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3-02-08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BOJ, 글로벌 금융시장 파장 이후 계속될 신뢰 게임

  • 입력 2023-01-19 13:4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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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은행 정책결정자들, 출처: B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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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BOJ의 통화정책 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들었다.

일본 10년 국채 금리는 상한선 0.5%대를 유지하다가 정책발표 후 0.4%를 하회해 0.37%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달러/엔은 정책발표 전 128엔 수준을 유지하다가 발표 뒤엔 131엔을 돌파해 131.5엔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주식시장도 흥분하면서 닛케이225는 2.5% 급등했다.

구로다 총재가 3월 통화정책 회의까지 주재하는 가운데 연초 일본의 통화정책방향은 주요국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국고채 금리는 레벨 부담에 전전긍긍하다가 BOJ 발표 이후 다시 급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소매판매·생산자물가 둔화에 BOJ의 통화정책 유지 재료까지 겹쳐 18bp 폭락했다.

다만 향후 BOJ의 정책변화를 두고는 시각이 적지 않게 엇갈린다. 구로다가 '현수준 유지'를 공언하면서 상당히 도비시하게 나왔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 구로다 "유동성 공급으로 마이너스 금리 상황도 배제하지 않아"

전날 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했던 이유는 BOJ의 YCC 허용범위 추가 확대 가능성에 경계감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BOJ는 이번 회의에서 기존정책을 유지했다.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 국채금리 목표도 0%(허용범위 ±0.50%)로 유지했다.

자산매입과 관련해선 YCC를 위해 지정금리 무제한 매입을 포함해 대규모 국채 매입을 지속하기로 했다. 또 ETF(12조엔), J-REIT(1,800억엔) 등의 매입 한도도 유지했다.

BOJ는 또 소비자물가가 2%를 웃돌 때까지 본원통화 확대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양적·질적완화(QQE)와 수익률곡선컨트롤(YCC)를 유지하고 채권 등을 계속 사겠다고 한 것이다.

이밖에 BOJ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를 받고 자금을 대출해주는 공통담보자금공급 오퍼레이션을 최대 10년까지 제공하고 대출금리를 기존 0%에서 유연화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필요시 중앙은행이 마이너스로 대출해 은행들의 국채 매입 여력 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구로다 총재는 시장의 의심을 제거하는 데 기자회견 시간을 활용했다. 12월 YCC 조정은 통화정책 변화가 아니라 시장기능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구로다는 국내시장이 정리될 무렵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유동성 공급으로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YCC도 완전하게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채10년물 금리가 0.5%를 상회하는 추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국채 금리 변동폭을 재차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구로다는 "완화정책을 지속해 물가목표를 달성하도록 할 것"이라며 "필요시 완화 강도를 늘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로다의 '현 수준유지'...시장에선 "총재 임기 얼마 안 남았다"며 완벽히 신뢰하지 않아

구로다 총재의 도비시한 입장 표명 이후 엔화 값이 급락하고 채권·주식가격이 급등했지만 YCC 정책 부작용에 대한 관점이 깔끔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물론 당장은 구로다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 따라 정책조정 전망이 힘을 받기 쉽지 않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책 부작용을 거론하는 목소리와 함께 새로운 총재의 정책 변경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본 물가 상승의 한계 등 특수요인이 다른 나라와 같은 통화긴축을 이끌지는 못하겠지만, 계속 '현 수준 유지'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JP모간은 "일본은행은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국의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YCC를 폐지할 것"이라며 "이 시기는 빠르면 올해 중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YCC를 폐기하지 못하더라도 금리 변동폭을 더 넓히는 등 변화는 줄 수 있다는 시각도 보인다.

UBS는 "BOJ의 단기 정책금리와 장기금리 목표(YCC)에 변화가 없을 전망이나 YCC 밴드가 ±50bp에서 ±100bp로 추가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이코노믹스 등은 YCC 폐기에 대해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일본계 다이와증권은 "BOJ가 지금의 속도로 채권매입을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책의 한계도 거론했다.

■ 구로다 측근이었던 이창용의 일본은행 정책 평가

전날 오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외신기자클럽 회견을 가졌다.

