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0-05 (토)

(장태민 칼럼) 세수 재추계와 외평기금

  • 입력 2023-09-18 15:0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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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정부 세수 재추계 결과

자료: 정부 세수 재추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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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2023년 세수를 재추계한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예산(400.5조원) 대비 59.1조원 부족한 341.4조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실적 대비로는 54.5조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18일 정부가 발표한 이같은 추계 결과는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추경 없이도 외평기금, 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하고 통상적 불용 등을 고려하면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데 문제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세계잉여금은 4조원 내외, 기금 여유재원(외평기금 등)은 24조원 내외라고 밝혔다. 지난해 예산 불용은 7.9조원이었다.

세수 감소에 연동해 줄어드는 지방교부세금(23조원 내외)은 행안부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재정안정화기금 등 지자체의 자체재원을 활용해 보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자체재원은 지자체·교육청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적립기준 34조원), 세계잉여금(7조원) 등 약 41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 국세수입 추계, 가장 큰 폭 차이 보인 곳은 법인세

국세 추계 결과 예산 편성 때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은 법인세였다.

법인세는 예산대비 25.4조원, 지난해 실적 대비 24.0조원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법인세가 덜 걷히는 이유는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상장사 영업이익은 2021년 119.7조원에서 지난해 81.7조원으로 32%나 급감했다.

소득세는 예산대비 17.7조원, 지난해 실적대비 14.5조원 덜 걷힐 것으로 추산됐다.

자산시장 침체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진 영향 등이 작용한다.

부가세는 예산대비 9.3조원, 작년 실적 대비 7.7조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부가세는 수입 부진과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에 따라 감소한다.

정부는 "작년 4분기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대내외 경제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인한 기업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자산시장이 위축돼 세수가 덜 걷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 지속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해 법인세 세수가 당초 예상을 크게 하회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 등 자산시장 관련 세수도 예상했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다.

■ 세수, 큰 오차에 대한 항변과 개선 계획

정부는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부족한 것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글로벌 고물가・고금리 등에 따른 세계경제 위축 영향 등으로 미국・일본이 다시 큰 폭의 세수 감소에 직면하는 등 주요국들도 당초 전망보다 세수 변동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주요국들의 세수 오차율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며 "예측하지 어려운 경기변동이 세수 추계 오차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주요국들도 우리와 유사하게 법인세와 자산시장 관련 세수의 추계 오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2020~2022년 세수오차율(절대값)은 한국이 11.1%로 크지만 미국(8.9%)과 일본(9.0%)도 상당한 오차를 보이고 있으며, 영국(12.7%)은 우리보다 오차가 더 났다고 밝혔다.

정부의 세수 오차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가운데 정부는 국회와의 업무회의나 심의 등을 통해 세수 오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지금의 시스템도 국회 예산정책처와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예결위의 검토・심의를 거쳐 세입 예산을 확정한다.

국회 예정처는 매년 10월 정도에 자체 국세수입 전망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부 세입예산안에 대한 검증・협의를 진행한다.

통상 정부의 8월 세수 전망과 국회 예정처의 10월 전망앤 큰 차이가 없는 게 특징이다. 23년 국세 전망이 정부 400.5조원, 국회 399.4조원이었다.

따라서 국회와의 협의 강화만으로 세수 오차 문제를 크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본예산 지출을 늘려야 할 경우엔 추경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세수 부족 상황에서처럼 국채 추가 발행과 지출 증액 없이 세계잉여금, 기금 여유재원 등으로 대응하는 경우 세입경정 추경이 불필요하다.

■ 나라살림, 돈 부족할 때 추경 없이 대응하는 법...여전히 논란인 외평기금 전용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채권을 더 발행하지 않고 사태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가장 먼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것, 즉 불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일정 부분 국회의 예산 편성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빚을 내지 않으려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 이 돈은 대략 최대 10조원 가량 생각해 볼 수 있다.

작년에 쓰고 남은 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계잉여금이라고 불리는 이 돈은 그러나 그 규모에 한계가 있다. 사실 돈을 많이 남기면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흔히 공자기금이라고 부르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국채를 더 찍기 싫어하는 정부로서는 이 쪽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수 밖에 없었다.

공자기금은 기금들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들의 '본부'다. 여유 있는 기금에서 재원을 빌리고 재원이 부족한 기금엔 돈을 빌려준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이 '원화 외평기금→공자기금→일반회계 전용' 경로다. 세수 부족액 중 20조원을 외평기금 원화자금으로 막는 아이디어다.

