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6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2년 경상수지 성적표...그리고 23년

  • 입력 2023-02-08 11:1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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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성적표가 공개됐다.

무역수지 적자 행진에서 추론할 수 있었듯이 한국 경상수지는 흑자폭을 대폭 축소했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독일, 일본처럼 한국 역시 경상 흑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나마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다.

■ 22년 경상흑자 대폭 축소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및 2022년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298.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852.3억달러 흑자)에 비해 흑자폭이 554.0억달러 축소된 것이다.

경상수지 항목 중 상품수지 흑자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상품수지 흑자는 150.6억달러로 흑자폭이 2021년(757.3억달러)에 비해 606.7억달러나 축소됐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6,094.6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409.9억달러 늘었다.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석유제품, 승용차, 반도체 등이 수출을 주도했다.

하지만 수입이 더 큰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수입(FOB기준)은 1,016.6억달러나 늘어나 6,754.0억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수출처럼 역대 최대 규모다.

원자재 수입 가격 급등 영향으로 수입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내수 회복으로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늘어난 부분도 수입 규모 확대에 기여했다.

서비스수지는 55.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적자폭이 전년보다 2.6억달러 확대됐다. 서비스수지 중 운송수지는 131.2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2.6억달러 확대됐다. 역대 최대다. 운송수지 중 운송수입은 수출화물운임이 상반기 중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크게 증가했다.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는 79.3억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9.0억달러 확대됏다.

본원소득수지는 흑자폭이 34.4억달러 확대돼 228.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이며, 여기엔 배당소득수지가 큰 기여를 했다. 배당소득수지는 144.4억달러 흑자로 흑자폭이 48.6억달러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 흑자규모도 역대 최대다.

■ 22년 경상 흑자 축소 평가와 과제

지난해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에너지 수입국들은 경상수지 흑자 축소, 혹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한은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 '선방'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축소됐으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김 부국장은 "상품 수출 역대 최대규모도 의미가 있다"면서 "경상흑자 축소는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상품 수출 기반을 더 다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컨대 수출 품목과 수출국 다변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경상수지 흑자 유지에 기여한 본원소득수지 흑자 등은 상황을 좀더 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부국장은 "본원소득수지 흑자 확대는 12월 해외법인들의 배당 수입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고 이는 몇달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 계속

국제수지표를 보면 지난해 직접투자는 484.1억달러로 21년(439.4억달러)에 비해 증가했다.

자산 직접투자는 664.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2021년의 660.0억달러를 소폭 경신한 것으로 국내 대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출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부채에 대한 투자는 180.0억달러로 2021년(220.6억달러)에 비해 축소됐으나 자산투자가 늘어나 직접투자 덩치는 좀더 커졌다.

지난해 각국의 금리 인상 등 투자 환경이 좋지 않아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모두 줄었다.

우선 내국인 해외주식투자는 일반정부와 개인들을 중심으로 늘었다. 자산 사이드의 해외증권투자를 보면 2021년 784.5억달러 증가한 뒤 22년엔 456.4억달러 늘었다. 주식투자가 2021년 685.3억달러 증가한 뒤 22년엔 406.0억달러 증가했다. 부채성 증권은 21년 99.2억달러 늘어났고 작년엔 50.4억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증권투자는 2021년 590.9억달러 늘었으나 작년엔 202.5억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리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나 채권투자는 장기채권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는 2021년 149.6억달러 감소한 뒤 지난해엔 47.5억달러 축소됐다. 부채성증권은 2021년 740.5억달러 늘어난 뒤 지난해엔 250.0억달러 증가했다.

■ 최근 경상수지 성적표는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중이다.

경상수지는 작년 11월 2.2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12월엔 26.8억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전년동월에 비하면 36.9억달러 감소한 수치다.

상품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중이다. 상품수지는 11월 10.0억달러 적자 이후 12월에도 4.8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3개월 연속 적자다.

최근 지속되는 한국 상품수지 적자 흐름은 이례적인 것이다.

한국은행은 상품수지 3개월 연속 적자는 1996년 7월부터 10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처음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당시 적자 흐름을 지속한 뒤 현대사 최대 위기를 맞아 1997년 말 IMF에 경제주권을 내주기도 했다.

최근 수출의 어려움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반도체, 철강 등의 부진이 영향을 주고 있다. 수출은 4개월 연속 전년비로 감소했다.

작년 12월엔 수입도 2년만에 전년동월대비로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자본재와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줄었다.

최근 본원소득수지 중 배당소득수지 급증이 눈에 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 등으로 배당소득수지는 12월에 44.9억달러 늘었다. 이는 전년 12월의 27.8억달러 흑자폭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다만 해외여행 급증으로 여행수지는 적자를 키우고 있다. 12월 중 여행수지는 11.4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서비스수지 적자(13.9억달러) 확대에 기여했다.

그간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우려를 경상흑자가 커버해 주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식의 평가가 많았다. 다만 당분간 경상 흑자, 적자 여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김영환 한은 부국장은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서 매달 경상수지 흑자, 적자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불확실성 속 당국은 '상반기 어렵고 하반기 좋아진다'

이런 가운데 한은, 기재부 등 당국은 상반기 수출 어려움 등이 이어지나 하반기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수출과 투자 등 우려 경제 여건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신설해 격주 단위로 수출과 투자여건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하반기엔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경제의 정상화 등도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경기 반등의 시기를 최대한 당겨본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경기의 경우 상저하고, 물가의 경우 상고하저를 예상하고 있다. 채권시장 등에선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는 둔화될 수밖에 없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을 11월 전망인 1.7%에서 더 낮출 계획이다. 물가의 경우 연초 5% 수준에서 연말로 가면 3%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수출 상저하고, 물가 상고하저 예상 상황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며 "최근 미국, 유로존 경기가 예상보다 좋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욕심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딜러는 그러나 "올해 성장률 1%대 이하 전망에서 하반기엔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며 "늦어도 11월 정도면 인하가 없더라도 인하 뷰가 대세로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수출 부진 속에 최근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확인한 가운데 2개 분기 연속 둔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와 한은도 올해 상반기 경기 어려움을 인정한 가운데 향후 바뀔 수 있는 사회 분위기도 간과할 수는 없을 듯하다.

한은의 한 직원은 "금통위가 혹시 금리를 더 올릴 생각이 있더라도 4월에 나올 1분기 성장률 수치가 잘 나와야 한다. 하지만 마이너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만약 2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나타나면 온갖 군데서 죽는다는 목소리를 낼 것이어서 통화당국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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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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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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