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19 (금)

(장태민 칼럼) CFD와 작전

  • 입력 2023-05-04 14:3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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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20년 이후 현재까지 대성홀딩스 주봉 차트,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020년 이후 현재까지 대성홀딩스 주봉 차트,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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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4월24일.

소시에떼제네랄(SG)증권에서 CFD 반대매매로 추정되는 대량 매물이 나와 삼천리,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세방,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선광, 하림지주 등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8개가 무더기 하한가를 맞았다.

특정 종목은 4일 연속 하한가를 맞기도 했다.

대성홀딩스 주가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연속 하한가 굴레에 빠졌다.

하한가를 맞기 전 13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4일 만에 3만원 남짓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하루 반등한 뒤 다음 이틀간은 다시 급락해 전날엔 주가가 2만원대까지 추락한 뒤 오늘도 하락 중이다.

■ CFD를 이용한 작전

최근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된 CFD 반대매매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속출하자 금융당국도 바빠졌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합동조사를 벌이지는 중이다.

작전세력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강하다.

작전세력들은 유동성이 낮은 종목, 공매도 금지 종목 등을 타겟으로 통정매매를 통해 가격을 쳐올려 시세를 조정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종목 선정에서 나름의 치밀함이 느껴졌다. 대주주 지분이 높고 거래가 적은 '관심 밖' 종목들을 타겟으로 삼아 주가를 끌어올린 모양새다.

주가조작단들은 CFD 방식으로 수익률을 계속 끌어올리면서 회원을 늘려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각종 치부를 했다는 소문들도 돌고 있다.

이 사건엔 임창정씨 등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어 세간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데 시간이 좀더 걸리겠지만, 현재로선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번에 폭락한 종목들은 예컨대 코스피200에 속해 있지 않은 '크지 않은' 종목들로 2020년 3월부터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들이었다. 선광은 올해 4월 코스닥150에 신규편입돼 공매도 대상이 됐지만, 그 이전엔 공매가 안되는 종목이었다.

대성홀딩스 등의 차트를 띄워보면 2020년부터 주가 그래프는 특별한 흔들림 없이 매끈하게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일거에 폭락한 것이다.

장본인으로 거론되는 투자컨설팅업체 호안의 라덕연 대표를 상대로 투자자들의 집단소송도 시작되고 있다.

이번 '작전성 주가 띄우기와 이후 폭락'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의 피해금액은 수천억을 넘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조만간 피해자들은 소송대리인을 통해 라덕연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라 대표에게 투자를 일임하면서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라 대표가 통정매매를 하는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를 알고 투자했으면 범죄 행위에 가담한 공범이 된다. 범죄 행위를 판단하는 데는 돈을 벌었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국가 공권력은 이 행위를 이익 유무가 아니라 법 논리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다만 소송을 진행하는 투자자들은 투자방식도 모른 채 라 대표에게 거액의 돈을 맡겼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돈을 실제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며, 사태 수습을 낙관하기도 어렵다.

■ 레버리지 투자상품 CFD

CFD(Contract for Difference)는 주식 등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이다.

증거금(40%)을 납부하면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용융자와 유사하다.

잘 만하면 증거금보다 덩치가 큰 레버리지로 빨리 돈을 불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주가가 오르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면 주가가 베팅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면 CFD 관련 반대매매가 출회돼 주가가 급락할 수 있는 위험한 거래방식이다.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가 증거금을 더 넣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증권사가 강세로 주식을 팔아버리는 반매매매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추락한다.

지난 24일 주가 폭락은 SG증권 창구를 통한 반대매매 때문이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도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라 대표가 SG증권발 다우데이타 주가 폭락의 진짜 범인으로 김 회장을 지목하고 키움증권이 인위적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해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고 주장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었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은 동시에 큰 돈을 잃을 수도 있다. CFD와 같은 상품은 최악의 경우 원금 이상을 까먹는다.

예컨대 증거금 40%를 감안할 때 4억원을 증거금으로 맡기면 증권사는 6억원을 더해 10억원을 투자할 수 있다. 이후 이번처럼 계속해서 하한가를 맞아 예컨대 주가가 80% 추락하면 손실은 투자금의 4억원의 두 배인 8억원이 된다.

■ 제도 손질 앞두고 있는 CFD 혼란

금융당국은 CFD와 관련해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CFD를 활용할 수 있는 개인 전문투자자 규정 등을 지켰는지 여부, 고객 주문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 공모했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CFD를 판 다른 증권사들의 실태도 알아볼 계획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주가 폭락 전 600억원 넘는 규모의 주식을 미리 처분해 이번 사태의 파장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폭락 사태 직전인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6%)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현금화했다. 현재 김 회장은 키움증권 등기이사로 등록돼있다

이런 가운데 SG증권과 CFD 백투백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는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백투백은 증권사가 개인고객을 상대로 발행한 파생결합증권과 동일한 조건으로 외국계 증권사와 거래를 맺어 헤지(hedge) 하는 것을 말한다.

교보증권은 싱가폴계 증권사 CGS-CIMB와 헤지계약을 맺는 등 증권사들마다 헤지 계약을 체결한 곳은 다르며, 국내 증권사가 자체 헤지를 하는 곳도 이다.

