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19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놀라운 美고용지표, 통화정책 전망 흔들며 시장금리 되돌림 견인

  • 입력 2023-02-06 10:4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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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0시39분 현재 국채선물 가격과 국채, 스왑 금리...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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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국내외 채권 금리가 대폭 상승했다.

미국 고용 데이터, 서비스업 지수가 예상보다 훨씬 양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준의 긴축 지속에 힘이 실렸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 등도 타격을 입었다.

특히 올해 들어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한 뒤 양호한 고용지표를 확인한 탓에 이날 금리 상승폭은 상당히 두드러졌다.

■ 美 고용 서프라이즈...그간 금리 급속히 올렸는데도 놀라운 수치

미국 노동부의 3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51.7만명 증가했다. 예상치는 18.7명 증가였다.

1월 실업률은 3.4%로 전월 3.5%에서 하락했다. 이는 1969년 5월 이후 가장 낮다. 예상치는 3.6% 수준이었다.

실업률은 무려 54년래 최저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역사적으로 가장 강한 고용을 이뤘다"면서 치적을 홍보하는데 활용했다.

1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대비 4.4% 각각 상승했다. 예상치는 각각 0.3% 및 4.3% 수준이었다.

그간의 금리 인상에 따라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난 게 아니라 오히려 금리를 올려도 견조하다는 점을 알려줬다.

레저·숙박 부문에서 12.8만명이 증가해 가장 뚜렷한 고용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서비스, 건강관리 그리고 공공부문 서비스에서도 고용이 견조했다.

고용지표는 리세션이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렸으며, 올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타격을 입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고용지표로 인해 연준이 3월 이후에도 추가 금리 인상 신호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지표 발표 뒤 메리 데일리 샌프라인스코 연은 총재는 "1월 고용지표는 놀라운 수치를 보였다"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 美 고용, 정책전환 기대감 되돌려...임금 둔화 유효하나 CPI 확인해야

시장에서도 고용 호조로 인해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연준이 노동시장 불균형 장기화, 혹은 노동시장 과열 방지를 위해 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1월 고용지표와 같은 날 발표된 ISM 서비스업 지수도 55.2로 컨센서스(50.5)와 전월치(49.2)를 대폭 상회했다. 이런 결과치들은 경기 하방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이런 경제지표들은 미국 리세션 전망에 기반한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되돌렸다.

다만 고용지표 상에 나타난 임금 상승률 둔화 흐름은 조만간 금리 인상을 종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유지시켰다. 아울러 CPI 등 물가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졌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대비 0.3% 상승하여 12월(0.4%, 상향조정) 대비 둔화됐다"며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 둔화 흐름은 주거비 제외 서비스 인플레 하향 안정화 요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주간 근로시간 증가에 따른 주간 평균임금 상승률의 확대(12월 3.6%, 1월 4.7%)와 향후 시간당 임금상승세 확대 유발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따라서 3월 연준 결정을 가늠하기 위한 2월 고용과 1~2월 CPI가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디스인플레에 기반한 3월 인상 후 중단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CPI 지표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 호조에도 임금 안정세가 이어지는 만큼 추가로 긴축가속화 가능성은 부재한다"면서도 "구조적 임금 상승 압력이 해소되지 못한 만큼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우세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속적인 고용 수요를 추적해야겠으나 1월 고용지표만 고려하면 금융시장이 기대한 5월 금리 인상 중단 기대는 일부 되돌려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파월은 2월 FOMC에서 상품 부문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확인되고 있으며, 주거 부문도 둔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주거 제외 서비스물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아직 임금과 물가 간의 악순환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용지표에서 확인된 임금 둔화에 안도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월 고용지표로 임금과 물가 간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증가했다. 연준의 강한 긴축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은 둔화가 확인되고 있지 않으며, 2022년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실질 임금 증가세도 플러스로 전환됐기 때문"이라며 "실질 임금이 플러스로 전환된 만큼 소비자들도 이전에 비해 지출 여력이 더 높아지면서 물가의 하락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ISM 지표에서도 보듯이 미국 경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견고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이자율 시장이 물가 반등에도 연준의 긴축 우려 완화에 집중했던 만큼 미국의 물가가 빠르게 둔화되지 않는다면 국내의 물가 우려는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이자율 시장, 빠르게 달린 데 따른 반작용

미국 고용과 서비스업 지표 발표 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2.55bp 급등한 3.5218%, 국채2년물은 19.47bp 폭등한 4.2989%를 기록했다.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이 수그러든 데 따른 반응이었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이 3월 인상 가능성을 거의 100% 반영했으며, 추가로 더 올릴 가능성도 30% 이상으로 늘어났다.

고용지표 호조에 따라 기준금리 상단이 5%가 아니라 5.25%로 상향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금리가 크게 뛰었다. 최근 CD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밑돈 가운데 그간의 금리 하락세가 가팔라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보였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1달 사이에 일자리가 2배 이상 증가하는 게 놀랍다. 미국은 마치 조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양호한 고용지표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는 "그 동안 시장이 과도하게 랠리를 벌인 데 따른 반작용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금요일 국고5년이 3.0%대로 진입하는 등 금리들이 크게 낮아졌으나, 미국 고용지표 여파로 국고채 금리들은 일제히 정책금리를 한 차례 낮췄을 때의 수준인 3.25% 위로 회귀했다.

다만 미국 금리가 큰폭 올랐지만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 매수가 국내 플레이어들의 숏커버를 불러 금리 레벨을 더욱 낮췄던 만큼 이들의 움직임은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선물 매매 영향력이 크다 보니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하다"고 했다.

한편 지금까지의 흐름이 금리 반등시 매수가 유효했다면서 이를 기회를 활용해야 할 때라는 진단들도 보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 연초 금리 하락 랠리에 국내 기관들의 채권 매수는 크게 늘지 못했다. 금리가 너무 빠르게 내려왔기 때문"이라며 "미국 고용 호조와 물가 하락 모멘텀 약화 등의 재료로 금리가 일시 반등할 때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경제는 PF리스크, 이와 연계된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내수 침체가 본격화되면 기준금리가 그나마 만들어주고 있는 공고한 금리 하단이 무너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자료: 미국 고용지표, 출처: 신한투자증권

자료: 미국 고용지표, 출처: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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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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