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3-29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내 강해진 비둘기파 목소리...그리고 금통위 의장을 압박하는 고민들

  • 입력 2023-02-01 14:3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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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금통위 내에서 비둘기파들이 상당부분 약진했다.

지난 2021년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인상사이클을 시작한 뒤 현재 금리 인상은 거의 끝이 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아울러 금통위 내 비둘기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금리인상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주상영 금통위원 외에 신성환 위원이 도비시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 '강경' 비둘기파와 최근 새로 생긴 동조자...신성환, 향후 비둘기파의 중심으로

주상영 금통위원은 2021년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소수의견을 남기며 반대했다. 그해 8월에 이어 11월에 추가 인상될 때도 반대했다.

2022년 1월 인상 때에도 주 위원은 반대했다.

4월 인상 때는 금리가 만장일치로 인상됐다. 그런데 당시 주 위원은 이주열 총재 퇴임에 따라 회의를 주재하는 '당번'이어서 소수파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다.

이후 주 위원은 자신의 물가 전망 등이 크게 빗나가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5월, 7월, 8월 그는 목소리를 낮춘 채 거역할 수 없는 인상 분위기에 묻어갔다.

하지만 10월에 7월에 이어 다시금 50bp를 올리려 하자 그는 25bp만 올리자면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때 그의 조력자가 등장했다.

10월 금리 50bp 인상 때 '신참내기' 금통위원이 주상영 위원의 편에 섰다. 신성환 위원이었다.

신 위원은 22년 7월에 금통위원이 된 사람으로 임기가 2026년 5월까지로 이창용 총재보다 더 길다.

다만 주상영 위원의 임기가 올해 4월로 끝나기 때문에 이제 비둘기파 대표 선수로서 신성환 위원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 비둘기파들, "한미 금리차 문제없다" 논리 내세우며 경기우려 목소리 키워

전날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 내 비둘기파들은 금리 인상 지속에 따른 경기 둔화를 우려했다.

아울러 한미 금리차 확대 문제가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비둘기파들이 볼 때 경기 둔화, 높은 이자 부담, 구매력 저하 환경에서 금리를 더 올려서는 안되지만, 한미 금리역전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으니 이를 무마시키는 논리가 필요했다.

이들은 따라서 내외 금리차가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거론했다.

과거 한미 정책금리는 최대 150bp까지 역전된 적이 있으며 당시 자본유출은 우려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이같은 경험칙이나 환율이 금리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과도한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내외금리차가 환율과 자본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간 성장 격차, 각국의 금융 상황, 주요국 대비 달러화 가치의 움직임 등 국가 고유 요인과 글로벌 공통요인 및 전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비둘기파들은 정책금리차 확대와 외환 부문의 불안정성을 직결시킬 필요는 없다면서 인상에 반대했다.

하지만 매파 금통위원 사이에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A 금통위원은 "추가적으로 한미간 정책금리 격차가 크게 확대되어 외환부문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향후 연준의 긴축에 대한 기대 조정과 중국의 리오프닝 전개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양방향으로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 흔들리는 매파들?

물가상승률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모습, 경기에 대해 한층 커진 우려, 부동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 등은 매파들의 입지에 흠집을 냈다.

매파들은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계속해서 물가 안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매파들도 경기 둔화 등을 우려하지만 섣불리 태세 전환을 해선 안된다는 입장도 보여주고 있다.

금리차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했던 A 금통위원은 "높은 가계부채가 중장기 성장동력을 낮추면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높이고 불평등을 확대하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실증적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최근 금리상승과 주택시장 부진의 영향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소폭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주요국 가운데 높은 수준"이라며 "중장기적 시계에서 금융안정을 도모하고 자본이 국민경제에 더 도움되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가계부문의 완만한 디레버리징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과 경기 악화 등을 감안할 때 25bp 인상에 찬성했던 위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커진 상태다.

B 금통위원은 "향후 기준금리 운영에 있어서는 물가상승률이 현재의 전망대로 둔화흐름을 이어간다면 실질금리의 상승에 따른 경기부진 및 금융안정 리스크 측면의 부담을 감안하여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금융시장이 기대하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경기 둔화를 이유로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해선 안된다는 입장도 보인다.

C 위원은 "이제 기준금리가 긴축적인 영역으로 진입한 만큼 앞으로는 기조적 물가압력을 제어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착을 유도하는 것이 정책 운용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당분간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흐름이 예상되나, 현재와 같은 높고 지속성 있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장세 둔화는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기반을 되찾기 위해서는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금융·외환시장의 상황, 성장 및 물가 전망, 주요국 통화정책의 전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빠른 시일 내에 목표수준 가까이 수렴될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시에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금통위 내 매파들 사이에서도 경기에 대한 우려 관점이 강화됐다. 아울러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붙은 모습이다.

