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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추경 이슈 선점한 야당...'대통령실' 긍정 반응 이끈 뒤 주장 강도 높여

  • 입력 2023-05-30 14:1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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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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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24일 추경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최 수석은 야당 의원들이 추경 필요성을 거론하자 "정부가 거시경제 상황을 무시하고 긴축재정을 한다거나, 서민의 어려움을 무시하고 긴축재정을 고집한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수석은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는 최대한 건전재정을 유지하되, 쓸 곳엔 쓰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게 정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은 조심해야 하지만, 대외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책은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 주 추경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야당은 이제 좀더 적극적으로 추경 공세를 펴고 있다.

■ 야당, 추경 이슈 선점...'지금 당장 추경 논의하자'

대통령실 쪽에서 추경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답이 나온 가운데 야당은 계속해서 추경 필요성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간 정부와 여당에선 '재정전건성'을 이유로 추경을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근 세금이 덜 걷히는 데다 경제전망이 더 부정적으로 바뀌자 야당은 추경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당은 최근 지속적으로 추경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추경 이슈를 선점했다.

특히 야당은 가계동향조사에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드러나자 추경 주장을 더욱 강화했다.

일단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에너지 값이 걱정인 만큼 '에너지 추경'을 하자고 제안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전기요금이 1년간 40% 가까이 올랐다. 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면서 "냉방비 걱정이 벌써부터 커지고 있어 우선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경제 정책은 실질적 효과를 얻기까지 몇 달의 시차가 있어 지금 시작해야 한다. 당장 추경을 논의하자"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초부자 감세보다 GDP 증가 효과가 뚜렷하다는 것이 경제 선진국들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구두쇠 재정을 고집한다면 어려운 사람은 더욱 어려워지고 우리 경제를 더욱 주름지게 만들 것"이라며 "지출을 늘려서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아주 시급한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초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긴축 재정 기조를 폐지해 분배 흐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 야당, 빈부격차 확대 거론하면서 추경 주장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흑자'는 374만원, 하위 20%는 월평균 '적자'는 46만원으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올해 경기에 대해 '상저하고'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경기 흐름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주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세 달 전의 1.6%에서 1.4%로 내렸다.

야당은 소득 하위 계층이 더욱 어려워진 이유로 코로나 팬데믹 종료 선언과 함께 이뤄진 정부의 지원 감소를 꼽고 있다.

홍성국 의원도 이날 "코로나 국면에서 가계의 적자율이 떨어졌던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추경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1년 동안 정부의 지원이 없어지니 1분위와 2분위, 즉 국민의 한 40% 정도는 매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하위 계층은 수도, 광열비가 늘어나면서 다른 쪽은 줄이고 있다. 이들은 음식료를 줄이고 보건비용도 줄이고 있다"면서 "어떤 특단의 대책을 지금 내놓지 못하면 올해 가을과 겨울부터 서민들은 더 어려운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경제엔 조금 있으면 장마가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옷이 적고 있어 추경을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 채권시장, '추경 없이 간다'는 말 안 믿어...추이 주목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2일 국회 기재위에서 "추경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추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추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87.1조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4조원이 적었다. 법인세, 소득세 쪽에서 들어온 세금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제 불용은 없다'는 말과 현재의 여윳돈, 그리고 과거의 경험치를 감안하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에너지 추경'이 아니더라도 추경은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다.

지금 쓸 수 있는 돈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2.8조원이 있다. 정부가 기금여유자금을 최대한 당겨쓴다는 입장이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이 쪽에서 5조원 이상을 당겨 쓴 적이 없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부총리가 추경 없다고 했지만 지금 세수 형편이나 경기 상황만 고려해도 추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저급한 풍토에서 정치인 출신 장관의 말 바꾸기는 아무런 도덕적 흠도 되지 못하니, 사람들은 부총리가 적당한 때에 안면을 바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20조원대에서 50조원대까지 추정되는 넓은 세수결손 범위를 감안할 때 결국 불확실한 규모가 채권 투자자들에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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