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6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총재, 채권시장 인식에 메스 들이대며 '진짜' 인상 경고

  • 입력 2023-05-25 14:3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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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5일 금통위 주재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25일 금통위 주재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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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리인상이 사실상 끝나는 보는 사람들이 많은 채권시장의 인식에 메스를 들이댔다.

금통위가 채권시장 대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한은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안일한 관점에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간 채권시장 상당수 플레이어들은 한은이 금리 추가 인상과 관련해 겁은 주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 인식을 수정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처럼 답변했다.

■ 총재, '금리인상 없다'는 시장에 경고...못 올린다고 믿고 싶으면 그렇게 믿으라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 더 올릴 수 있다는) 겁만 주는 것으로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운을 뗀 뒤 잘 알아서 판단하라고 경고했다.

총재는 "인상 옵션을 열어뒀는데, 데이터와 물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호주도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지난번에 높였다"고 했다.

총재는 "절대로 (인상을) 못한다고 보지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 주요은행 결정, 환율에 미치는 영향 등도 보고서 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금통위원이 앞으로 몇개월은 위로 올릴 수 있는 옵션을 열어놓고서 상황을 봐야한다 얘기하는 것은 심각하게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심리적으로만 얘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물가 상승률이 확연히 둔화되고 있지만 총재는 경직적인 근원물가 상황, 그리고 기저효과가 끝난 뒤 물가가 재차 오를 수 있는 점을 거론했다.

■ 총재, 통화정책 오퍼레이션도 정상 궤도 위로...향후 RP대상기관 확대 등 제도개선 예고

한은은 지난 몇 주간 초단기 금리시장에 개입해 금리를 끌어올렸다.

유동성을 조이면서 단기금리를 올린 것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차원이었다.

지난 4월 금통위 전 RP금리는 3.2%대를 거듭하는 등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밑돌았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에 RP금리는 기준금리를 웃도는 정상적인 스프레드를 확보했다.

총재는 "RP 매각, 매입 대상기관이 은행으로만 돼 있다. 평상시엔 문제가 없는데 자금이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가면서 RP에 참여할 수 없는 비은행금융기관이 많은 자금을 통안채로 운영하면서 단기금리에 괴리가 생겼다"면서 "그런 것을 조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우려도 있어서 통안채 28일물도 새롭게 발행을 하고, 90일물도 개입을 해서 단기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으로 올려놓았다"고 했다.

향후 RP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은 비은행금융기관이 커진 상황을 반영해 제도 개선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 시장 "총재 무섭다"

이창용 총재가 전달에 이어 다시 매파적으로 나오고 특히 '실제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채권시장에선 경계감도 커졌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오늘 내상이 커 보인다.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가 선물한 경고장 때문에 국고채 금리들이 일제히 3.5% 위로 급등하는 등 상황은 만만치 않다.

최근 상당기간 이어졌던 금리 박스 상단이 열리고 이날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냉각되고 말았다.

B 증권사 딜러는 "3개월 동안의 가격 박스 하단이 외인 선물 매도로 붕괴됐다"면서 "이제 가격이 반등하더라도 기술적 반등 정도로만 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외국인은 3선, 10선을 모두 대거 팔면서 채권가격 하락에 힘을 싣고 있다.

총재는 금리인상 경고와 함께 금리인하 기대감도 강력히 차단했다. 특히 낮아지는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과한 기대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총재는 물가가 3%로 내려갈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면서도 3% 지점에서 목표수준(2%)으로 갈지 여부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2%로 확실히 수렴한다고 판단할 때까지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다시금 못박았다.

■ 악재는 함께 온다...YCC, 추경 걱정하는 사람들

금통위를 맞아 채권가격이 급락하면서 향후 국내의 추경, 일본의 YCC 변경 등 걱정거리가 많아졌다는 평가들도 늘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본의 YCC 변경, 한국의 추경 등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면서 "일본의 YCC 변화는 전세계 시장에 타격을 입힐 수 있고 국내 추경은 추경호 부총리가 없다고 했지만, 그 얘긴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윤경 채권분석부장은 "YCC 조정으로 JGB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일본 기관투자가의 해외채권 매도로 주요국 금리가 작년과 같이 일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작년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해외채권을 25.8조 매도했다. 금년에는 3월까지 해외채권을 11.2조 매수했으나 4월에 1.4조 매도했다.

김 부장은 " BOJ의 YCC 조정시점은 향후 자금이 해외에서 일본 역내로 이동하고 엔화가 등락하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특히 일본 생보사들은 단기적으로 환헷지 해외채권 비중 축소, 미헷지 해외 크레딧물 매수 등 소극적 해외 포트폴리오 운영을 이어가다 YCC 조정 이후 본격적으로 엔화채권을 매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금통위를 맞아 금리가 급등했지만 악재들이 모여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금리 레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온통 악재 투성이라서 추가로 금리가 10bp 내외로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면서 "총재가 금리 인하 없다고 한 상황에서 추경 검토 가능성 발언, 일본 YCC 변경 가능성 등 악재들이 꼬였다"고 했다.

■ 다시 미국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환율에 대해 얘기하면서 '금리차로만 환율을 재단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면서도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론했다.

총재는 "연준의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성급히 결정하기 보다 보고 대응하는 게 낫다"면서 "이는 기계적 대응이 아니라 미국 통화정책이 국제 금융시장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계속 미국의 추가 인상 여부 등을 주시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E 증권사 딜러는 "미국이 금리인상 논란을 벌이는데 만약 다음달 올린다면 국내도 25bp 인상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물가도 물가지만 제일 큰 것은 미국 물가로 보인다. 시장도 올해 여름까지는 미국 물가 이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총재 발언도 있었지만 한국 역시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만큼 미국 상황을 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자료: 2시20분 현재 금리,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시20분 현재 금리,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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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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