일본은행의 정책 결정이 알려진 뒤여서 일본 언론들이 '국제인' 한은 총재에게 평가와 전망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11년 ADB(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으며, 구로다가 그 당시 ADB 총재였다. 이 총재는 현재 나이 80세을 바라보는 구로다 총재의 측근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처럼 일본 언론들에게도 꽤 익숙한 한은 총재이니 만큼 BOJ 통화정책 평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 총재는 "BOJ 입장은 현재 물가상승률이 3.7%로 올랐지만 에너지 가격 오른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코어 인플레이션이 시스테믹하게 2% 수준 도달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면서 "당분간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향후 일본에선 새 총재가 취임한 뒤 정책이 바뀔 수 있으나 '연준의 상황'이 중요하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 총재는 "미국 달러화의 강달러 추세가 바뀔것인지 다시 강달러 추세로 갈지에 따라서 일본 YCC 정책이 받는 압력이 달라진다"며 "일본의 정책 외에도 미국 연준 결정이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BOJ의 이번 결정에 대해선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구로다 총재가 최근 국내외 이벤트에서 '일본 물가 상승은 구조적인 게 아니다'라는 언급을 여러 번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일 양국 총재이자 ADB에서의 인연 등으로 두 사람의 교감 정도는 보통 이상일 수 있다.

이 총재는 또 '만약' 일본이 금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자금 흐름 차원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언론이 일은의 금리 인상시 영향에 대해 묻자 이 총재는 "원론적으로는 일본이 금리를 올림으로써 해외에 나갔던 일본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어떤 영향 줄지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의 격차에 많이 달려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아직은 걱정을 그렇게 안 한다"며 "그 이유는 일본이 금리를 올려도 이자율 갭이 워낙 커서 당분간 캐피털 아웃플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본다"고 했다.

총재는 그러나 "(일본의 금리 인상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사후에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엔화 등 아시아 통화들의 움직임엔 사실상 미국 정책이 영향을 많이 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반년간 아시아 환율 움직임 보면 메이저 드라이빙 포스(주요 변수)가 FX 팔러시라기 보다는 미국 달러의 강세였다"며 "9월, 10월 상황을 보면 엔, 위안 모두 빠른 속도로 절하됐다. 잭슨홀 미팅 이후 연준 인상 속도가 예상 밖으로 빨라서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때 일본 YCC 정책이 도전을 받았다고 했다. 11월 이후 엔, 위안 등이 강해졌던 이유도 미국 연준의 페이스 조절 발표 때문이었다고 했다.

■ BOJ 변신 기대와 기대의 한계

이창용 총재는 한은 수장에 취임한 뒤 '한은은 정치로부터 자유롭지만 연준에게선 자유롭지 않다'고 한 뒤 전날엔 '일본의 정책도 연준 결정이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현재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2~3번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금리를 거의 다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과연 극단적 완화기조에서 탈피할 수 있느냐가 주목을 끈다.

시장에선 BOJ의 입장 표명이 있었던 만큼 당분간은 크게 변화하기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논란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변화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당장 다음 회의에서부터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지만, 일본의 특수한 환경에 포커스를 맞추는 사람들은 상당기간 변화를 주기 어렵다고 본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적인 정책변경이 없었지만 앞으로 회의 때마다 YCC에 대한 수정 혹은 폐기 기대감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로다는 12월 정책변화 이후 "10년물 금리가 8~9년물 금리 보다 낮아 조달금리의 기초가 되는 벤치마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YCC 정책 조정의 목적은 긴축이 아니라 시장기능(functioning) 회복차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지금도 10년물이 9년물 금리보다 낮다. 기술적으로도 YCC 정책 유지의 실익이 없어진 것"이라며 회의 때마다 시장은 변화를 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물가 전망치가 1%대로 낮은 상황인 점 등을 감안할 때 구로다 이후의 BOJ 총재도 기본적인 정책의 툴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BOJ가 현행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며 "BOJ의 자발적 출구전략 선택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지속 가능'하게 상회해야 할 때의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가격전략 변화나 중기적인 임금 상승세 확대가 수반돼야 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풀이했다.

그는 "최근 BOJ가 국채 금리 안정을 위해 단기간 내 국채를 많이 매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로다 총재의 입장은 문제될 소지가 없다"며 "BOJ가 시중은행 대상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해당 금리를 마이너스로 가져갈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것은 시중은행이 국채의 새로운 매수주체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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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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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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