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6 (금)

(장태민 칼럼) 비둘기파와 분위기추종자의 '손바뀜'

  • 입력 2023-04-21 13:5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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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퇴임하는 금통위원들이 퇴임사를 남겼고, 오늘은 취임하는 금통위원들이 취임사를 남겼다.

어제는 금통위 내 가장 강력한 비둘기파였던 주상영 위원과 언제나 금통위 내 전체 분위기를 추종했던 박기영 위원이 퇴임했다.

대신 오늘은 장용성 금통위원, 그리고 박춘섭 의원이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줄을 선다'는 금통위원이라는 좋은 일자리를 얻어 출근했다.

■ 금통위 강력 비둘기 주상영 퇴진

사람 성향은 잘 변하지 않는다.

주상영 전 금통위원은 이번 금리인상기에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낸 사람이었다. 금통위 내에서 가장 도비시한 인물이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혼자 동결을 주장했다. 그해 11월 추가 인상 때도 동결을 주장했다.

2022년 1월 인상 때도 동결을 주장했으며, 그해 4월(인상)엔 총재가 공석(이주열 퇴임)이어서 사회를 보는 바람에 의견을 내지 못했다.

주 위원이 2021년에 제시했던 물가 전망은 '완벽하게' 틀렸다. 결국 그는 22년 5월(만장일치 인상)에야 비로소 '인상' 대열에 오롯이 합류했다.

하지만 본색이 어디 가지는 않았다.

2022년 10월 금통위가 두 번째 50bp 인상을 단행할 때는 '25만 올리자'는 소수의견을 냈다. 다행히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신성환 위원이 그의 옆에 서줬다.

올해 1월 25bp 인상 때도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 주상영 대신할 박춘섭은 가능할까

주상영 전 금통위원은 전날 퇴임할 때도 경기를 걱정했다. 그는 타고난 비둘기파였다.

그는 전날 퇴임사에서 "현재로서는 보건위기 극복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의 회복과 정상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여전히 대내외적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퇴임하는 즈음 물가안정과 성장,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의 (단기적) 상충관계가 첨예화된 것으로 보여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했다.

금통위원으로 일하는 내내 고민을 지속했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멋진' 퇴임사는 남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답을 찾는 데 서툴었던 전직 금통위원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답이 없는 문제를 내는 교수로서 행복한 노년을 꿈꾸고 있다.

이런 주상영 전 금통위원의 자리는 박춘섭 신임 금통위원이 이어받았다.

박춘섭 위원이 얼마나 '잘' 비둘기파 역할을 할지 미지수지만, 기본적인 씨앗은 주 위원과 비슷하다.

박 위원도 '물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올린' 금리로 인해 경제가 어렵다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 '사수'인 주 위원의 철학을 계승하는 듯 했다.

그는 "우리도 높은 물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지난 1년 반에 걸쳐 급격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이로 인해 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아서 우리의 상황에 알맞은 적절한 통화정책 운용이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고물가에 따른 금리 인상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면서도 성장을 뒷받침해 보겠다는 데 방점을 둔 코멘트였다.

■ 박기영 후임 장용성은 매파일까...이창용 수족일 가능성에 무게

안타깝게도(?) 박기영 금통위원은 자기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그가 들으면 섭섭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그저 금통위 분위기를 추종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금통위원으로 지내는 동안 '소수의 편'에 서본 적이 없다. 그저 위원회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면서 무난하게 묻어가는 길을 택했다.

이런 박기영 전 금통위원의 자리에 장용성 금통위원이 들어왔다.

장 위원은 '외부인'으로 살 때 쓴 글에서 한국 물가가 과소평가돼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자가주거비가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 점 등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러다보니 장 위원이 매파적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런 개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들어온' 한은 총재 수족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베테랑 직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쓴 글을 보고 매파적일 것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 덕분에 금통위원이 된 만큼 세상사 흐름상 그가 부여받은 역할을 총재의 아바타 역할입니다."

주상영-박기영 조합이 박춘섭-장용성 세트로 '자연스럽게' 교체됐다.

박춘섭 위원이 주상영 전 위원의 유지(遺旨)를 얼마나 이어받을지, 또 장용성 위원이 총재가 그린 그림의 틀 내에서 박기영 전 위원처럼 '묻어가는 슬기로운 금통위원 생활'을 잘해낼지 약간 궁금할 따름이다.

두 사람의 임기는 2027년 4월 2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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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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