■ 제도적 결함은 보완 필요...불똥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단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CFD 제도 자체의 결함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아니면 불법적인 거래가 주요인인지 따지고 있다.

하지만 CFD의 경우 증거금을 감안할 때 레버리지를 2.5배로 규제해 위험을 나름대로 줄인 상품이다. 금감원은 이미 2021년 10월 최소증거금율을 10%에서 40%로 상향하는 행정지도를 통해 리스크를 줄였다.

금융시장엔 위험한 상품들도 많이 있다. 투자자는 이를 감수하고 이런 상품들을 거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태로 레버리지 상품을 규제하면 다른 파생상품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아무튼 감독당국은 시세조종 수법, 공모여부 등을 명백하게 밝히고 CFD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CFD를 통한 주가 폭락이 확대될 경우 증권사 자체의 리스크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 시점 감독당국은 CFD의 제도적 문제점으로 ▲ 실제 소유자는 개인임에도 외국계 증권사 등 기관이 매수한 것으로 표기되는 점 ▲ 신용융자와 달리 증권사 신용공여한도(자기자본의 100%)에 미포함되는 점 ▲ 종목별 매수잔량 등의 공시 미비 ▲ 투자자의 대부분이 개인 전문투자자로 구성돼 있는 점 등을 꼽고 있다.

2월말 기준 CFD 잔액은 교보증권이 6,13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키움증권 5,181억원, 메리츠증권 3,409억원, 하나증권 3,394억원 순이었다.

■ 꼬리를 무는 온갖 의혹들...경제·금융 질서 파괴하는 범죄 행위 엄정하게 처벌해야

이번 사건과 연루돼 있다고 의심을 받는 사람들간의 공방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심 선상에 있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계좌잔고와 거래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라덕연 대표가 "김 회장 측이 매도한 600억원을 계좌로 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금출처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자 이렇게 나온 것이다.

김 회장 측은 20일 체결한 다우데이타 블록딜 관련 자료를 제시했다. 주식 결제일인 24일 돈이 입금된 것으로 나와 있는 자료였다.

다우데이타 블록딜은 4월초부터 진행된 것으로 4월 5일 이미 외국계 증권사 등을 접촉해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인 증권사는 블록딜을 위해 거래상대방들 매칭시켜야 하며, 거래가 일어나기 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의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로 주식 140만주를 매도해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받았던 가운데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금융가의 관심도 대단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거론된 인물들 뿐만 아니라 관련 회사의 대주주들까지 연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2년, 3년간 매끈하게 주가를 끌어올린 '성공적인 주가조작'이 우연찮게 수면 위에 드러난 만큼 철저히 조사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주가조작 건수는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인기 가수 임창정씨에 대한 문제도 '이익, 손실 여부'가 기준이 되선 안 된다. 그가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면 처벌을 받는 것은 상식이다.

임씨는 주가조작 의혹 세력에게 30억원을 투자했다고 했다.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겨 대리투자 할 수 있도록 했으나, 현재는 2억원도 남지 않았다며 자신도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임씨가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모으는 과정에 참여한 뒤 통정거래나 시세조작 등 부정거래 행위를 알고 있었다면 공범일 수도 있어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임씨는 소위 '1조 파티'라는 행사에 참석해 논란이 됐다. 이 행사는 작년 12월 초 라 회장이 운용자금 1조원 돌파를 기념해 연 파티로 알려졌지만, 임시는 일단 '송년 파티로 알고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해가 안되는 일...그리고 중범죄에 대해 '너무 인자한' 한국 사법 시스템

지난 2020년 1월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폐지됐다.

합수단은 2014년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돼 금융범죄 수사에서 역량을 발휘해왔다.

합수단엔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등에서 파견된 인사들이 주가 조작과 관련 불공정 거래를 적발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20년 초 추미애 법무장관이 그나마 증권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던 이 조직을 없애버렸다.

명목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인다'는 것이었지만, 증권 범죄의 지능화와 고도화에 따른 우려가 커졌던 시기에 이를 없앤다는 것은 상식적인 사람 누가보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실 국민이 볼 때 검찰이 수사를 하든, 경찰이 수사를 하든 그들간의 권력 다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민들에게 이익을 주고 피해를 줄이는 '역량있는' 국가 공권력에 일을 맡기는 게 핵심이다.

특히 2019년 하반기 투자자들이 1.5조원이 넘는 피해를 안긴 '라임 사태'가 터지는 등 증권 범죄가 횡횡할 때 합수단을 폐지해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러다보니 권력자의 증권범죄 가능성과 같은 '이상한 쪽으로' 의심을 하는 것도 뭐라고 하기 어려웠다.

이런 사건들은 사실 엄중히 다뤄야 하는 게 옳다.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감옥살이 좀 하다 나와도 엄청나게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협잡꾼들이 이 사회를 골병들게 만든다. 사실 한국사회는 이미 골병이 많이 들었다.

한국의 사법 시스템은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파장을 일으킨 범죄마저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다. 법의 잣대가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니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이미 바닥권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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