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5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아파트값 상승과 부채 증가 속에 긴장하는 통화정책

  • 입력 2023-09-14 14:3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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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은 14일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불균형 누증에는 부동산 부문이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은 긴 시계에서 일관되게 수립돼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더 밀어올릴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부동산에 대한 경계감이 커져 있는 가운데 한은도 금융불균형 문제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금융불균형 등의 기저엔 부동산이 자리잡고 있는 만큼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이런 문제가 골치 아플 수 밖에 없다.

■ 부동산 움직임 따른 가계부채 증가, 한은은 성장을 제약하는 빚 규모 고심

지난해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죽어버리면서 정부가 부동산이나 대출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가운데 지금은 이 부분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전날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뒤 한은 역시 이날 법정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를 우려했다.

통신보고서는 "올해 7월 현재 주택가격 변동률과 거래량은 장기평균을 하회하고 있으나 아파트 가격은 강남3구 → 서울 → 수도권 순으로 상승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비수도권도 가격 하락세가 둔화됐다"면서 "미분양주택 물량도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완만한 축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은행의 가계대출도 완화적 대출태도, 여신금리 하락,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에 영향받아 올해 4월 이후 증가로 전환됐고 신용대출 상환 흐름도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주택통계당국이 지난해 거래없이 급락한 서울 아파트 상황을 과장한 탓에 올해는 거래가 늘어날수록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송파구 대단지 위주로 급락했던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대단지 위주로 급등했으며, 지금은 집값 상승세가 확장되고 있다.

거래를 살려야 했던 정부의 정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나자 당국은 다시 긴장하면서 DSR 기간 조정 등을 통해 대출을 손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하락하던 집값이 다시 상승으로 전환했으며, 한은은 통화정책과 연관지어 이 문제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 한국 통화당국은 집값이 국민들의 생활수준에 비해 여전히 너무 높다고 본다.

통신보고서는 "주택가격은 2020년 3월부터 빠르게 상승하다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며 지난해 8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면서 "주택가격은 소득과 괴리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초 경제여건 등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집값이 오르면서 가계부채의 덩치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어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번 금리인상기에 가계부채 증가세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이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비교적 완만한 속도로 둔화됐다"면서 "이에 따라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부채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는 임계치를 큰 폭 상회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대출 역시 부동산 관련 부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경기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 중"이라고 했다.

■ 금리 올려도 집값 다시 오르고 가계대출은 느는 상황...한은, MPP 대응과 MP 공조 사이에 고심

한은은 한국의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돼 자원배분의 효율성를 떨어뜨렸다고 본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의 취약성 증대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앙은행 법정보고서는 특히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었다.

그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열심히 올렸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 기대했던 만큼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주택가격이 상승 전환하고 은행 가계대출 증가규모도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과 금융불균형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의 긴축 효과가 제약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통화정책의 금융불균형 대응에 관한 이론적 논의 및 국내외 정책대응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불균형 문제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느냐, 아니면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하느냐는 오랜기간 논쟁거리였다.

통화정책의 금융불균형 대응에 관한 논의는 거시건전성정책(MPP) 중심 대응 견해와 통화정책(MP) 공조 대응 견해로 구분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MPP 중심 대응 견해는 MPP가 과열된 부분에 대해 미시적이고 선별적인 대응이 가능해 보다 효율적이며 MP는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라며 "MP 공조 대응 견해는 신용, 자산가격 등에 대한 MP의 영향이 상당한 데 반해 MPP 중심 대응의 정책효과는 여건에 따라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정리했다.

■ 당연한 결론, 중앙은행이 금리 올리는 데 정부가 돈 풀면 집값 하향 안정은 한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금융불균형 제어를 위한 MP의 역할 확대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금융순환의 조절을 위해 MPP와 함께 MP도 사전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후생도 증대된다는 연구들이 등장했다.

한은 보고서는 다만 " 통화정책 공조 대응시에는 정책의 적시성 및 효과와 관련한 불확실성, 물가목표 이탈시 중앙은행 신뢰도 저하 가능성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주요국 사례를 보면 금융불균형에 대해 대체로 MP 공조 대응이 MPP 중심 대응에 비해 더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MP와 MPP 간 정책기조가 동일한 경우 주택가격 및 가계대출에 대한 효과가 뚜렷한 반면 반대 방향인 경우에는 정책효과가 반감되거나 불확실성이 증대된다"고 했다.

사실 이는 당연한 결론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나서서 대출을 풀어버리면 주택가격이나 가계부채를 제어하는 파워는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도 "MP와 MPP가 공조할 경우 개별 대응에 비해 금융불균형 해소 효과가 추가적으로 강화되는 등 대체로 MP 공조 대응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 한은, 주택시장 전망은 상·하방 요인 혼재 판단...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한은은 주택시장 매매가격 하락세가 금년 들어 빠른 둔화 흐름을 나타내다 7월 중 상승 전환됐으며, 거래량도 증가하는 등 부진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데 반해 비수도권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회복 정도는 지역별로 차별화됐다고 진단했다.

한은 입장에선 특히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게 거슬린다. 물론 정부가 대출을 풀어주면서 한은을 더 심란하게 만든 측면도 있다.

한은은 "지난해 9월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지속해오던 가계대출은 올해 4월부터 주택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로 전환한 이후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취약차주 연체율은 전체 차주에 비해 빠르게 상승해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경기측면에서도 위험요인이다.

한은은 "부정적 소득충격이 발생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최근 집값이 상승로 전환됐지만 한은은 주택시장을 둘러싼 상방·하방 요인이 모두 만만치 않아 불확실성이 높다고 본다.

한은은 "내년도 서울지역 주택 공급 감소, 세제 관련 규제 완화 등이 주택가격 반등 흐름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면 고금리 환경의 지속, 전세가격 하락 등은 주택가격 상승 및 매매거래량 증가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계대출은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거래 확대, 하반기 아파트 입주‧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수요 등이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후에는 주택시장 상황에 영향받는 가운데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속도 조절, 인터넷전문은행 주택담보대출 현황 점검 등이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장기성장세를 저해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리징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 집값 들썩이면 한은 고금리 유지기간은 길어질 가능성 있어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주택가격 전망가들은 하반기에도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봤으나, 그런 예측들은 빗나가고 있다.

전세값에 대한 전망 역시 어긋나는 분위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세사기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부풀린 뒤 수급이 꼬인 측면이 있다. 아파트와 빌라 시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지만, 향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릴 리스크도 간과하기 어렵다.

하반기엔 당국이 원하는, 혹은 예상하는 방향과 달리 집값 고공행진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역전세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고 아직도 그런 의견은 남아 있다"면서 "하지만 윤석열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처럼) 다주택자 악마화라는 잘못된 미신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지금은 전셋값이 매맷값을 다시 쳐올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7월에 거래가 주춤했으나 8월엔 다시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이며(현재 8월 통계 집계중), 가을부터는 집값이 더욱 들썩일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은이나 정부의 예상보다 심각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시장에선 집값 우려가 커지면 한은의 고금리 유지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높아진 금리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면 다시 사람들의 원성과 곡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부동산 재상승 위험 때문에 금리를 낮춰주기도 어렵다. 결국 당장 정책금리가 인하되긴 어렵고 지금 수준 정도의 기준금리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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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은 통신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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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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