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3-29 (금)

(장태민 칼럼) 美-中 패권 다툼과 한국 대통령의 방미

  • 입력 2023-04-28 14:0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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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출처: 대통령실

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출처: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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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번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선 12년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 혈맹 70주년'을 강조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미래세대는 또 다른 70년을 이어갈 한미동맹으부터 무한한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서방 진영'에 서는 문제를 두고 각종 친미파, 친중파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

금융, 경제 분야에선 대통령이 IRA법과 관련한 꼬인 실타래를 풀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결과물은 이번 이벤트가 끝난 뒤 하나씩 따져봐야 한다.

일단 큰 그림에서 한-미-일, 서구유럽 등 서방진영과 북-중-러 등 권위주의 체제간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이 첨단기술 강국으로 도약한 뒤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은 새로운 체제로의 개편을 꿈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냉전' 시대가 열렸다.

오랜기간 세계가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물건을 소비하면서 후생을 누려왔지만, 이제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은 미국의 이같은 세계 대전략에 있어서 중대한 '린치핀' 국가다.

한국에게 미국은 교역 2위, 미국에게 한국은 6위에 해당하는 국가다. 한국은 미국에게 있어서 '영미권'인 영국보다 교역규모가 큰 나라다.

물론 중국은 한국의 1대 교역국인 만큼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질서 개편 과정에서 두 나라의 갈등은 심화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세계사적인 대전환기에 살고 있다.

■ 윤 대통령의 'We go together'와 압력 넣는 중국

윤 대통령은 방미 전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후 미국 현지시간 26일 한미 양 정상은 "우리는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한미 양 정상은 좀더 구체적으로 중국이 싫어할 만한 문구를 넣었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엔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물론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미국과 한국이 대만 문제의 실체를 똑바로 인식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패권 국가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미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바다를 둘러싼 갈등을 빚고 있으나 과거 같으면 누구나 썼을 바다를 '중국 바다'라고 주장하고 이다.

이는 오랜기간 이어져온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 해협을 포함해 각종 상선들이 지나가는 바다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쩌면 향후 우리 상선들이 지금 자유럽게 쓰는 공해(空海)에 대해 중국의 허락을 얻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과도한 상상일까.

아무튼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된 뒤 20세기 내내, 그리고 21세기 초입까지도 문제 없었던 항행의 자유가 최근 수년간 중국에 의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중국이 쥘 수 있는 패권은 미국의 패권과 그 성격이 같을 수 없다.

■ 중국이 설정한 '도련선'

역사적으로 볼 때 진정한 글로벌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해선 바다에 대한 지배권을 얻는 게 중요했다.

중국은 대만 통일이라는 명분, 그리고 자신들이 설정한 각종 '도련선'을 앞세워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중이다.

도련선은 1980년대 중국 인민해방군의 류화칭이 만든 개념으로, 태평양의 섬들을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선이다.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국의 이같은 바다 장악을 우려해왔다. 최종적으로 중국은 태평양을 미국과 '반분'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도 받는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견제했던 인물이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다. 섬 나라인 일본 입장에선 바다에 대한 야욕을 키워온 중국에 상당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중국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도련선은 다른 나라엔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제1도련선은 중국 본토 근해, 제2도련선은 괌, 사이판 등 서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광대한 지역이다. 제3도련선은 하와이, 뉴질랜드 일대까지 확장된다.

중국은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력(기술력)이 미국을 능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아베 전 일본 총리는 미국에 긴밀하게 붙어서 중국을 견제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미국은 아시아의 또 다른 동맹 국가인 한국이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윤 대통령은 냉각된 한일 관계를 풀고 '한-미-일-기타 서방국가' 라인 내에서 역할을 하기로 했다.

■ 한국사회 각계각층 포진한 친중파...'중국이 가장 중요한 이웃' 인식도 적지 않아

다만 한국 정치·경제 분야엔 중국을 가장 중대한 국가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선 여와 야 구분할 것 없이 친중파들이 많다.

전직 대통령도 한국이 미국에 붙어 중국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을 우려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7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국, 러시아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며 "대립이 격화하는 불안정한 국제정세까지 맞물려 위기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북한과의) 대화 복원과 긴장 해소, 평화의 길로 하루 속히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중국이 '중-러-북'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쪽 등거리 외교'가 말처럼 쉽지 않다.

신냉전 체제에선 미국과 중국 입장을 모두 만족시키는 일이 상당히 어렵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양쪽 모두에게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 중국에 붙어야 한다는 주장들

현재의 여당, 청와대에도 친중파들이 상당히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엔 특히 친중 인사들이 넘쳐난다.

중국이 지닌 경제적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을 가장 중요한 국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야당 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중요성, 그리고 친미 외교의 위험성을 주장해 왔다.

