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6 (금)

(장태민 칼럼) 우에다 시대와 저무는 아베노믹스

  • 입력 2023-02-13 14:4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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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은행 전경, 출처: 일본은행

사진: 일본은행 전경, 출처: 일본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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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후반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전 일본은행(BOJ) 심의위원의 총재 내정 소식이 보도됐을 때 시장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달러/엔 환율이 131엔대에서 129엔대로 급락하고 장기금리는 뛰고 주가지수 선물은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차기 일본은행 총재 후보자가 10일 일본 기자들 앞에서 "일본은행의 현재 정책이 적절하다"고 말하자 시장은 한숨을 돌리면서 가격변수를 복귀시켰다.

우에다는 일단 자신이 갑작스런 변화를 선호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우에다 후보자는 또 현재 인플레이션율은 4%에 이르렀지만 전망을 고려할 때 '통화 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까지 표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가 추구할 초완화정책 관련 변화를 주시할 수 밖에 없다.

■ 의외의 결정...'아마미야' vs '우에다'

그간 금융시장은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BOJ 부총재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뒤를 이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미야 부총재는 이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누가 상대적으로 더(덜) 완화적 성향이냐는 놓고 변동성을 보인 것이었다.

아마미야 부총재는 그간 상당히 도비시한 인물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만큼 아마미야가 낙마(혹은 고사)한 뒤 우에다가 차기 총재로 지목되자 금융시장에선 순간적인 엔화 급등, 금리 상승,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

시장이 일단 우에다의 '상대적' 매파성에 주목한 것이지만 그의 '해명'이 일단 가격변수를 되돌렸다.

사실 우에다 후보자 역시 도비시한 편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많았다.

우에다는 동경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가 지난 1998년~2005년 BOJ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당시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등에 관여했다.

아울러 젋은 시절부터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우에다는 미국 MIT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 스탠리 피셔 교수 아래에서 논문 지도를 받았다. 피셔는 연준 부의장을 지낸 유명 경제학자다.

우에다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그의 주위엔 양적완화를 공부하던 '헬리콥터' 벤의 그 유명한 벤 버냉키도 있었다. 양적완화에 일각연이 있었던 두 사람은 동시대에 피셔 교수 아래에서 배웠다.

이런 개인사 등을 감안할 때 우에다를 도비시한 인물로 판단하는 시각에 크게 이상한 점은 없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우에다의 BOJ 총재 발탁 소식 이후 "우에다는 일본의 버냉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우에다는 온화한 학문적 발언을 잘 하지만 결단력도 소유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 우에다의 비둘기 흔적...그러나 초완화적 정책 관련 '변화의 속도' 주목

사람들은 차기 BOJ 총재 우에다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현재의 초완화정책에 칼질을 할지 주목한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매우 복잡한 문제가 우에다를 기다리고 있다. YCC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순 없는 만큼 그의 능력이 시험받게 됐다"고 했다.

사실 우에다가 도비시한 성향임을 나타내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우에다는 BOJ에서 일할 때 포워드가이던스를 활용해 장기금리를 유지하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수많은 정책수단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지난 2000년 BOJ 이사회가 전년도에 도입된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하기로 했을 때 우에다는 회의 전날 밤까지 반대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경제가 리세션에 진입했으며, BOJ는 섣부른 정책 정상화와 관련해 비난을 받아야 했다.

금융시장은 비교적 최근인 작년 7월 우에다가 니혼게이자이에 쓴 기고문을 떠올렸다.

당시 우에다는 BOJ가 졸속적인 긴축은 피해야 하며, 여전히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기 위해 갈 길은 멀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YCC도 언젠가 손 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 글에서 우에다는 "금융완화의 틀이 예상 이상 장기화돼 향후 어느 시점엔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우에다가 원하는 완화 지속이 '지금의 초완화적 정책'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우에다가 지금의 초완화 정책을 '시간을 갖고' 조절할 수 있다는 예상은 합리적이다.

■ 끝을 향해 다가가는 아베노믹스 시대

지금의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2013년 4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임명했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잃어버린 20년'을 타개하기 위해 구로다를 앞세웠다.

그리고 구로다는 역대 최장기간인 10년간 일은 총재를 역임한 인물로 일본 통화정책 역사에 남게 됐다.

구로다를 도와 초완화적 정책에 골몰했던 아마미야 BOJ 부총재도 총재 자리를 고사했다. 아마미야는 '아베노믹스 금융정책에 적극 관여했기 때문'에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오는 4월 8일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면 '길었던' 아베노믹스의 역사도 저물게 된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 당시 '화살 한 개는 쉽게 부러지지만 세 개를 부르뜨리긴 어렵다'는 일본 무사 집안의 전설을 거론했다. 이 얘기는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축이 됐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정책과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확장 재정, 규제 완화와 공격적인 성장 전략 추진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대표되는 이론이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가장 막강했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설 수 있다.

지난해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를 대폭 올리는 와중에서도 '아베노믹스의 상징' 구로다 총재는 일본의 제로 금리와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했다. 그 여파로 달러/엔 환율은 31년만에 가장 높은 150엔대로 급등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일본이 변하지 않은 데 따른 여파였다.

신임 총재 후보자 우에다는 과거 상당히 유화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지만 구로다와 함께한 아마미야에 비해선 좀더 중립에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임 총재 후보자 역시 금리인상과는 거리를 뒀지만 적어도 10년물 금리를 고정시키는 것과 같은 행위는 투기 세력의 공격 타겟이 될 수 있어 적절치 못하다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2023년 일본은 통화정책 지휘 체계와 관련해 새술은 새부대에 담기로 했다. 구로다의 '10년 장기집권' 체제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아베노믹스의 흔적도 차츰 옅어지고 있다. 일본과 주변국, 그리고 각국 금융시장은 일본이 역사상 처음 맞이하는 경제학자 출신 BOJ 수장이 선택할 변화의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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