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3-28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은행사태 진정 후...'금리 되돌려야' vs '이미 판 바뀌었다'

  • 입력 2023-03-28 11:1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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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퍼스트시티즌스의 SVB 인수를 알리는 FDIC 보도자료

자료: 퍼스트시티즌스의 SVB 인수를 알리는 FDIC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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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글로벌 은행 사태가 일단 진정 국면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간밤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안전선호가 퇴조하고 위험선호가 힘을 받았다.

국내 채권시장에선 최근 급하게 달렸던 금리가 더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판 자체가 바뀌었다는 관점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급격히 금리를 인상한 부작용을 확인한 만큼 이자율 시장은 금리 상승의 한계도 감안하면서 상황 변화를 주시하는 중이다.

■ 진정된 은행사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는(FDIC)는 27일 퍼스트시티즌스가 165억달러에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FDIC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퍼스트시티즌스에 700억달러에 달하는 크레딧 라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SVB의 자산규모가 700억달러 남짓인 상황에서 매입가격은 자산가치 대비 77% 할인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지역은행 사태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동시에 이번 사태가 은행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SVB의 경영 실패를 전체 시스템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은 "미국 은행시스템은 안전하고 견고하다"면서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 당국자들도 은행 시스템 등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간밤 도이체방크 주가가 6.2% 뛰는 등 상황은 은행사태 진정 쪽으로 흘러갔다.

크레딧스위스 사태 이후 불똥이 도이체방크로 옮겨 붙는 듯 했지만, 지금은 시장의 평가가 과도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구조조정을 통해 2020년부터 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CET1 비율도 13.4%로 높다. 최근 수년간 늘 부실한 공룡으로 평가받았던 크레딧스위스와는 다르다.

■ 美금리 10년 4%, 2년 5% 넘었을 때 발생한 은행사태...금리 급락 후의 되돌림

미국 은행사태는 때 마침 미국채10년물 금리가 거의 4%에 도달했을 때 발생했다.

미국채 금리는 8일 3.9902%를 기록한 뒤 다음 3거래일간 각각 8.12bp, 20.55bp, 12.84bp 급락했다.

당시 미국10년 금리가 4%에 거의 도달했다가 3일만에 3.5%대로 급락한 것이다. 이후 급등락을 지속했으며, 지난 주말엔 3.3743%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은행 사태 진정으로 간밤 16.03bp 뛰어 3.5346%에 자리했다.

통화정책에 예민한 2년물 금리의 진폭은 더욱 컸다.

미국채 2년물은 8일 5.0658%까지 뛰어오르면서 5%를 넘긴 뒤 다음 3일간 109.36bp 폭락하면서 3.9722%로 낮아졌다. 특히 13일엔 무려 61.82bp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급등락을 지속하면서 지난주말엔 3.7751%로 레벨을 낮췄다가 간밤 은행사태 진정 분위기로 22.22bp 뛴 3.9973%로 올라왔다.

은행사태 진정으로 금리가 큰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은행사태가 본격화되기 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가 있다.

■ 작년 과격한 금리인상 부작용 확인...온전히 은행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워

은행 사태가 진정되면서 금리가 되돌림될 수 있으나 이전의 고점으로 회귀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일단 연준 역시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물가만 쳐다볼 수 없게 됐다.

미국, 유럽 등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한국은행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측면도 있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은행사태로 인해 중앙은행 사람들이 상당한 경각심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SVB처럼 모르는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나 미국 모두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이례적인 속도로 금리를 올렸으며, 이번 은행 사태를 통해 상당한 두려움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에선 상업용 부동산, 한국에선 부동산PF에 대한 우려 등이 잠재해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또 다른 곳에서 또 나오지 않을지 경계감도 이어지고 있다.

■ 은행사태 진정...금리 되돌림 필요성을 보는 관점

일단 은행 사태 진정에 따라 최근 금리 급락분이 어느 정도 되돌림될지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도 보인다.

국내 국고3년과 10년 금리는 은행 사태 전 3.9%에 근접하기도 했으나 최근엔 3.1%선 근처까지 내려오는 모습도 보였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은행 사태를 계기로 국내 시장금리도 2차례의 금리인하를 반영했는데, 이런 과도했던 움직임은 좀더 되돌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금융안정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사태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렸다"고 지적했다.

은행 유동성 경색 우려에도 연준과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25bp 올렸고 ECB와 SNB 등은 50bp 인상했다.

금리 반등을 거론하는 사람들은 은행 사태가 진정되면서 중앙은행이 인플레 관리에 다시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국고3년 등의 금리가 (기준금리인) 3.5%선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사면서 가격 관리를 하지만 월초 등 머지 않은 시점에 금리가 급반등할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분기말 가격 관리 중이다. 통상 4월초엔 가격 오버슈팅에 대한 대한 반작용이 있었다"면서 조만간 금리가 뜰 것으로 봤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선물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동맹을 형성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런 움직임은 곧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은행사태 진정...당장 급한 불 껐을 뿐?

하지만 이번 은행 사태를 통해 금리 흐름이 바뀌었으며, 은행 사태가 진정되는 모습에 속아선 안 된다고 관점도 보인다.

미국과 국내 모두에서 이런 시각 역시 적지 않다.

제프 건드락 더블라인 캐피탈 CEO는 "미국 경기침체가 곧 시작될 것"이라며 "연준이 연내 2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레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는 3월 FOMC 회의 경제 전망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드러났다면서 "인플레가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이번 은행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 것이란 전망들도 나온다.

D 운용사 매니저는 "미국 금융시스템 문제는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문제 봉합을 해결로 볼 수 없다"면서 최근 금리 급락 반작용이 나오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 채권운용자도 "미국에서 당장 급한 불이야 껐지만, 향후 상황이 진정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예금 빠져서 MMF로 많이 갔다. 은행들은 예금금리 올려야 할 것이고 그러면 또 뭔가 투자를 해야 하지만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쪽은 해결의 기미가 없다. 지금은 무슨 이벤트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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