국민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작년 11월 국회의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미국 편중 외교의 위험성과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때 대통령을 꿈꿨던 김두관 의원은 작년 11월 국회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는 종말을 맞고 있다"는 주장까지 펼치면서 친미 외교를 비판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논리, 또 현실적으로 상당한 타당성을 갖는 논리는 중국의 경제적 중요성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의원은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감안할 때 한국이 특정국(미국)의 전략적 돌격대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미국 중심의 진영외교 좀 작작 하라. 이런 외교는 위험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다른 민주당 내 실력자들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윤호중 의원은 "대중 관계 악화로 대중 무역적자가 커진 것 아닌가"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중시하고, 중국을 배제하려 한다고 '진심으로' 걱정한다. 한국이 '미국의 新 세계 패권전략'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탈중국을 너무 빨리 외친다는 우려가 있다. 이게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걱정도 있다. 한중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탈중국은 안 된다고 했다.

■ 요동치는 국제관계...그러나 친중파 위험성이 더 큰 게 현실

미국과 중국을 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과거엔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친구로 보는 사람이 많았으나, 지금은 중국 쪽에 붙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늘어난 상태다.

필자의 주변엔 심지어 우리가 누려온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버리고, 중국·북한과 힘을 모아 인민 민주주의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

복잡해진 국제적 역학 관계 문제와 관련해 과거부터 흔히 해오던 말이 있다.

"미국 사람 믿지 말고, 소련 사람 속지 말고, 중국 사람 조심하라."

이런 태도는 중요하다. 다만 '원리 원칙'은 필요하며, 한국 역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세계적인 첨단기술 국가 중 하나이며 미국, 중국 모두 한국 없이 경제 생태계를 오롯이 꾸리기는 어렵다.

다만 여전히 한국민들의 다수는 인민민주주의보다 지금의 자유민주주의를 더 원하고 있다.

아울러 대단한 애국자가 아니더라도 몇 년 전 중국이 '제조 2025년'를 통해 사실상 '한국 반도체를 먹어버리겠다'고 했을 때 한국인이라면 긴장하는 게 당연했다.

중국에선 시진핑이 '3연임 금지' 원칙을 깨고 스스로 '시황제'가 됐다. 그러면서 대만 무력 통일을 공언하고 있다.

대만이 중국에 넘어가는 순간 20세기 이후 번영의 밑천이었던 항행의 자유는 깨진다.

중국의 전략이 성공한다고 보고 한국이 조선시대처럼 중국 '사대주의'를 정책의 근간으로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한국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을 큰 형님으로 모시면서 살아도 괜찮을까.

사실 그들이 던져주는 떡고물이나 받아먹으면서 경제를 꾸려가는 한국은 상상만 해도 섬찟하다.

중국은 큰 시장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앞세워 성장해 왔으며, 한국·미국 등의 기술을 훔쳐 이제 미국마저 위협하는 강대국이 됐다.

한국은 이런 체제를 되돌려리는 미국의 편에 섰으며, 옳은 선택을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제적 진통은 각오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을 일부러 자극할 필요도 없지만, 서방의 일원으로서 새롭게 구축되는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이어나가야 한다.

한국은 이런 역할을 강조하면서 자국 우선주의로 나가고 있는 '혈맹' 미국으로부터 IRA법 등과 관련해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 협상의 복잡한 디테일이 중요하다.

■ 미중 갈등 속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그 속에서 길 찾아야 하는 한국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선 상당한 지정학적 변수가 작용했다.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자 외교 문제를 우려해 중국 관련 주식들이 급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서방권과 권위주의 국가들의 대결은 진행 중이다.

다음 달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 검토, 러시아의 대응 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다시 키울 수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될 첨단기술 관련 조치들, 기업들이 가지고 올 성과물에도 큰 관심이 간다.

특히 한국의 기업들은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 강화에 맞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성과물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 국빈 방문엔 이재용·정의선·구광모·최태원·신동빈·김동관·허태수 등 재계 총수들이 대거 동행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을 내세워 자국 기업들을 편애하고 있는 만큼 '동맹'의 지위로 얼마나 이 문제를 푸느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한국 대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지어 미국인들의 고용·소득 증대에 큰 기여를 한다.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IRA만 하더라도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세액공제)하는 등 미국은 동맹마저 차별하고 있다.

IRA의 본질은 서플라이 체인에서 중국을 배제할 때 어쩔 수 없이 오를 수밖에 없는 비용을 보조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보조금 등을 통해 물가 급등을 막을 수 있으나 '동맹국의 기업'인 한국업체들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심지어 동맹국 회사의 '기밀'까지 요구해 동맹이 맞나싶을 정도로 가혹한 느낌도 든다. 정부, 기업이 합심해 이런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미국은 또 '진심으로' 중국과 대결 중인 만큼 미국의 자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 금지를 한국 기업들이 대체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원자재, 중국 광물 등에서도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과 글로벌 경제의 판을 새로 짜고 있는 중이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한국 대통령이 12년만에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했지만 한국은 상당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진정한 동맹이라면 자신 때문에 어려워진 친구의 어려운 처지를 나몰라라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이 바닥에선 울지 않으면 아무리 친해 보이는 친구라도 떡을 잘 주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인들이 가져올 성과물에 대해 경제계, 금융시장 등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모든 사람이 주시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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