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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시 물가상승률 높아졌지만...범피한 움직임보다 기조적 흐름 보라는 한은의 조언

  • 입력 2023-09-05 11:1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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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 근처로 뛰었지만 한은과 정부는 10월부터 물가가 다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이미 8~9월 3%대 물가를 공언한 바 있다. 이후 4분기엔 3% 전후 물가상승률을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의 둔화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 3%대 중반으로 뛴 CPI...한은, 4분기 재둔화 거론

5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3.4%, 전월비 1.0% 상승했다.

전년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5.2%에서 빠르게 둔화되면서 7월엔 2.3%까지 낮아졌지만 8월엔 다시 오름폭을 키운 것이다.

그간 물가 상승률을 낮췄던 기저효과의 도움이 없어지고 최근엔 유가도 다시 오르면서 8월엔 7월 대비 물가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근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7월 수준을 유지했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3%, 전월대비 0.3% 각각 상승했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9%, 전월대비 0.2% 올랐다.

헤드라인 CPI가 전년 기저의 영향이나 일시적 요인에 의해 크게 뛰었지만 기조적 물가 흐름상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물가 둔화 국면에서 물가 불확실성을 강조하던 한은의 스탠스가 이번엔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7월중 2%대로 낮아졌다가 8월중 3.4%로 반등했다. 이는 기저효과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8월 경제전망 당시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며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원물가에 대해선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기조적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 정부도 일시 상승 뒤 재둔화 거론

정부의 관점도 한은과 비슷하다.

9월까지 물가가 불확실성 속에 높은 수준을 나타낼 수 있지만 10월부터는 다시 둔화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기재부는 "9월엔 국제유가, 기상여건 등 높은 물가 불확실성이 지속되겠지만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10월 이후 물가는 다시 안정흐름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초 이후 빠르게 둔화되던 물가 상승률이 9월에 고개를 들긴 했으나 큰 흐름은 둔화되는 쪽이라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과 일시적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8월엔 물가가 3.4%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7월 이후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8월 석유류 가격이 하락했던 부분, 즉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석유류가 물가 상승률을 둔화시키는 힘이 떨어졌다.

예컨대 석유류의 물가 둔화에 대한 기여도는 7월엔 -1.5%p였으나 8월엔 -0.6%p로 축소됐다.

하지만 근원물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10월 이후엔 일시적 요인들도 완화되면서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추석 물가 안정 노력을 견지하면서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20대 성수품 가격을 작년대비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물가안정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CPI 큰폭 둔화 때 '경계감' 원했던 한은...이번엔 물가 뛰자 발언 상대적으로 도비시해져

지난 6월 물가상승률이 2%대로 둔화됐을 때 한은은 물가 경계감이 유지되길 원했다.

당시 김웅 부총재보는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 불확실성을 거론했다.

이후 7월 물가가 2.3%까지 둔화됐을 때는 "물가는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이며,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다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국제유가 추이,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거론했다.

이번엔 물가상승률이 3%대 중반 근처로 전달에 비해 크게 뛰자 10월 이후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 둔화, 농산물 가격의 계절적 안정 등을 거론하면서 4분기 3% 내외의 등락을 거론했다. 근원물가의 기조적 둔화와 함께 불확실 요인으로 유가 정도만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향후 유가가 물가 흐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역시 최근 꽤 올라온 유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정익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두바이유 기준 90달러 전후 수준인데, 이 수준이 앞으로 연말까지 지속되면 전제했던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물가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 한은 "물가, 일시적 변동보다 기조적 흐름에 주목해야"

채권시장에선 전날 물가에 대해 긴장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날 수치는 예상을 상회했다.

하지만 한은은 일시적 물가 변동보다는 기조적 둔화 흐름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8월 물가가 상승폭을 키울 것으로 보긴 했으나 오늘 나온 데이터는 예상보다 높아 시장을 긴장시킬 만했다. 이미 한은이 3%대를 거론해 3%나 3% 초반 정도 생각했으나 오늘 수치는 많이 높았다"면서 "다만 한은이 근원물가 둔화 흐름을 강조하는 등 물가로 시장을 압박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유가, 식량가격,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과 관련한 물가의 상하방 불확실성이 혼재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그간 누적된 비용상승 압력의 파급효과, 공공요금 및 유류세 조정 등 정책 요인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물가 경로 중간중간 수치가 튀어나올 수 있음에도 기조적인 둔화 흐름은 이어진다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한은 물가동향팀 박창현 팀장은 "물가 움직임이 범피(bumpy)할 수 있지만 지난 2년에 비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서 기조적으로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이 과정에서 물가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겠지만 한두달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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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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