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3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WGBI, 9월 편입 가능성과 편익...과장된 부분은 없을까

  • 입력 2023-03-31 13:44
  • 장태민 기자
댓글
0
[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의 3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불발됐다.

정부와 시장 모두 당장 이번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던 사안이다.

FTSE 러셀은 현지시간 30일 한국의 편입 불발 사실을 알리며 "한국은 관찰대상국으로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WGBI엔 24개 주요국 국채들이 편입돼 있다. 추종자금 규모만 약 2.5조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다.

FTSE 러셀은 국내시간으로 31일 6시에 「2023년 3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FTSE Fixed Income Country Classification Announcement March 2023)를 발표했으며, 한국 정부는 9월 편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작년 9월 관찰대상국 등재된 한국...현실적으로 당장 편입은 어려웠다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는 매년 3월과 9월 정기적으로 발표된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시장접근성 상향 및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처음으로 등재됐다.

FTSE 러셀도 한국은 노력의 노력을 인정했으나 아직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FTSE 러셀은 "한국은 2022년부터 2023년 초까지 외국인 국채 투자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시행,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 폐지,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 시장접근성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했거나 추진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 중 최근 시행된 조치가 있는 반면, 법 개정 등이 필요한 과제도 있어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과 함께 제도개선 과제들의 효과 여부를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작년 9월에 처음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만큼 시간적으로 이번에 편입되기는 어려웠다.

FTSE Russell의 채권시장 국가분류 도입 후 중국은 2019년 3월 관찰대상국 등재 후 2년 후인 2021년 3월 WGBI 편입이 결정됐다.

스위스는 2021년 9월 관찰대상국 등재 후 현재까지 WGBI 편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 한국, WGBI 편입 위해 바꾼 것과 바꾸고 있는 것

한국은 일단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를 시행 중이다.

비과세 관련 과제는 이미 완료했으나, 정부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추가적으로 편의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 소득세법 시행규칙과 법인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각종 신청서와 신고 서류의 공식 영문서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달 29일 외국환거래규정 유권해석을 통해 명시적으로 허용한 '추가 계좌개설 없는 제3자 FX'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활발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이 제도는 국내은행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비거주자(외국 금융기관 등)가 본인 명의 계좌가 없는 다른 은행과도 외환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이밖에 이미 발표한 제도개선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월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방안'에 따라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거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를 연내에 폐지할 예정이다.

지난 2월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에 따라 올해 중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와 거래시간 연장을 위한 외환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내년 하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또 거래 편의를 위해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국채통합계좌가 최대한 신속하게 개통될 수 있도록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등 관계기관과 주기적인 실무 협의는 물론 고위급 면담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협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차질없이 진행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IR 등을 통해 제도개선 성과를 설명하고 향후 추진 일정을 상세히 알려 글로벌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FTSE 러셀 측과도 각급 단계에서 온라인 회의, 대면 회의 등을 수시로 개최해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 WGBI 편입, 과연 9월에 가능할까

한국 정부는 연내 WGBI 편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3월엔 준비 시간, 법 개정 필요성 등으로 쉽지 않았지만 하반기엔 편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선 이런 정부의 의지를 감안해 한국이 관찰대상국 등재 후 비교적 빠른 시간 내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기재부가 작년부터 2023년 WGBI 편입을 강조하니 그 만큼 의지가 강하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나 각종 제도 정비 등이 과거 편입을 추진하다고 그만뒀을 때와 다르다"고 했다.

아울러 하반기 편입 등을 대비하면서,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준비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B 증권사 딜러는 "9월 편입이 된다면 좋을 것"이라며 "그 일정에 맞춰서 증권사들이 외국인 고객을 위한 KTB 세일즈 셋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나 이런 분위기와 별도로 시장 수요를 감안할 때 편입 확률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C 금융시장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편입 가능성도 낮게 본다. 이런 문제는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쪽의 요구 조건을 맞추는 것보다 세일즈나 투자자들의 필요성 등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딱히 세일즈 쪽에서도 니즈가 큰 것 같지 않다. 예컨대 JP모간은 국내 아웃바운드 세일즈가 제일 크니 영업목적상 JP EMBI에 넣을 필요성도 있었고 바클레이즈 인덱스도 블룸버그 채권 매매 티케팅 사업을 넓히던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WGBI 이슈가 딱히 연관된 세일즈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D 관계자는 "WGBI 편입은 러셀 쪽이 결정권을 쥐고 있고 정부가 원한다고 쉽게 될 건은 아니지 않느냐. 스위스만 하더라도 아직 저러고(21년 9월 관찰대상국 등재 후 현재까지 미편입)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 WGBI 편입과 편입 효과 낙관론...그리고 그 반대 쪽에 서 있는 관점

한국 정부는 WGBI 편입을 통해 외국인 투자유입 확대, 국채 수급기반 안정, 이자비용 절감 등 편입시의 각종 이득을 거론하고 있다.

아울러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참여하도록 해 국채시장의 안정성을 확대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또 그간 WGBI 편입 시 외국인 투자자금 50조원 이상이 신규로 들어와 판을 키울 것이란 식의 관측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올지 의심스러운 데다 긍정적 요인만 있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보인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예를들어 SKT, KT 핸드폰 가입이 70% 정도면 LGT의 진입이 의미가 있는데, 이미 100% 가까이 핸드폰을 갖고 있다면 LGT가 진입해 봐야 가입자 총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같은 개념에서 외국인이 50조원 정도의 한국 국채를 투자하고 있다면 WGBI를 큰 변수로 볼 수 있지만, 이미 200조원 넘게 투자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미 상당수 외국인이 필요에 의해 한국 국채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WGBI 이슈로 인해 새로운 돈이 대거 들어온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정부가 말하는 외국인의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채권시장이나 외환시장 안정 논리는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어차피 투자를 위해서 쓰이는 돈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외국인의 투자 편의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이 연구원은 "원화가 역외에서 결제되거나 원화물이 해외에서 거래되지 않고, 외화조달에 있어서 국내기관에 대한 규제가 많다"며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는 규제차익을 노린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과거 선물환과 부채스왑 규제 등으로 외국인이 2년짜리 채권을 쓸어담은 적도 있었다. 당시 외국인은 손쉽게 금리 차익을 먹었을 수 있었지만 2,3년 구간 왜곡 등으로 국내 플레이어들은 상당히 고생하고 금리 변동성만 커졌던 사례도 있다.

이 연구원은 따라서 "외화 조달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거나, 그렇게 못한다면 외평기금이나 외자운용원에서 국내 외화자금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지금 지수 편입만 내세우는 것은 외환, 채권시장 구조가 변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WGBI, 9월 편입 가능성과 편익...과장된 부분은 없을까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기재부

자료: 기재부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