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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새마을금고와 금융안정보고서

  • 입력 2023-07-11 10:4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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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높아지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연체율을 감안하더라도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이 사회적인 이슈가 된 뒤 한은의 낙관적인(?) 보고서도 재차 주목을 끌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법정보고서인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앙회의 유동성 지원여력을 고려하면 예금 인출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SVB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 은행 제외 예금취급기관 '중앙회'들의 대응 여력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지급 준비 차원, 또는 여유자금운용을 위해 각 '중앙회'에 예수금의 일부를 예치하고 있다.

예금취급기관 '중앙회'는 개별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조합 등의 유동성 부족 상황을 대비한다. 각 지역 금고에서 받은 돈을 이용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곳을 지원할 수 있다.

개별 금융기관은 유동성 부족시 우선 중앙회에 예치한 예치금 또는 상환준비금을 인출해 유동성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이 돈으로 안 될 경우 중앙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새마을금고연합회 등이 대형 선단을 끌고 가는 방식이다.

한은이 6월 보고서에서 분석한 각 중앙회가 보유한 예치금과 상환준비금 총액은 193.9조원(22년 말 기준)이었다. 이 돈들은 채권 등에 투자돼 있다.

고객이 한꺼번에 예금 인출에 몰릴 경우엔 채권을 팔아서 유동성을 마련하야 한다.

새마을금고를 관리하는 행안부에선 '만일의 사태'에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5일 행안부는 "새마을금고는 예금자보호제도 외에도 고객의 예적금에 대한 지급보호를 위해 상환준비금제도를 운용 중"이라며 "현재 상환준비금은 약 13조 3,611억원으로 고객의 예금지급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은 안정적인 예금 지급 보장을 위해 상환준비금 의무 예치비율을 50%에서 80%로 상향하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언제든 찾아서 고객에게 내줄 수 있는 현금성 자산도 풍족하다고 했다.

행안부는 "고객 요구시 언제든지 예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현재 금고 예적금 대비 30%인 약 77.3조원의 현금성 자산 보유하고 있어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예적금이 한은이 연말을 기준으로 분석한 액수보다 많은 260조원 가량 되고 이 중 상당금액이 준비돼 있는 만큼 상황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 비은행예급취급기관 자산규모는

지난해 가을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뒤 금융 감독당국은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의 상황을 주시해왔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의 자산건전성이 빠르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은행을 제외한 예금받는 기관들의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올해 3월 미국에서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가 터지가 '한국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따라서 예금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 중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한 은행을 제외한 예금 취급기관의 상황은 주시대상이었다.

전체 예금취급기관 대비 비은행 부문의 자산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2%로 나타난다.

한은의 분석을 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 규모는 1,137.7조원으로 세부 업권별로는 농·수·산림조합(559.1조원), 새마을금고(294.2조원), 신협(149.3조원) 및 저축은행(135.1조원) 순이었다.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은행에 비해 업무 범위가 좁다. 여신을 취급할 때는 업권별로 영업구역 또는 조합원 자격 등에 따른 제한도 있다.

지역민 등에게서 예금을 받아 이를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 높아진 금리와 부동산 PF 리스크

많은 사람들이 2금융권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봐왔던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 때문이었다.

지난 해 부동산 시장에선 1990년대 말 IMF 사태 이후 처음보는 아파트 시장 거래 실종이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는 금융사들의 수익성이나 재무건전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급등한 시중금리와 수년간 폭등한 집값, 대출 규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에선 외환위기 시절 이후 가장 심각하게 거래가 얼어붙었던 것이다.

특히 최근엔 계속 높아지는 연체율이 금융시장과 당국의 경계감을 키웠다.

강도 높은 말을 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가 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금융위기를 일으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곤 했다.

금융사들 중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비은행 금융사들이 '고금리 파고'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생각들도 하고 있었던 셈이다.

2금융권의 경우 부동산·건설업 관련 대출 비중이 높아 이 규모에 특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는 1분기말 현재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건설업 관련 대출규모를 205.8조원(상호금융조합 173.7조원, 저축은행 32.1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전체 대출잔액 대비 비중은 2019년말 대비 5.9%포인트 증가한 25.4%에 달했다. 은행에 비해서 부동산 대출 비중이 크게 높아져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저축은행이 28.4%, 상호금융조합이 24.9%로서 은행(13.2%) 부문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크게 상회하고 있었다.

■ 수년간 빠르게 높아진 부동산 익스포져와 건전성 저하...최근 연체율 속도 빨라 긴장

사실 수년간 2금융권의 급하게 늘어나는 부동산 영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2금융권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부동산 익스포져가 빠르게 늘어나니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지난해처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 이 분야 영업을 강화했던 금융사들은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올해 역시 부동산 경기가 해빙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거래실종기'와 비교할 때 거래는 꽤 늘어난 편이긴 하다.

아무튼 새마을금고는 비교적 늦게, 그러나 빠르게 부동산 익스포져를 높여 의혹의 눈길을 받았던 섹터였다.

한은 보고서에서도 새마을금고의 빠르게 늘어난 연체율을 우려하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6월 보고서는 "부동산 익스포져가 확대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건전성이 저하됐다"면서 "특히 22년말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21년말 1.9%에서 3.6%로 큰폭 상승했다"고 적시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2021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다른 업권의 연체율도 빠르게 올라왔다. 작년말 현재 저축은행 3.4%, 농·수·산림조합 및 신협이 1.5%로 상승했다.

이후 23년 1분기말 연체율은 저축은행(5.1%)과 농·수·산림조합 및 신협(2.4%) 모두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올해 연체율이 더욱 가파르게 올라온 것이다.

