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7-18 (목)

(장태민 칼럼) 증권범죄합수단

  • 입력 2023-05-09 15:1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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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서울 남부지검 조직도

자료: 서울 남부지검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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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1주년 국무회의에서 "증권범죄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 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가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사기, 가상자산 범죄, 금융투자 사기, 마약 범죄 등이 횡횡하는 것은 반시장적 정책을 썼거나 기존의 감시체계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대통령의 금융 범죄 우려 발언이 나오던 비슷한 시간 검찰은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라덕연씨를 체포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 반 쯤 라씨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 추미애는 왜 증권범죄합수단을 없앴던 것일까

여의도 저승사자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던 증권범죄합수단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 시절 없어졌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합수단을 없앨 당시 여의도 증권가의 많은 사람들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의문점에 대해 당시 추 장관은 국회에서 이유를 비교적 소상히 밝힌 바 있다.

추 장관은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합수단이 금융사건을 직접 수사함으로써 검사와 수사관, 전관 변호사 간의 유착 의혹이 지속돼 왔다. 합수단 부패의 온상은 이미 드러났다"고 했다.

당시 장관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2015년 검찰 수사관이 금품수수를 통한 편의 제공으로 파면된 사례가 있다. 합수단 출신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마찬가지로 향응을 제공받아 구속됐다. 송삼현 전 남부지검장도 옷을 벗자마자 옵티머스 사건을 맡음으로써 상당히 이해관계에 어긋난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폐지했다)"고 했다.

결국 여의도에서 저승사자가 사라진 이유는 '저승사자 자체가 비리 덩어리'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 한동훈은 왜 증권범죄합수단을 가장 먼저 부활시켰을까

한동훈 법무장관은 작년 5월 장관 취임 후 '1호 지시 사항'으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을 거론했다.

한 장관은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 뿐"이라며 합수단을 되살려 범법자들을 단죄하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이 2020년 1월 취임하자 마자 '비리의 온상'이라고 지목하면서 없앴던 합수단을 부활시키는 것을 급선무로 봤다.

합수단이 없어진 뒤 증권이나 금융 관련 범죄가 더욱 활개를 쳤다고 본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에 있던 증권범죄합수단은 중대한 금융·증권 범죄를 수사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역할 축소'를 큰 정책방향으로 삼았다.

즉 당시 검경 역할 분담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최대한 무력화하는 게 큰 정책 방향이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없애는 것이 '정의'였기에 이 논리에 맞추면 증권범죄합수단도 해체가 정답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이를 납득하기게 쉽지는 않았다.

사실 합리적인 일반 국민이 볼 때는 검찰이 수사하든, 경찰이 수사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가 수사를 하든 잘 하는 사람이 수사해서 증권 관련 범죄를 막고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다.

특히 최근엔 각종 증권 범죄가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어 증권·금융 범죄를 들춰내고 이를 수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주가조작 등이 보다 고도화되면서 금융범죄에 대한 수사를 더 강화해야 하는 때에 그나마 기능을 해왔던 '여의도 저승사자'의 발목을 묶어버렸기 때문에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 논리적으로 볼 때는...'뭔가 납득 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당시 논리적으로 볼 때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강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로 볼 때는 합수단을 없애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합수단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어떤 조직이든 내부 비리는 있다.

추 장관 말대로 합수단 검사들이 '도덕성 함량 미달'이었다면 그 개인은 단죄하면 된다. 조직를 건강하게 만들어 금융 범죄에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면 될 일이었다.

추 장관은 주장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합수단을 없앴던 시기는 라임·옵티머스·신라젠·디스커버리 등과 관련한 대형 금융 범죄, 각종 의혹이 많은 때였다. 특히 많은 투자자들은 각종 금융사기에 피해를 입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당시 법무 행정의 우두머리인 추 장관이 '검사를 보는 시각'은 범죄인을 보는 그것과 비슷했다.

그는 합수단 부활 목소리에 대해 '합수단은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해 불법 수사를 하는 곳'이라며 놀랍도록 단순하게 폄하해버렸다.

■ 정의 검사와 비리 검사

2013년 출범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금융 범죄 특화조직이었다.

금감원, 국세청 등의 전문인력과 검찰이 '합동'으로 범죄를 파헤쳤다.

주가조작 사범 등은 이 조직을 무서워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금융범죄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가 있었지만, 합수단은 여의도에 가까운 남부지검에 자리를 잡았다. 여의도 증권 범죄를 바로 옆에서 감시하는 기구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추 전 장관이 조직 폐지 논리로 거론했던 이 조직의 비리 문제나 각종 의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합수단에서 '금융범죄 전문' 검사로 일하고 나면, 나중에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주가 조작범과 합수단 검사 출신 변호사의 콜라보레이션이 걱정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한국의 모든 검사들을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었다.

사과 바구니에 썪은 사과 몇 개가 들어있으면 이를 버리고 먹으면 된다. 굳이 바구니 전체를 버릴 필요는 없다.

■ 정권 출범 1년...'답답한' 거대 금융범죄 진상 파악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2020년 1월 취임 직후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을 없앤 뒤 옵티머스 사건 등이 불거졌다.

합수단이 사라지자 검찰은 금융범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실 금융 사기범들의 세는 결코 만만치 않다.

대규모 자금과 인력 동원력, 상당한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이른바 '전문가'들이다. 그나마 돈 흐름, 회계 장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비리의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시 합수단 폐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권력층이 얽혀 있는 것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 출범 1년이 지났지만 라임, 옵티머스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금융 비리와 관련해선 새롭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게 별로 없다.

이러자 의지가 아니라 '무능'이 문제 아닌가 하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피력했다.

"분명 라임, 옵티머스 등 피해자가 속출한 사건이 있었지만 깔끔하게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의 금융 전문 검사라는 이복현씨가 금감원장이 됐지만, 은행 대출금리 내리라는 말만 하고 있네요. 답답하다 보니 결국 한국 공직자들의 전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의심하게 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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