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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인상사이클 끝 지점에서 확인하는 유동성

  • 입력 2023-01-17 14:4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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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광의통화(M2, 평잔, 전년비) 기준으로 유동성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M2는 7.0%, 2020년 9.3% 증가한 뒤 2021년엔 11.7% 급증했다.

그런 뒤 2022년부터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됐다.

■ 2022년 11월, M2 증가율 5%대 중반으로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1년 11월 유동성 동향을 보면 M2 증가율은 11월 중 5.4%를 기록했다.

M2 증가율은 2021년 12월 13.2%에서 고점을 찍은 뒤 22년 4월 9.4%, 6월 8.8%, 8월 7.2%, 9월 6.6%, 10월 5.9%로 둔화된 바 있다.

한은은 2021년 8월 금리인상을 통해 이번 인상 사이클을 개시했으며, 이후 전년비 유동성 증가율은 대략 인상 시작 4개월 뒤에 정점을 찍었다.

한은은 2021년 11월 이번 인상 사이클의 두 번째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1%로 올렸다.

그런 뒤 지난해엔 1월과 4월, 5월 각각 25bp씩 인상했다. 이후 7월엔 50bp 인상을 단행해 금리를 2%대(2.25%)로 끌어올렸으며, 8월 25bp 인상 뒤 10월에 다시 한번 50bp 인상을 기준금리를 3%에 맞췄다.

이후 11월과 올해 1월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를 3.5%에 맞췄으며, 시장은 '이제 사이클이 끝났다'고 인식했다.

한은은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통방 회의에서 7번 연속 쉬지 않고 금리를 올리는 신기록을 세웠으며, 그에 맞춰 유동성 증가세도 빠르게 둔화된 것이다.

■ 금리 인하와 자산 버블의 시대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자산가격을 한껏 띄우는 불쏘시개가 됐다.

당시 시장에 대거 풀린 유동성은 주식·채권 등 증권가격과 부동산 가격을 띄웠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선 역대 가장 난이도 낮은 '주식투자의 시대'가 열렸으며, 주식 인구는 두배로 불어나 1천만명을 훌쩍 넘겼다. 채권시장도 우리도 제로금리 시대에 편승했다면서 달렸다.

기준금리는 사실 코로나 사태 전부터 인하되고 있었다.

한국 기준금리는 2019년 7월부터 인하됐다. 2019년 7월 1.5%로 인하된 뒤 10월엔 1.25%로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듬해 코로나19 사태가 제로 금리를 실험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됐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세계적 전염병으로 확산되면서 그 달에만 금리가 50bp 인하돼 사상 최초로 0%대 기준금리(0.75%) 시대가 열렸다.

그런 뒤 5월에 금리가 추가로 인하돼 역대 최저치인 0.5%로 내려갔다.

M2 증가율의 월간 데이터를 보면, 2018~2019년 대체로 6%대를 나타내다가 2019년 가을부터 7%대로 올라갔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유동성 증가세가 자극을 받더니 20년 2월에 8%대, 20년 4월엔 9%, 20년 7월엔 10%대(10.0%)로 올라섰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까지 인하 된 효과가 이어지면서 21년 3월엔 11%대(11.0%), 8월엔 12%대(12.5%)까지 뛰었다.

결국 한은은 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한은이 다른 선진국에 앞선 선제적 금리인상을 홍보하기도 했지만, 사실 당시 사회 분위기에선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2020~2021년 서울 아파트 등 집값이 유례없는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사회 각 분야에선 코로나 대응을 명분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려 안 그래도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더욱 불을 붙였다고 비난하곤 했다.

정부는 2020년 임대3법을 통해 전세의 씨를 말리고 이 부분이 도화선이 돼 집값은 2차 폭등을 했던 것이다.

평소 기준금리 결정을 하면서도 '부동산'을 직접 입에 올리는 것을 거북스러워했던 한은이지만, 2021년 금리인상을 앞두고 고승범 금통위원 등은 부동산을 직접 겨냥하는 말을 했다.

한은 금통위 역사상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이후 고 위원은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대출을 틀어 막아버렸다. 무슨 수를 써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니 대출을 안 해주고 거래 자체를 틀어 막아 버렸던 것이다.

■ 버블의 뒤끝...모두의 예상 크게 웃돈 강력한 금리인상

2022년 기준금리는 모두의 예상보다 더 올랐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기준금리가 3%대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사실상 전무했다.

2022년 1월 기준금리가 1.25%로 인상된 뒤 연말시점 기준금리에 대한 이자율 시장의 예상치는 1.75%였다. 두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좀 덜 쓰고 싶은 사람은 1.5%, 더 쓰고 싶은 사람은 2%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기준금리를 그해 11월 3.25%로 올라갔으며, 올해 1월에도 추가로 인상됐다.

지난해 미국 연준이 4번 연속 75bp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긴축기조를 강화한 데다 국내 역시 높은 물가 상승률을 제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한은은 2019년 M2 증가율이 6%대이던 시절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보강했다. 지금은 그 때보다 전년비 증가율이 떨어져 있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 개시를 이끌었던 집값은 작년 하반기 시점부터는 급락하는 중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금리 급등이 체력이 약한 레버리지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2021년 집값 폭등에 쫓겨 뒤늦게 매수에 나섰던 사람들이 가격 하락과 금리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 1년 전 엉뚱한 예측이 남긴 트라우마

2023년 1월 기준금리 인상 뒤 현재의 기준금리 3.5%가 이번 인상사이클의 고점이 될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금통위 역시 3.5%를 중앙값을 본다. 3명이 3.5%를 최종금리, 3명이 3.75%까지 '열어둔다'는 입장이기에 3.5%를 중앙값으로 보는 건 합리적이다.

하지만 지난 해 금리 인상 강도에 금통위 멤버들 자신도 놀랐고, 시장도 놀랐고, 모두가 놀랐다.

그런 뒤 지금은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한은은 자신들이 11월에 실시했던 성장률 예상(1.7%)보다 더 비관적인 경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부진 속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자연스러운 만큼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금리 인상이 시작될 때와 정반대다.

집값이 급락 중인 가운데 정부는 PF발 위기 가능성, 거래 실종에 따른 내수경제 위축 등을 걱정하면서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다.

지금은 부동산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면 남아있는 규제를 더 풀 수 밖에 없다. 물론 높아진 금리가 거래를 옥죄는 중대한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들이 중기적인 목표로 삼는 수준(2%)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유동성 증가세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물가 상승률 둔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얼마나 빨리 낮아질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은이 새로운 사이클 시작과 관련한 시그널을 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한은도, 시장도,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2022년 초 '모두의 엉뚱한 예측'이 2023년 초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도 하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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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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