하지만 매파들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 물가 상승률 둔화엔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감안해 현재 적극적인 태세 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는 않다.

■ 가장 글로벌 인지도 높은 한국 두 경제학자들의 걱정과 기대

의사록에 담긴 6명 금통위원들 목소리엔 가장 중요한 금통위원이자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는 경기, 물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금리 결정을 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해 물가에 높은 비중을 비중을 두고 금리를 올렸지만 올해는 이것저것 다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은 총재는 BIS 조사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현송 국장과 대담을 하면서 여러가지 걱정을 공유했다.

두 사람은 한국 경제학자들 가운데 국제적으로 가장 대중화된 인물이다. 한은 총재 임기가 만료될 때마다 후보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두 사람 중 이창용 총재가 먼저 한은의 수장에 오른 것이다.

이날 이 총재는 신 국장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통화당국 수장으로서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총재는 특히 국내외 시장금리가 통화정책 전환 기대를 반영해 최근 급락한 문제에 대해 신 국장의 의견을 물었다.

이 총재가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기대가 너무 빨리 반영된 것인가"라고 묻자 신 국장은 "금융시장엔 센티먼트가 반영된다. (빠르게 반영하는 금융시장 특성상) 센티먼트가 돌아서면 또 과잉 반응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처럼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의 여러 사람들이 염려하는 '높아진 금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물었다.

총재가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이자율이 더 안 올라가더라도 높게 유지되면 금융위기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질문하자 신 국장은 "가계부채는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신 국장은 더 나아가 기업부채, 정부부채도 문제라고 했다. 향후 글로벌하겐 정부부채 이슈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하반기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한국경제에 주는 이중적 문제 역시 고심거리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라 한국경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중국발 경기회복세가 유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이창용·신현송 두 경제학자 모두 중국 경제는 5%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이 총재는 4분기 중국경제가 예상치인 -2%가 아니라 제로 수준을 나타내 올해 중국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더 나아지는 5% 이상이 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다만 미중 분쟁 등을 감안해 한국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걱정했다.

이 총재는 미중 헤게모니 다툼을 고려해 "한국은 20년간 중국의 특혜를 입었다. 지금은 어차피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25%, 미국 의존도가 16% 정도 되는 상황에서 미중 분쟁은 한국경제에 큰 리스크다.

행사에 참여한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특히 "우리 반도체의 55%가 중국, 자동차의 40%가 미국에 의존한다"면서 "특정 품목의 리스크 노출이 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입장에선 물가 문제와 관련해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봐야 한다. 이 총재는 중국 리오프닝과 경기부양이 가할 수 있는 물가 압력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중국이 너무 빨리 회복되면 유가가 또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좋아져도 걱정, 나빠져도 걱정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 총재와 신국장은 또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면 미국·유럽 경제가 침체가지 가지 않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했다.

신 국장은 작년 유로화, 엔화 표시로 원자재가 많이 오르고 경기 둔화가 빨랐지만 올해는 기존 우려보다 경기가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기도 했다.

■ 통화정책은 '열려 있는 텍스트'...주요 선진국 통화정책 결정과 경기·물가 흐름, 글로벌 정치 패권다툼 모두 변수

이 총재는 "우리도 연준, ECB의 결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총재는 "메이저 국가들의 금리 결정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걱정은 유가 흐름"이라고 했다.

유가 급등세는 꺾였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고 이 부분을 유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은은 현재 '성장과 물가의 상충관계' 심화에 따른 고민도 내보이고 있다. 이 부분은 미중 '패권 다툼'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창용 총재와 김웅 국장 모두 미중 패권 다툼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역시 상당히 크다는 점을 거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미국은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서방 세계 중심의 공급망 체계를 꾸리고 있다.

반도체 기술의 종주국 미국, 반도체 소재 강국 일본, 반도체 장비 강국 네덜란드 등 3국은 최근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반도체 삼각동맹' 구축을 위한 주춧돌을 쌓는 모습을 보였다. 비메모리 강국인 한국은 중국을 의식하고 있으며, 중국은 '서방 세계' 일원인 한국을 압박하는 중이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입장에서도 고민거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은 간부들도 이같은 정치적 변화에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가 공급망 문제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웅 조사국장은 "최근 분절화 외교와 안보적 요인이 맞물려 있어 공동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서영경 금통위원은 "조사국장이 수입 측면의 분절화 영향을 언급했는데, 성장과 물가의 상충관계가 심화될 수 있다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당장 경기, 물가 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통화당국자들도 크게 자신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단 연준·ECB의 결정, 그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반응을 봐야 한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신현송 BIS 국장 말처럼 미리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했던 국내외 시장이 FOMC 스탠스 등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금리 인상은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 언제 인하 환경이 조성될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참고> 1일 한은-대한상의 세미나 발표 자료

다음은 신현송 BIS 조사국장의 발표 자료 요약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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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국은행의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에 대한 발표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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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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