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중국경제 위기론의 '과장된 레토릭'...그리고 단체관광 허용

  • 입력 2023-08-10 14:2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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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발표된 중국의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월별 C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시절인 2021년 2월(-0.2%) 이후 2년 5개월 만이었다.

중국 PPI 상승률은 -4.4%를 기록하면서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CPI와 PPI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었다.

이러자 금융시장에선 드디어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면서 중국 경제 비관론이 한층 힘을 얻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근 다른 지표들도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중국당국은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날 중국은 한국, 일본 등에 대한 단체관광 규제를 풀었다.

■ 중국을 둘러싼 심상치 않은 기운

물가 지표가 발표되기 전날인 8일 중국 해관총서는 7월 수출이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 동월보다 14.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13.2%)을 밑도는 것으로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었다.

수입 증가율은 전년비 -12.4%를 기록해 예상(-5.6%)을 대폭 하회했다.

수출입 모두 큰 폭으로 줄자 중국 경제가 탄력을 되찾기 힘들 것이란 관점이 힘을 얻었다.

여기에 부동산 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벽계원이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화 표시 채권 2종의 이자인 2250만 달러를 미납했다고 보도했다.

완다그룹과 관련해선 부패 때문에 류하이보 부총재를 비롯한 간부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헝다, 완다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업체들에 대한 위기론을 흘리는 모습들도 보였다.

■ 글로벌 금융사들의 전망...'중국경제 비관론'과는 거리 있다

중국경제를 둘러싼 최근의 과도한 비관론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중국 당국이 이미 5% 내외 성장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으며, 중국 경제가 나빠지더라도 이를 크게 밑돌기는 힘들다는 분석은 여전하다.

최근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데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등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기 부진의 상당부분이 '구조조정'이라는 정책당국의 의도와 관련이 있다.

즉 정부 정책에 의해 경기부진이 심화된 것이니 만큼 중국 당국이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여지도 적지 않은 것이다.

최근 중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내려오긴 했지만, 과도한 비관론을 합리화시킬 정도는 아니다.

해외 대형금융사들은 세계 교역 둔화에 따른 중국 수출 감소, 부동산시장 위축, 소비 둔화 등으로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7월 초 5.5%에서 8월 초 5.2%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최근 계속해서 부정적 경기인식에 힘을 실어주는 지표가 발표됐지만 중국 경기를 크게 비관할 단계는 아니다.

현재 IMF의 중국 성장률 전망치는 5.2%, 세계은행 전망치는 5.1%다.

■ 중국은 최고 엘리트들이 움직이는 나라...경기부양책 등 통해 조절 여지 있어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진다.

국제금융센터는 전날 대외경제정책구원, 산업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등의 중국 경제 분석가들을 불러 중국 경제에 관한 간담회를 열었다.

센터는 국내 중국전문가들도 중국 경제 상황이 과도하게 비관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는 "최근 중국 경제가 성장 둔화 압력을 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올해 정부 목표치인 5% 내외의 성장은 달성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소비진작(가전 및 신에너지차 구매 지원) △부동산시장 활성화(주택구매 제한 완화, 개발기업 금융지원) △첨단산업 육성(인공지능 등 신형 인프라 투자) 등의 경기부양책이 5%대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경제는 한국과 달리 좋든 싫든 그 나라 최고급 엘리트들이 이끌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장삼이사들이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하고 하지만 중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거기엔 말 그대로 검증 받은 엘리트들이 정책을 편다. 오랜기간 수도 없이 금융 바닥 등에서 중국 위기론이 있었지만 중국 엘리트들은 늘 시장의 비관적인 전망을 물리쳤다"고 상기했다.

■ 중국경제, 늘 당국이 내놓을 정책도 감안해서 접근해야...비관 일변도 접근 역시 위험

중국 당국의 구조조정 정책 때문에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탄력을 못 받는 측면이 상당하다.

아울러 지금처럼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안 좋을 때는 정책을 통해 대응할 여지도 있다. 통제경제 성격이 강한 중국 경제를 볼 때는 현재 경기 흐름과 엘리트들의 대응을 동시에 봐야 한다.

지난 7월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역주기조절(Counter-cyclical adjustment) 강화를 공식화하면서 경기부양을 예고했다. 이미 정책 변화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의 경기, 물가 상황도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규제완화, 소비 진작책 등 부양책 패키지는 이제 가동을 시작했다. 3분기 중 지준율 인하 카드도 유력하다"면서 "부양책의 범위와 강도는 하반기 물가 회복 탄력을 결정할 주요 변수"라고 짚었다.