외평기금은 공자기금으로부터 나온 돈이며, 여기엔 10년 만기 국채 수준으로 이자를 문다. 정부는 이 돈을 갚고 앞으로는 만기를 짧게 해서 돈을 빌릴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국채 발행 문제를 피해가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또 외환시장 안정용 자금을 다른 용도로 쓰는 데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기도 한다.

아울러 향후 달러 매입이 시급할 때 다른 자금 용도의 자금을 외평기금으로 당겨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갖게 한다.

결국 원화 외평기금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용도가 아닌데, 이번처럼 기묘한 수를 쓰게 되면 정부의 '절도있는 재정관리'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신뢰성 문제를 도마에 올리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한 뒤 '외평기금 조기상환 추진 사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되며 외평기금의 수지 개선 여력이 확대됐다. 지난해부터 채무부담 완화를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면서 "23~24년중 고금리 채무 중심으로 외평기금 부채를 조기 상환해 이자부담을 경감할 것"이라고 했다.

조기상환 규모·시기는 외환시장 여건, 외평기금의 시장안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외평기금은 1967년 환시장 수급 안정을 목적으로 설치한 기금"이라며 "조기상환을 통한 부채 감축에서도 외환시장 안정 역량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외평기금 조기상환 이후 환율이 '상승 → 하락'으로 전환될 경우 즉시 대응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의 재원을 보유하게 될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 내년 국고채 더 적어 보이게 한 외평채 한도 설정...미래 채권 단기구간 수급 부담

지난 8월말 정부는 내년 국고채를 158.8조원 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본예산 기준 167.8조원에 비해 9조원 축소된 것이다.

순발행은 50.3조원으로 올해(61.5조원)보다 11조원 가량 줄어든다. 적자국채 순증 발행규모는 81.8조원으로 올해(45.8조원)보다 크게 늘어난다.

재량지출 120조원의 20%에 가까운 23조원을 구조조정하는 등 건전재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국고채 발행이 줄어든다는 발표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외평채 18조원 한도를 따로 뺐기 때문에 국고채 발행규모가 적어 보이는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따로 떼낸 외평채는 채권 단기구간에 수급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이번에 외평기금을 활용해 모자란 세수를 메우게 되면서 보유한 단기채권을 파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수급 영향이 갈 여지도 있다.

아무튼 정부는 이제 국고채 한도에서 외국환평형기금 관련 돈을 직접 빼서 21년만에 외평채라는 이름으로 다시 발행한다.

예컨대 공자기금이 10년 이상 장기 국고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외평기금은 공자기금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자금을 빌렸다. 이런 구도가 바뀌는 것이다.

정부는 이 18조원 한도 내에서 시장 상황을 보고 한은과도 협의해 1년, 또는 2년으로 짧게 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간 관련 자금을 장기로 빌려 이자 비용이 커졌기에 이를 개선하는 차원이다.

정부는 원화 외평채 발행이 향후 환율 급락, 즉 원화 강세시 변동성을 막는 전시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당장은 일단 이자비용 절감에 무게가 둬진다.

정부는 이날 세수 재추계 발표 뒤에도 "내년 중 원화 외평채 발행 한도(18조원) 확보를 추진해 필요한 경우에만 낮은 금리로 조달하는 체계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우리가 물고 있는 이자

교역 국가인 한국은 통화가치 안정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막는 차원에서 시장에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겐 외환시장 안정용 채권 발행이 필요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원화 또는 달러화를 매입하거나 매도해 시중의 통화량에 변동을 준다. 환시장 개입은 통안채 발행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최근 기재부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2년말 기준 외환시장 안정용 채권의 전체 발행잔액은 총 378.4조원으로 집계됐다.

외평기금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공자기금이 발행하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가 253.9조원으로 전체 발행잔액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기 위해 외평기금이 발행하는 '외화표시 외평채'의 잔액은 11.8조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두 국채 발행에 영향을 받은 시중의 유동성은 통안채를 발행해 다시 조절한다. 통안채 잔액은 112.7조원이었다.

증권사 사장 출신인 홍 의원은 "원화를 팔면 달러가 생기는 방식의 외환시장 안정용 채무는 적자성이 아닌 금융성 채무로 인식돼 외환정책 기회비용으로도 불려진다"면서 "그러나 발행잔액이 이미 GDP의 18%에 이르는 수준으로 불어나 매년 이자지급액으로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이 기재부,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외화표시 외평채, 통화안정증권의 발행에 따른 총 이자지급액은 7.2조원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발행잔액 규모순과 동일하게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의 이자지급액이 5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통안채 이자가 1.9조원, 외화표시 외평채 이자가 3천억원 순이었다.

홍 의원은 "이자비용만으로 제주도 1년 살림을 꾸릴 수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기회비용도, 그 기회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이자비용도 적정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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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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