급기야 최근엔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6%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더욱 커졌다.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가 일어난 뒤 다른 비은행저축기관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는 연체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 우려가 높아진 부동산PF에 대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잔액은 2022년말 기준 농·수·산림조합 및 신협이 4.8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소폭 감소한 반면 저축은행은 10.6조원으로 증가세가 지속됐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관리형토지신탁 방식으로 취급한 부동산PF 관련 대출이 총대출의 7.7%(15.5조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PF는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업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고 해당 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하는 금융이다.

이 중 새마을금고가 많이 취급한 관리형토지신탁은 토지 소유자가 해당 토지 소유권과 사업시행자 명의를 신탁회사로 이전해 신탁회사가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부동산 소유자와 여타 채권자에 의한 권리 침해 없이 사업진행이 가능하고 시공사 및 신탁사 책임준공 약정을 통해 준공리스크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긴 하다.

■ 한은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한국에 SVB 사태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비 필요하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우려 이후 한은의 최근 실시했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은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불안 발생시 업권별 대응 여력을 평가하기 위해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중앙회의 유동성 지원 여력을 점검했다.

한국 중앙은행은 SVB 파산 사태를 교훈삼아 상당히 강도높은 테스트를 실시했다.

한은은 SVB파산 사태 관련 3월 9일 420억 달러 이상이 대규모로 인출됐고 폐쇄 결정으로 미처 인출되지 못한 1천억 달러를 고려하면 이틀 동안 총예금 1,731억달러(2022년말 기준) 중 약 82% 가량이 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고려해 다수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80% 예금이 인출되는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까지 감안해 테스트를 실시했다.

일단 2022년말 기준 각 업권의 예수부채 총액 대비 중앙회 보유 상환준비금 비중은 저축은행 4.2%, 농·수·산림조합 9.5%, 신협 6.8%, 새마을금고 5.0%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각 시나리오 하에서 중앙회 예치금과 상환준비금이 감소하더라도 잔액은 모두 2022년 말 기준 상환준비금 규모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중앙회의 유동성 공급 여력은 대체로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여타 금융업권과의 상호연계성이 높지 않아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예금취급기관 중앙회의 유동성 지원여력 등을 고려하면 예금 인출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SVB 사태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금리가 뛰어 자산 부실이 심화될 가능성, 예금자들의 심리를 압박해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 등은 경계했다.

당시 보고서는 "보유 유가증권의 평가손실 발생시 유동성 공급 여력이 저하되거나 유동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보유 유가증권을 일시에 매각할 경우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예상치 못하게 빠른 속도로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중앙회가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은은 이런 측면을 감안해 중앙은행의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정보 접근성 확대, 모니터링 수단 확충 방안 등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중앙은행 차원에서도 유사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뱅크런 등으로 중앙회의 일시적 유동성 조달 수요가 급격히 확대될 경우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 체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셈이다.

■ 금융시스템 리스크 가능성 별로 없어...그래도 방어막 촘촘히 칠 필요성

한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보면 제2금융권 일각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서운 것은 다수가 불안감에 전염되는 경우다.

재무건전성이 괜찮은 은행도 뜬소문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 언론은 작은 것을 부풀리는 데 익숙하며, 최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 혹해서 모두가 지레 겁을 먹고 돈을 뺀다면 위험하지 않은 금융사도 위험해질 수 밖에 없는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대처로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주무 관리부처인 행안부 등은 사람들의 '과잉 반응'을 경계하면서 연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주말에도 모두 모였다.

일요일인 9일엔 추경호 부총리,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상민 장관 업무정지 상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두 모여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일단 지난 6일 정부 합동브리핑 이후 새마을금고 예적금 인출 규모와 속도는 둔화됐으며, 재예치 금액과 신규가입 수도 증가하는 등 예금 유출 양상도 진정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또 7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 중도해지한 예금과 적금을 14일까지 재예치할 경우 최초 가입조건과 동일한 이율과 비과세 혜택으로 복원시켜주기로 했다.

아울러 새마을금고의 자본비율과 유동성 비율 모두 규제비율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고, 현금성 자산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등 건전성과 유동성을 적절히 관리 중이라는 점을 홍보했다.

돈 떼일 걱정 없지만...겁 먹는 사람들 많아지면 전체가 위험해진다

새마을금고는 5천만원 이하 예금 보장뿐만 아니라, 특정 금고의 건전성에 우려가 있을 경우 자산과 부채를 우량 금고로 이전해 5천만원 초과 예금도 전액 보장한다.

당국자들은 국민들이 과도한 불안심리로 약정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포기하고 중도해지 손실까지 부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금요일 새마을금고에 6천만원을 예금한 것은 이를 상징하는 퍼포먼스였다.

정부-한은의 경제수장은 또 모두 만일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어막을 쳤다.

정부는 일요일 회의에서 새마을금고가 법에 따라 필요시 정부로부터 차입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자금조달이 어려움이 없도록 시중 유동성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정부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을 앞세워 필요시 대출(RP매입 등)해 줄 수 있다는 점이나 한은이 다시 공개시장운영을 여유 있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작금의 사태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경기(驚氣)를 일으킨다면 액션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하는 중이다.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 관련 불안의)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나 경계감이 상존하고 있어 관계기관 합동으로 금융시장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필요시 이미 마련된 상황별 대응 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새마을금고 논란은 연준의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금리가 다시 일제히 급등하고 한국의 시장금리도 오르는 상황에서 불거졌다.

흔히들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바뀐 상황을 썰물에 비유하곤 한다. 밀물 때는 넘치는 유동성에 누구든 치부를 가릴 수 있지만 썰물 때는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했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작은' 신용위기 조짐이 만일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보니, 금융당국 쪽에선 '확률'을 최대한 낮추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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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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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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