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20 (월)

[김형호의 채권산책] 영구채의 콜옵션에 대한 오해

  • 입력 2023-09-04 09:22
  •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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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우리나라에 영구채가 발행된 시점은 2003년이다. 외환은행(5.28일), 조흥은행(6.28일), 한미은행(7.28일)이부족한 자기자본을 보완할 목적으로 각각 3,000억씩 발행했다. 영구채는발행자가 만기를 영원히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어서 자본으로 인정된다.

영구채에는 콜옵션(call option on the bond)이필수적이다. 만기연장조건 때문에 낮아진 채권의 매력을 콜옵션으로 만회하려는 것이다.

은행, 비은행금융기관, 기업이 신종자본증권, 조건부상각증권 형태로 영구채를 발행하고 있고, 콜옵션행사로 인한 투자손실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년 이상 영구채가 발행되고 있고, 콜옵션행사기준으로 15년 이상 경험이 있는데 여전히 콜옵션행사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콜옵션행사에 대한시장과 투자자의 오해 때문이다.

영구채는 “첫 번째 콜옵션일(first call)에 상환”되는 것이 국제적인 관행(global practice, 발행자의시장에 대한 약속)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관행이다.

은행이 발행한 영구채 중에서 첫번째 콜옵션일에 상환되지 않은 채권은 2008.5.28일(5년콜)의 외환은행 신종자본증권이다. 당시 Lone Star와 소송 중이었기 때문에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서 두 번째 콜옵션일인 2009.5.28일에 상환했다.

영구채가 은행의 자본(20~40조원)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과조건부상각증권은 반드시 첫번째 콜옵션일에 상환된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영구채도 첫번째 콜옵션일에 상환된다. 다만, 영구채가 자본에서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첫번째 콜옵션일에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 아니면) 새로운 영구채를 발행해서 기존영구채의 콜옵션을 행사한다. (영구채 차환발행)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KB캐피탈 신종자본증권은 전액 KB금융지주에서보유하고 있다. 모회사가 출자(유상증자) 대신에 영구채를 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콜옵션을 행사할 필요가 없는 경우이다.

기업은 부채비율을 낮출 목적으로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발행한다. 해당기업이 부도나지 않으면 첫번째 콜옵션일에 영구채를 상환한다.

2018.6.22일에 발행한 대한항공79회(신종, 영구채)는첫번째 콜옵션일인 2020.6.22일에 2,100억원 전액상환했다. Covid-19으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었지만 시장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2012.12.27일에 발행한 현대상선1회(신종)는 워크아웃(2016년) 때문에 첫번째 콜옵션일인 2017.12.27일에 상환하지 못하고, 두번째 콜옵션일인 2018.12.27일에 원리금 전액 상환되었다.

이렇듯 영구채가 첫번째 콜옵션일에 상환되고 있는데도, 채권시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영구채의 가격을 YTM으로 평가하는 채권평가회사가 있다.

2003년 이후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앞의 외환, 조흥, 한미은행 신종자본의 민평가격이 11,000원 이상이었다. 30년만기로 보고 가격을 계산한 것이다. 수차례 YTC(yield to first call)로 평가해달라고해당 채권평가회사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회사는 “첫번째콜옵션일에 상환한다는 법적근거를 보여달라”고 했다.

이들 채권을 편입한 펀드는 콜옵션결정(보통 콜옵션일 1개월 전) 때까지 채권가격이 고평가되었고, 콜옵션이 결정된 이후 펀드기준가가크게 하락하여 투자자간 희비가 엇갈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첫번째 콜옵션일로부터3개월전에 해당 채권을 매도하곤 했다.

증권회사 HTS(MTS)의 호가창에도같은 문제가 있다. 채권장내거래는 가격기준으로 호가가 이루어지는데, 가격옆에 채권금리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콜옵션부채권의 경우에는 YTC를표기해야 하는데, YTM을 표기해서 투자자의 오판을 야기한다. 채권금리가하락할 때는 YTC보다 YTM이 높다.

콜옵션부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반드시 YTC(yield to first call date)로 투자여부를 판단해야한다.

광주은행16-11이30갑-12(신종)은 2013.11.12일 발행, 2043.11.12일 만기, 2023.11.12일 첫번째 콜옵션일, 표면금리 연6%의 3개월후급이표채인데, 2021.9.14일 한국거래소 일반채권시장(장내시장)에서 12,000원에 거래되었다.

콜옵션일까지 이자금액은 1,200원이고, 콜옵션일에 10,000원에 상환되니까 총11,200상환 받는 채권을 12,000에 매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채권은 이후 약6개월 동안 12,000원 수준에서 거래되었다. 올 11월12일에 원리금을상환 받으면 투자금액 대비 손실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된다.

만기까지 보유한 채권이 부도나지 않았는데도 투자손실이 발생했다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채권시장은 콜옵션부채권으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한 단계 더 진전해야 한다.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strategy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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