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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부동산과 가계부채, 빚 늘린 뒤 늘어난 빚 걱정하기

  • 입력 2023-08-09 14:1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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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가계부채가 예상대로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정책당국의 스탠스가 주목된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중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6.0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월 5.8조원 보다 증가폭을 조금 더 확대한 것이다.

작년 7월 은행 가계대출이 0.3조원 감소했지만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한 당국의 조처에 따라 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전세자금 수요는 감소했지만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다. 전세자금대출은 5월 0.6조원 감소한 뒤 6월엔 소폭(+0.1조원) 늘었지만 7월엔 다시 0.2조원 줄었다.

기타대출은 높은 대출금리, DSR규제 등에 따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분기말 부실채권 매각이나 상각과 같은 분기말 효과 소멸, 주식투자 관련 일부 자금수요 등으로 기타대출 감소폭은 축소됐다.

은행 기타대출은 6월에 1.2조원 감소한 뒤 7월엔 0.01조원 줄어 감소폭이 축소됐다.

■ 아파트 거래와 같이 가는 가계대출, 최근 주택거래 흐름을 보면...

지난해 소위 빌라왕 사태 등으로 전세에 대한 경계감이 풀리지 않은 가운데 전세수요가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올해 특례보금리자론, 전세금반환대출 등으로 주택매매는 증가했거나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전통적으로 여름 휴가철인 7·8월은 주택 비수기여서 향후 매매가 주춤하고 대출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거래는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은 보면 올해 2월 3.2만호, 3월 3.5만호, 4월 3.4만호, 5월 3.7만호, 6월 3.6만호를 기록했다.

집값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높은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2월 1.3만호, 3월 1.5만호, 4월 1.5만호, 5월 1.6만호, 6월 1.6만호로 계속 늘었다.

전국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2월 6.9만호, 3월 6.6만호, 4월 5.8만호, 5월 5.3만호, 6월 4.9만호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빌라왕 사태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부풀리면서 전세거래는 계속 위축된 것이다. 덕분에 월세가격은 잘 꺾이지 않는 등 실질적인 주거비만 더 비싸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2~7월 분양물량을 보면 2월 0.9만호, 3월 1.5만호, 4월 1.2만호, 5월 1.4만호, 6월 1.3만호에 이어 7월엔 1.8만호로 좀더 늘었다. 전국 입주물량은 2~7월 3.7만호, 2.2만호, 2.2만호, 2.8만호 4.2만호, 3.0만호를 기록했다.

전체 대출 흐름을 판단할 때는 집값이 비싼 지역의 거래량이 중요하다. 서울은 올해 들어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0월 559건으로 저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1,412건을 기록하면서 1천건 위로 올라왔다.

이후 2월 2,456건, 3월 2,983건, 4월 3,187건, 5월 3,429건, 6월 3,852건으로 증가했다. 7월은 현재 신고기간이어서 집계 중이다.

2006년 이후 작년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건수가 거의 6천건이라고 볼 때 평균엔 여전히 못 미치지만 최근 거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 아파트 가격 흐름도 가계대출 증가에 힘 실어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했거나 상승 전환을 준비하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전국 아파트 가격이 이미 상승 전환한 것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KB 데이터 역시 상승 전환을 앞두고 있다. KB의 표본이 한국부동산보다 훨씬 크고 부동산원 데이터는 대단지 아파트 가격에 좀더 비중은 둔다.

지난해 급락했던 대단지 아파트 값은 올해 상반기 급등했다. 서울 송파 등 작년에 거래도 별로 없이 빠졌던 지역 아파트 단지의 가격은 V자형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대단지의 급등세가 아직 1천세대, 5백세대 등 중소형 단지 아파트로 본격 전이되지 않았고 아직도 중소형 단지에선 급매가 나오면서 KB 데이터는 최근까지 계속해서 하락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주 발표된 KB주간주택매매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값은 0.00%를 기록했다. 이는 1년 남짓인 55주만에 하락을 멈춘 것이다.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KB 데이터도 최근의 약보합, 보합을 거쳐 상승 흐름으로 전환된다.

서울과 더불어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경기지역 아파트값은 KB 데이터에서도 2주전 상승 전환했다.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 흐름은 가계대출 증가 흐름과 맞물린다.

■ 평균거래와 평균가격...집값 관련 데이터들은 작년부터 심하게 왜곡됐었다

지난해엔 1990년대 말 IMF 사태 이후 본 적이 없는 아파트 거래 실종이 나타났다.

2021년 후반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는 대출을 사실상 막다시피한 조치를 취했으며, 이후 뜀박질하는 금리로 인해 빚을 내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작년 하반기엔 서울 아파트 월 거래건수가 1천건을 밑도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 와중에 가족간 거래 등 직거래,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 조금 주고 중개거래로 잡은 물량, 높은 금리 때문에 던진 물량, 임대3법 관련 시점 영끌 투자한 뒤 전세가격 하락과 고금리로 던진 물량 등으로 실거래 가격은 급락한 것처럼 잡혔다.

하지만 실거래가격이 20~30%씩 하락했다는 각종 데이터들엔 과장도 많았다. 싸게 넘기는 사실상 가족간 거래가 높은 비중으로 잡혔다.

결국 올해는 거래가 다시 늘어나면서 서울 실거래 가격이 상반기에 10% 가까이 뛰어버렸다. 상당부분은 지난해 데이터 왜곡에 따른 반작용이다.

작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는 거래 활황 때의 1/10 만큼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거래가 죽어버리면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어려움이 초래된다. 경제적으로도 내수 부진, 지자체 세수 감소 등 각종 부작용이 불가피해진다.

결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완화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최근엔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울러 아파트값은 오르고 있거나(부동산원), 오를 준비(KB)를 하고 있다.

■ 부채 늘려주고 늘어난 부채 걱정하기

하지만 빚이 다시 대폭 늘다보니 당국 쪽에선 '가계부채'를 경계하는 시각이 재차 등장했다.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쓴 뒤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가계대출이 최근 주택거래량 회복 등으로 4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음에 따라 향후 금융업권별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세를 밀착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필요시 하반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애당초 거래를 너무 죽여버린 게 큰 문제였다.

수년 전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따른 아파트값 폭등, 그리고 그 폭등을 잠재울 방법이 없어 시행한 대출 중단 조치, 이후 미국의 큰폭 금리인상에 따른 한국의 금리인상 등이 상황을 꼬았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집값 전망업자 대부분이 '하반기 집값 하락'을 주장했으나 지금은 태도를 많이 바꿨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여전히 PF 문제로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경기가 상당히 망가져야 한다.

또 PF와 관련해선 공급 문제를 봐야 한다. 작년 하반기 PF 사태 이후 미래의 부동산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향후 수급에 따른 집값 상승 압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역시 이런 문제들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7월 금통위에서 일부 금통위원은 "높은 가계부채비율, 부동산 PF 대출 부실 문제 등은 향후 정책운용 선택의 폭을 좁힐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소비와 경기회복 및 시장심리를 억누르는 지속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를 내리면 고개를 든 아파트값 오름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으나 금리를 올리면 PF 등 각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부동산 생태계를 돌리기 위해선 빚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했으나, 이런 정책으로 예상대로(!) 빚이 더 늘어나니 다시 각종 경고를 하는 식의 도돌이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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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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