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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올해도 여지없는 정치권 추경 주장...연료비·공공요금 등이 추경 주장의 근거

  • 입력 2023-01-25 14:4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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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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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대규모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추경은 연례 행사였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거대 야당은 다시 연초부터 추경 편성 필요성을 웅변하는 중이다.

정치적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거대 야당이 '추경'이라는 이슈로 새로운 전선을 치려고 하지만 여당은 일단 진지하게 이 이슈를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야 불문하고 인기 영합주의에 물든 한국의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정부가 추경 이슈를 진지한 고려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점도 엿보인다.

■ '익숙한' 추경 주장...민주당 연초부터 30조원 거론

설 연휴가 끝난 뒤 민주당은 다시 추경 필요성을 거론했다.

여야 대치 국면에서 민주당은 연초부터 추경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는 25일 "우리가 30조원 추경, 또는 30조 지원예산을 얘기했다. 정부와 여당이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고 특히 최근 난방비로 고통 받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추경 편성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5조원 규모의 핀셋 물가지원금을 얘기했다. 에너지 문제도 그 속에 포함돼 있다"며 "이번 난방비 폭등과 관련해 국민들의 더 큰 고통이 계속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추경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내세우는 근거는 경기 악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역대급 난방비 폭탄으로 온 동네 집집마다 비명이 터지고 있다. 코로나 대출 만기를 앞두고 설 특수를 노렸던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어 울상이고, 주택 대출이자로 밤잠을 설치는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에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다는 소속에 걱정만 태산"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1년 새 도시가스는 38.4%, 열 요금은 37.8% 급등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대중교통비 인상까지 줄줄이 대기 중이다. 300원 올린다던 서울의 버스·지하철 요금은 명절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400원 인상을 이야기하는 상황"이라며 다시금 국고를 활용하자고 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설 연휴 민심을 전하면서 '높아진 공공요금'에 고통받는 국민들의 삶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이런 서사를 추경 편성 요구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금리와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는데 실질 임금은 줄어들어 지갑이 얄팍해졌다"며 "가스요금, 전기요금, 대중교통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니 압박이 2배, 3배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한숨만 나오는데, 설상가상으로 올해 기업들의 경제 전망도 매우 어렵다"면서 정부가 '건전' 재정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30조원 규모의 긴급민생계획은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코로나 위기 이후 폭증한 부채 문제의 해결, 핀셋 물가지원금,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 고금리,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목청을 높였다.

■ 여당, 야당의 추경에 응할까...일단 '포퓰리즘 망령' 평가

최근 한파가 찾아온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난방비 급등을 내세우면서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 지도부는 2021년 12월에는 8만원 대였던 난방비가 작년 12월에는 15만원을 넘어선 사례, 12만원이던 난방비가 25만원으로 오른 사례 등 난방비가 2배로 뛴 가족들의 얘기를 거론하면서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난방비 외에도 각종 공공요금은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은 공공요금 인상과 추가 인상을 근거로 정부가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도시가스 요금이 작년 4월부터 14.2원에서 19.7원으로 4차례 인상되며 1년도 안 돼 5.5원, 38%가 올랐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최대 1.9배 인상할 계획이라고 하니 계획대로라면 2배 오른 요금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기요금 또한 올해 1월 1일부터 9.5% 인상되고, 분기마다 순차적으로 오를 예정"며 "도저히 못 살겠다는 원성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야당의 추경 주장에 대해 일단 포퓰리즘 망령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최근까지 '건전재정으로의 회귀'를 나라살림의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기조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아울러 민주당이 최근 수년간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상당부분 망가뜨린 것으로 평가한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연휴 마지막날인 24일 "민주당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포퓰리즘 정책을 부여잡고 국민을 현혹하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새해가 시작된 지 고작 20일 지난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이 불가피한 사안을 민생 프로젝트라며 내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일회성 현금지원에 불과한 정책이 경제를 살리는 만능카드라도 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중과세, 역차별 우려가 있어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재정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는 중"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나라 곳간을 거덜 낼 궁리만 했으며, 그 결과 국민들은 국가부채 1천조 원 시대를 억지로 맞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막무가내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의 부채는 급증했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반성은 없다"고 했다.

■ 한국 재정정책의 '전통'된 추경...채권시장, 갸우뚱하면서 미래 불확실성도 감안

최근 수년간 추경은 일상사가 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전염병 여파가 컸지만 그간 한국 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추경은 자연스러운 이벤트가 됐다.

다만 지난해 정권이 교체된 뒤 정부와 여당이 건전 재정에 무게를 싣고 있어 당장은 야당의 주장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연초이다 보니 채권시장에서도 거대 야당의 추경 주장에 대해 '정치적 교착상태에서 해보는 얘기' 정도로 여기는 사람 역시 적지 않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최근 추경 얘기가 나오면서 조금 우려가 됐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워낙 세게 (건전재정의 중요성을) 얘기해 놔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초중반 정도로 낮춰진 데다 야당의 말대로 높아진 공공요금에 대한 불만 등으로 여당도 결국 나라 곳간을 좀 헐어서 대응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보인다.

특히 내년 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흐르면 여당 역시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재정을 활용하는 쪽으로 태세를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민주당 의원들은 국가재정 상황과 관계없이 무조건 퍼주자는 포퓰리즘에 인이 박힌 사람들"이라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추경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 악화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추경 가능성은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추경은 규모의 문제가 되면서 다시 시장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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