중국 PPI가 10개월째 하락했지만 이젠 반등세를 보여주면서 긍정론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PPI 증가율이 전월치(-5.4%) 대비 낙폭을 줄이며 연초 이후 처음으로 반등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PPI의 10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무게를 둘 때가 아니라 생산자 PPI 증가율(-5.5%)과 소비재 PPI 증가율(-0.4%) 공히 전월 대비 낙폭을 축소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PPI는 중국 제조업이익(PPI*산업생산)의 주요 함수"라며 "하반기 기업이익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PPI는 중국 제조업 재고사이클을 1~3개월 선행한다. 재고조정이 막바지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향후 리스타킹 구간에서 시크리컬과 소비재 업종이 주식시장 평균을 아웃퍼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중국, 전날 알려진 것처럼 한국 등 포함된 해외단체 여행 허용국 발표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10일 자국민 단체여행 허용국을 발표했다.

전날 이미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등이 포함됐다.

문화여유부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아웃바운드 단체여행 사업을 운영하는 여행사들이 시범사업을 재개한 이후로 아웃바운드 관광시장 전반에서 원활한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관광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여유부는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의사 결정을 이행하고 경제, 사회 발전에 더욱 이바지하기 위해 여행사들의 해당 국가와 지역으로의 아웃바운드 단체여행 사업 관련 사항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중국 전역 여행사와 온라인 여행기업들의 중국민 대상 아웃바운드 단체 여행, 항공권 그리고 호텔 사업이 재개된다.

단체여행 허용국가들 명단을 보면 아시아에서는 오만, 파키스탄, 바레인, 한국, 카타르, 레바논, 방글라데시, 미얀마, 일본, 터키, 이스라엘, 인도 등이 포함됐다.

■ 중국이 단체여행 푼 이유...아시안 게임 앞두고 인심 쓰기, 궁극적으론 경기부양의 일환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단체관광을 풀어주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나 가장 직접적인 것은 항저우 아세안 게임 개최를 앞두고 대외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성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올해 중국 리오프닝에도 1분기 중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수는 5.3만명으로 2019년 1분기 370만명의 1.4%에 불과했다. 코로나 3년 동안 해외의 대중국 인식이 악화된데다 외국인의 중국 비자 발급 과정이 예전에 비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중국도 점점 고립돼 가는 현 상황을 개선시킬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중국 대사관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외국인의 중국비자 발급 과정에 필요했던 지문 채취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최 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대외관계 개선을 통해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재정여력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내수 활성화가 기대처럼 되지 않으면서 중국은 대외로부터 수요를 개선시킬 방법을 찾을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인적 교류가 가장 쉽고 비용이 적게 들고 민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 중국 단체여행 허용 소식에 비상한 중국 관련주

이날 국내 중국 관련 주식들은 급등했다.

전날 이미 중국의 단체여행 허용 소식에 아침부터 중국 소비 관련주들은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화장품제조, 한국화장품 등 중국 민감도가 높은 주식은 상한가로 뛰어올랐다. 화장품, 면세, 여행 등 중국소비 관련주들은 뛰었고 카지노 관련 주식들도 자극을 받았다.

중국은 지난 2017년 3월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후 6년 5개월 만에 규제가 풀린 것이다.

과거 중국 단체 관광객이 서울 변두리 호텔까지 채우고 전세버스가 도로까지 점거할 때의 열기는 대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얼마나 들어올지도 관심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연간 602만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약1,750만명)의 34.4%를 차지했다.

최설화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때 하반기 중 월 평균 20만명이 유입하며 연간 175만명의 방문자가 기대된다. 연초 중국 여행연구원이 코로나 직전의 30~40%는 회복 가능하다는 발표 등을 참고하면 181만명 정도로 계산된다. 예상보다 수요가 좋아 2019년의 40%가지 회복한다면 241만명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인들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해외 여행지를 선택할 때 경쟁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특이한 문화 풍습과 볼거리로 인해 중국인 방문자수가 2017년부터 한국을 넘어섰다.

최 연구원은 "일본은 올해 상반기 중국인 방문자 수가 59.4만명으로 한국의 54.6만명을 상회했다.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인들이 하반기 일본 여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긴 하다"고 했다.

자료: 메리츠증권의 중국인 해외여행객 규모 예측

자료: 메리츠증권의 중국인 해외여행객 규모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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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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