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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의 인상 종료 가능성 시사와 주목받는 연준 점도표

  • 입력 2023-09-15 11:1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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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유럽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다음주 연준의 스탠스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CB는 10번 연속으로 정책금리 인상했다. 하지만 14일 25bp 인상 뒤 인상 종료 시그널로 읽힐 수 있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일단 금리를 더 올리기 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해가면서 인플레 둔화 정도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란 관점이 강해진 것이다.

■ ECB, 당분간 금리 동결 가능성 시사

ECB는 정책금리들을 25bp 인상했다. ECB는 예금금리 4.00%, 재융자금리 4.50%, 대출금리 4.75%로 결정했다.

금리 동결과 인상 전망이 혼재돼 있었던 가운데 관심을 끈 것은 성명서가 보여준 변화였다.

ECB는 "기준금리가 충분히 장기간 유지될 경우 물가 목표치로 적시에 복귀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더 올릴 필요성 보다는 이 수준에서 상당기간 유지하면 물가상승률을 상당폭 둔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사람들이 금리 인상을 완전히 끝났다고 인식하길 바라지는 않았다.

라가르드는 "향후 발표되는 지표를 참고해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의 금리가 고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일단 ECB가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인플레를 목표수준까지 낮출 정도로 높은 금리'로 인식하는 데 주목했다.

JP모간은 "ECB는 성장 둔화 등으로 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것"이라며 "성장 악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금리 정점 통과가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ECB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0.9%에서 0.7%로, 내년을 1.5%에서 1.0%로 낮췄다.

인플레 전망은 올해 5.4%에서 5.6%로, 내년은 3.0%에서 3.2%로 높였지만 성장 둔화 흐름이나 근원물가 전망의 소폭 하향 등이 당분간 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은 높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독일 국채10물 금리는 5.87bp 하락한 2.5910%, 국채2년물은 1.49bp 떨어진 3.1474%를 기록했다.

■ ECB, 인상 끝난 건 아니지만 성명서 변화 상당한 눈길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를 넘는 등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인플레 압력이 재차 부각될 경우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ECB 성명서의 변화를 '금리인상 종료 시그널'로 해석했다.

헤드라인 물가 전망은 높아졌지만 근원 물가 전망치가 약간 낮아진 데다 ECB가 성장의 문제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제 금리인상 종료를 가정하고 동결기간에 주목할 때라는 평가들이 제기되는 것이다.

ECB 이벤트를 통해 중앙은행들이 취해온 'higer for longer' 스탠스의 higer보다 longer에 관심을 둘 때라고 지적도 나온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higher for longer’가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이며 이제 higher는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추가 인상 옵션을 열어 놓았지만 사실상 ECB의 논의는 기준금리 레벨보다 유지기간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연구원은 "독일은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고 연말로 갈수록 금리인하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독일 장기금리는 하락할 것"이라며 "ECB 금리인하 시점은 늦어도 내년 2분기 초엔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률 눈높이 하향 속 기조적 물가의 둔화, 그리고 그 기조적 물가에 선행하는 통화량 움직임, 물가가 둔화로 방향을 잡았을 때는 물가 상승률이 중기목표 위에 있더라도 인하가 단행됐던 전통 등을 감안할 때 인하가 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기조적인 물가에 선행하는 M1 증가율이 전년비 -10%까지 하락해 디스인플레이션은 연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며 "더불어 과거 분데스방크나 ECB의 인하 사이클은 평균적으로 2%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서 시작했던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ECB가 보여준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정책 스탠스 변화를 자신하기 어렵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유로존은 물가도 여전히 높은 데다 유가도 90불(WTI)을 넘어섰다.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자신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 ECB의 변화 속 주목받는 연준 점도표

금융시장은 다음주 FOMC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투자자들이 금리 동결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는 가운데 점도표 변화가 주목된다.

FOMC가 점도표를 통해 내년 인하폭을 얼마나 제시할 지 관건이다.

시장은 9월 금리 동결을 확신하고 있으나 11월엔 인상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다만 유로존 사례에서 보듯이 설사 11월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이는 인상 사이클 종료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아무튼 연준 점도표 변화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진단은 많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라가르드 총재가 기자회견에서는 금리가 정점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는 했지만, 향후 초점이 고금리 유지기간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성명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탠스를 확인했다"면서 "미국 통화정책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9월 FOMC 주요 관심사는 인하 사이클 시작 시점과 내년 중 인하 폭"이라며 "새롭게 공개되는 SEP의 점도표가 내년 말 어느 수준의 정책금리 중위수를 가리키냐가 중요하다"고 풀이했다.

연준 점도표, 그리고 점도표의 기반인 물가와 성장률 전망치 변화 등에 따라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 가격 변수가 상당한 변동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주식전략가는 "점도표가 상향조정될 경우 주식시장의 실망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될 수 있다"면서 "반면 점도표가 하향조정될 경우 단기적으로 서프라이즈 모멘텀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현재 점도표상 24년 100bp, 25년 120bp 인하를 유지하거나 확대할 경우 멀지않은 시점에 통화정책 전환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가엔 우호적일 것"이라고 했다.

ECB가 스탠스 변화를 보여준 가운데 다음주 연준의 점도표 변화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 등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자료: ECB의 물가와 성장률 전망, 출처: NH투자증권

자료: ECB의 물가와 성장률 전망, 출처: 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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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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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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