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3-29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CS 사태, UBS 합병으로 귀결...급격한 금리인상 뒤 약해진 고리들

  • 입력 2023-03-20 11:2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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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주말 크레딧스위스 사태가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 1위 은행 UBS가 파산 위기에 놓인 크레디스위스(CS)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인수가액은 30억 스위스프랑(32.5억달러, 4.2~4.3조원)이다.

현지시간 19일 UBS와 CS는 스위스 베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합병 사실을 알렸다.

UBS가 존속법인이 되고 주당 인수가격은 0.75스위스프랑으로 결정됐다. 따라서 CS 주주들은 22.48주 당 USB 주식 1주를 받게 된다.

지난 17일 종가(1.86스위스프랑)를 기준으로 본다면, 일단 UBS는 상당히 싸게 인수하는 모양새다.

당초 UBS는 CS 인수금액을 1주당 0.25프랑으로 해서 10억달러로 거저(?) 먹겠다는 입장을 보여 CS 이사회는 거절했다. 이후 0.75프랑이라는 가격이 결정된 것이다.

■ 순식간에 결정된 CS 인수와 유럽 최대은행의 탄생

지난 16일 CS는 스위스국립은행(SNB)으로부터 최대 540억달러(500억 스위스프랑)를 차입해 유동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우선순위부채 환매를 통해서 30억프랑 가량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SVB가 이달 초 갑작스런 파산을 맞은 상황에서 CS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 이러자 스위스 당국이 보다 신속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까지 나서 빠른 해결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은 "17일 유동성 유출과 시장 변동성을 보게 되면 시장 심리를 회복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신속하게 상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이라며 해결책은 UBS가 CS를 인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결론 내리자 스위스중앙은행 SNB와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각각 성명을 내놓았다.

SNB는 UBS가 CS를 인수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 상당한 수준의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으며, FINMA는 UBS의 CS 인수안을 승인한다고 했다.

이후 재무부 등 금융당국은 "SNB는 연방디폴트보증 지원을 받는 1000억프랑 규모 유동성을 UBS에 제공하는데 합의했다. 또한 UBS가 특정 포트폴리오 자산 손실분 가운데 처음으로 50억프랑 손실이 발생한 이후로 90억프랑 규모까지 손실분을 보증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160억프랑 규모의 CS AT1(Additional Tier1)은 상각 처리하기로 했다.

빠르게 합병이 결정되면서 유럽 내 최대 규모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UBS는 총자산 규모가 1.1조달러이고 CS는 5,750억달러 규모다.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이번 UBS의 CS 인수안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 규제와 거버넌스와 관련된 제한을 없애는 긴급법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 의회도 투표가 비록 6개월안에 개최된다고는 해도 결국 이번 인수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했다.

■ 약한 고리였던 CS, 결국 UBS에 인수

CS위기는 2021년 그린실캐피탈과 아케고스캐피탈 투자 실패에서 비롯됐다.

우선 2021년 3월 아케고스 사태는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꽤 알려져 있었던 빌황이 개입돼 주목을 끌었다.

당시 크레딧스위스는 미국 헤지펀드 고객 한 곳이 마진콜을 불이행한 탓에 1분기 중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빌황은 원금보다 훨씬 큰 돈을 빌려 레버리지 투자와 롱숏 전략을 즐겼다. 하지만 빌황의 투자 실패는 안 그래도 그린실캐피탈에 대한 투자 실패로 위기에 빠졌던 크레딧스위스의 평판에 더욱 흠집을 냈다.

그린실캐피탈은 공급망 금융으로 승승장구하던 회사였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몰린 뒤 2021년 3월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됐다. 크레딧스위스는 이 회사에 10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뒤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뒤 곧바로 아케고스 사태까지 얻어맞아 제2의 리먼 브라더스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후 계속해서 영업의 어려움을 받다가 미국 SVB 사태가 난 뒤 최근 다시 '약한 고리'로 주목 받다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지난 15일 CS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출자를 거부한 뒤 유동성 위기로 발전했으며, 결국 지난 주말 스위스 당국이 빠르게 대처하면서 위기를 봉합한 것이다.

