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18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은행사태 진정 후 불라드가 제시한 방향...각국 중앙은행 독자적 움직임 강화할까

  • 입력 2023-03-29 11:04
  • 장태민 기자
댓글
0
사진: 짐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출처: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사진: 짐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출처: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 시기에 큰 방향성을 제시해왔던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은행사태' 처리 후 매파적인 통화정책 방향을 밝혔다.

불라드는 금융 스트레드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당분간 금리인상 지속 의지를 피력했다.

영란은행 총재도 은행시스템 우려를 과장하지 말 것과 함께 인플레 제어 의지를 다졌다.

■ 연준 방향 제시자 불라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별도 대응 가능...3번 더 올리자"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28일 "적절한 통화정책을 지속해 인플레이션을 낮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라드는 "적절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지속함으로써 금융시장 스트레스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자신했다.

불라드는 지난주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25bp 상향 조정한 5.625%로 제시한 바 있다. 앞으로 3번 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이슈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불라드는 둘을 별도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금융시장 스트레스는 최근 은행들 파산과 유동성 위기 등이 발생한 이후 가중돼 왔다. 그렇지만 거시건정성 정책 대응은 빠르고 시기적절하게 이뤄졌다"면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리 인상은 은행 스트레스가 아닌 인플레이션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 중앙은행업자들, 금리는 금리대로 더 올리고 조사는 조사대로 하자

영국에선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가 인플레 제어 노력을 강조했다. 이번 은행사태를 과장하지 말자는 입장을 보였다.

베일리 총재는 "글로벌 은행시스템 건전성 우려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분간 물가를 억제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SVB, CS 사태 등으로 은행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이 문제 때문에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통화정책가들은 또 최근 은행사태가 '개별 기업' 문제 성격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의회 등에서 '연준의 에러'을 지적하기도 했으나, 연준은 개별 은행의 경영 실패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연준은 또 자신들이 미리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 바도 있다고 했다.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담당 부의장은 28일 상원 은행위 출석을 앞두고 "연준은 2021년 초부터 SVB의 위험 관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작년 10월에는 은행 고위 경영진에 이를 경고하기도 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은행시스템은 자본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해 문제 없다고 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경영 실패와 관련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는 SVB와 시그니처 은행 파산과 관련해 은행의 고위급 임원들이 위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조사하는 중이다.

경영 실패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이번 사태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지도 유의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위험에 대비하라고 언지를 줬다.

제퍼슨 연준 이사는 "이번 사태로 인해 대형은행으로의 예금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소규모 기업들과 은행들에 추가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 의회는 은행사태가 후 예금자보호와 관련한 가인드라인 재설정을 논의 중이다. 도덕적 해이 문제 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일단 무이자 거래 계좌에 대해 예금보험한도를 높이는 게 무난하다는 평가 등이 제기됐다.

■ 인상사이클 후반부에 닥친 은행사태...주변부 중앙은행들 독자성 강화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 후폭풍이 한차례 몰아친 상황이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적극 올렸던 주변부 국가 중앙은행들도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역사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대비가 덜 된 주변부 국가가 큰 피해를 입은 경우도 많았던 가운데 이제 각자의 체력에 맞는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미국과 유럽 은행들에서 불안이 나타나면서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오히려 비둘기파적 태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면 금리차 문제 때문에 주변국들이 더 올려야 할 수도 있지만 그간 올린 금리 수준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다가는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것이다.

물가 둔화 등 여건만 받쳐주면서 통화정책의 독자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 총재 말대로 당장 CPI가 4%대 중반 이하로 둔화될 수 있고, 2분기엔 전월세나 에너지 기저효과가 작용한다"며 "여기에 우리 역시 금융안정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판이어서 금리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이든 한국이든 금리를 올릴수록 부작용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B 딜러는 "미국에서 다시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하지만, 추가적으로 아무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하지만 금리를 더 올리면 이번 은행사태와 같은 이벤트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추가 인상에 욕심을 내면 낼수록 급하게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불라드 총재의 말처럼 연준이 계속 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 있다면, 우리도 부담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C 딜러는 "그간 글로벌 채권시장은 금리 인하 시기를 보고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인상을 재개하고 높아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우리 시장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D 딜러는 "은행위기 이후 각국의 독자적 통화정책 주장은 좀 과도해 보인다. 우리는 IMF를 겪어서 트라우마가 있는데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하겠느냐"라며 "우리도 큰 그림에선 (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올해들어 1월 강세장, 2월 약세장, 3월 강세장에 이어 다가오는 4월은 다시 약세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