많지만, 연준은 2번 남은 정책회의에서 한번은 더 올린다는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 점도표 서프라이즈...경기 전망도 다소 놀라워

연준이 금융시장 대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관심은 점도표였던 이벤트였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천명했다.

FOMC는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5.25~5.50%로 유지했다. 시장참여자 대부분의 예상처럼 2001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했지만, 점도표는 상당폭 매파적으로 수정했다.

내년말 금리는 5.1%로 제시해 기존 4.6%보다 50bp 높였다. 2025년 금리 전망치도 3.4%에서 3.9%로 50bp 상향 조정됐다. 이번에 처음 제시된 2026년 금리 전망치는 2.9%였다.

당장 올해는 더 인상할 뜻을 내비쳤다. 19명의 위원 중 12명이 연내 추가인상을 지지했다.

발언은 금융시장에 불리한 쪽이었다.

FOMC는 최근 경제에 대해 '견조하게 확장'되고 있다고 했으며, 인플레에 대해선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올해 GDP 성장률 예상치는 1.0%에서 2.1%로, 2024년 GDP 예상치는 1.1%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근원 CPI 예상치는 3.9%에서 3.7%로 낮췄다. 2024년 예상치는 2.6%로 지난번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적으로 연준의 경기관은 좋아졌다. 올해 근원 인플레 전망치를 낮추긴 했으나 인플레 '높다'는 자세를 유지했다.

금리는 역사적으로 볼 때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나 고금리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략 미국 기준금리는 2001년 1월 이후 최고, 국채2년 금리는 2006년 이후 최고, 국채10년 금리는 2007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 매파적 FOMC 이후 미국과 한국의 가격변수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5.04bp 오른 4.412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2.17bp 상승한 4.4492%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8.57bp 뛴 5.1865%, 국채5년물은 6.63bp 상승한 4.5796%를 나타냈다.

국내 채권금리들은 미국보다 더 뛰었다.

전날 장 후반 다소 과도하게 금리를 내렸던 탓에 반작용도 나타났다.

이날 장이 열린 뒤 국고10년 금리는 4%를 넘어섰으며, 국고3년은 3.9%대 중반선에서 초반을 맞이했다.

FOMC 결과가 나온 뒤 미국에선 다우지수가 76.85포인트(0.22%) 내린 34,440.88, S&P500이 41.75포인트(0.94%) 하락한 4,402.20, 나스닥이 209.06포인트(1.53%) 떨어진 13,469.13을 나타냈다.

국내에선 코스피지수가 1% 남짓 빠졌으며, 코스닥은 조금 더 하락했다.

매파적 FOMC에 달러인덱스는 0.1% 가량 높아져 다소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국내시장에서 달러/원은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리스크 오프 분위기를 추종해 달러/원은 1,340원선을 다시 압박하고 있다.

■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는 한국의 고금리 장기화로 귀결

미국이 예상보다 길게 고금리 장기화를 끌고 갈 경우 한은 역시 마찬가지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 여건 등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지적들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따라서 실제 금리 결정과 관계없이 미국이 추가인상을 열어두면 한국도 열어둬야 할 수 있다.

통화정책 이슈는 이미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더 고금리를 유지하느냐로 넘어온 상태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연준은 내년 2번 정도 내릴 테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경제지표의 확연한 둔화를 보기 전까지 통화정책의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현재의 기준금리가 제약적 수준에 가까워졌지만 섣불리 끝을 외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인상 후 동결이라는 기조를 가져갈 때 한은은 오히려 더 신중하게 정책 대응을 해 왔다. 지금은 한미 펀더멘털 격차가 확대되는 단계여서 과거 사례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은 역시 고금리 장기화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따라서 "한은의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 성장세가 미국보다 약해도 목표치를 넘는 물가 상황, 가계부채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역시 고금리 장기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국과 미국이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진폭에 차이가 있지만, 큰 방향성을 무시하긴 어려웠다.

21세기 들어 지금과 비슷하게 연준이 인상 후 장기간 동결에 나선 사례는 2000년 5월~12월, 2006년 6월~2007년 8월, 2018년 12월~2019년 7월이다.

하 연구원은 "한은은 2000년 기간에서 1회 인상, 2006~2007년에서는 총 4회 인상, 2018~2019년 기간에서는 동결 후 인하라는 연준의 경로를 그대로 따라갔다"고 했다.

■ 채권시장의 롱 편향성과 판단 미스

최근까지 미국과 한국 모두 채권시장에선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정책당국보다 강했다.

그러다가 예상보다 좋은 경제지표 등을 확인하면서 금리 전망을 수정해 갔다.

이후 각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 지점에 온 뒤엔 '더 이상 인상은 없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연준맨들이 연내 1차례 더 올린다는 데 표를 던졌지만, '말처럼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이번 FOMC에선 19명의 연준 위원들 중 12명이 1회 추가 인상을 지지하면서 인플레 안정 의지가 중요하다는 데 무게를 뒀다.

하지만 미국에선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된다는 점이나 높아진 실질금리, 예상보다 커질 인플레 둔화 속도 등을 내세우면서 실제론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많다.

모간스탠리는 "연준이 호키시했지만 제약적인 실질금리 등을 감안할 때 올해 금리는 동결되고 내년 3월이면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UBS는 "연준이 6월 전망 때보다 훨씬 오랜기간 제약적인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추가 인상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계속해서 채권시장의 롱 편향성이 지속적으로 상황을 잘못 판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국과 미국 모두 계속해서 통화당국의 태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다가 결국 당하곤 하는 게 최근까지의 대체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이번 금리 인상기가 거의 끝으로 오긴 했다. 이번 인상 사이클 시작 전 연준이나 한은은 인플레에 대해 큰 오판을 했고, 이후 채권시장은 최근까지 그들의 태도가 쉽게 변할 것이란 오판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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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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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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