■ 금리인상 뒤 약해진 고리들...주목 받는 FOMC 결정

스위스 FINMA가 UBS의 CS 인수를 승인한 뒤 미국 연준과 재무부, 영란은행 등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연준은 달러 유동성에 숨통을 틔워주는 대책도 내놓았다. SNB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 매일 통화스왑을 공급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이제 FOMC를 앞두고 연준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져 있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이나 CS 사태 등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의 반작용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연준 책임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SBV, CS 사태는 금리인상이 약한고리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으며, 앞으로 통화긴축은 더욱 살살 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들도 나온다.

지난해 연준 등의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ALM 관리를 잘못하거나 과도하게 채권에 투자한 회사들이 추가적으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종합분석실장은 "미국 당국의 시장안정 조치, ECB 금리인상 등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FOMC의 25bp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면서 "다만 최근 SVB 사태 및 크레딧스위스 불안 경험 등으로 일부에서는 금리 동결 의견도 제기하고 있어 유동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FOMC 회의 결과문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금리인상 경로 및 최종금리 수준 △물가 및 경제 평가 △은행권 불안에 대한 평가 △QT(양적긴축)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점도표에서 정책금리 전망치가 어떤 방향으로 조정될지(12월 5.1~5.4% 전망) 여부, 경제성장률 전망치(12월 올해 0.5%, 내년 1.6% 전망) 조정폭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금리인상 뒤 약해진 고리들...당국 조처 후 위험선호 재개 기대감까지

주말 UBS의 크레딧스위스 인수가 발표됐다. 또 연준과 5개 중앙은행의 달러스왑 확대를 통한 유동성 지원 공동성명도 발표됐다.

연준 등 각국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치에 따라 주초 글로벌 은행권 불안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에서도 퍼스트시티즌스가 SVB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해 크게 취약해진 은행들의 구제가 힘을 받은 상황이란 평가도 보인다.

주말 조치로 인해 일단 위험자산은 방어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주 초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채 금리는 오르고 있으며, 주가지수도 급락의 위험에서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위험선호 재개 가능성을 거론하는 모습도 보인다.

문남중 대신증권은 연구원은 "UBS의 CS 인수로 리스크의 유럽 은행권 및 금융산업 전체로의 전이 가능성은 일단락되며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주가는 안도하면서 Risk-On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SVB, CS로 번지는 전세계 금융불안은 각국 금융당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신속한 정책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해결모드로 진입하고 있다"며 "CS 위기감 고조는 SVB 사태가 가져온 나비효과 중 하나지만 유럽 은행권 및 금융산업 전체로 파장이 전이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 금리인상 뒤 약해진 고리들..."향후 금리인상의 한계" vs "땜질 후엔 할일 해야"

이번주 FOMC에선 기준금리 25bp 인상 전망이 강하다.

일단 은행 사태에 대한 각국 금융당국이 적극 대응하면서 향후 긴축 강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번졌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불과 얼마 전까지 FOMC 50bp 인상을 거론하다가 지금은 동결, 인하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당장 이번주 연준의 2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으나 급격한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만큼 앞으로 연준의 긴축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CS 위기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ECB가 50bp 인상했다. 연준은 이번주 동결보다 25bp 인상을 택할 것"이라며 "하지만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최종금리 수준은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SVB 자산구성은 55% 가량이 국채 등 채권이었고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으로 급증했던 미실현 손실을 실현하는 과정이 도화선이 됐다"면서 연준이 금융안정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풀이했다.

다만 각국 금융당국이 빠르게 땜질을 한 만큼 과도하게 연준의 스탠스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칙적으로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펀더멘털에는 금리 정책으로, 금융 불안에는 한시적 유동성 공급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영란은행은 정부 실패를 경험한 뒤 한시적 무제한 양적완화 이후 금리를 올렸고 한국 역시 레고랜드 사태 대응 후 금리를 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은 BTFP 기구 설립을 통해 이미 유동성 공급을 실시했고 재할인 창구를 통해서도 대규모 자금을 공여했다"면서 금리인상을 멈추기 어렵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기존 인상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은행발 불안은 보조 정책 도입을 통해 안정을 꾀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동결은 오히려 시장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방기금선물에 반영된 기준금리 경로를 보면 6월부터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100bp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은 SVB 사태가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S&L) 사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와 같이 위기의 시작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라며 100bp 인하 반영 등은 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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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크레딧스위스 합병 관련 UBS 입장 발표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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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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