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3시 현재 국채선물 가격과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융당국자들 신년 메시지는 '리스크 관리'...외인 선물매수 맞물리며 급등한 채권가격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3일 금융당국자들은 '범금융인 신년인사회'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지난해 한은이 정책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한 뒤 한국 경제가 취약해져 있는 만큼 혹시 모를 위험 요인에 대비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내부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동산PF발 위기 가능성 등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 한은 총재, 물가 중점 둔 통화정책 지속하되 금융시장 안정 강조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 등에도 유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총재는 최근 여러차례에 걸쳐 여전히 물가를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앞으로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비중도 높일 수 있음을 시시한 바 있다.
시장의 많은 사람들도 한은이 점점 경기와 금융안정에 대한 비중을 높여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이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와 금융·외환시장 불안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며 "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한국 경제의 연착륙에 기여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 등에 유의해 필요시에는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고 관계 당국 간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은이 정교한 정책 대응을 거론하면서 시장에선 한은이 물가만 보고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갈 수 없는 상황임을 시인했다는 평가도 보였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1월에 한은이 추가로 25bp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다. 또 1월에 인상을 한번 건너 뛰어 볼 수도 있을 듯하다"며 "한은 역시 그들의 단행한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경제수장 등이 다시 거론한 부동산 PF 위험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023년에도 위기는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금융의 중추적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부총리는 특히 "부동산발 금융리스크가 현재화되고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권이 함께 힘을 모아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부총리는 부동산 PF 우려를 거론하면서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미 부동산 관련 추가적인 규제 완화, 세금 인하 등을 거론한 상황이다. 연초부터 다시 부동산 완화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이 얽혀 있는 만큼 부총리는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채권시장과 관련해선 WGBI 편입 등의 조치도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금융당국자들도 불안 요인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 한해도 금융시장·거시경제 불안요인, 취약계층 금융 애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우리경제의 재도약과 미래를 위한 금융지원에 전 금융권과 정부가 자신감과 신뢰를 가지고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새해 경제·금융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며 "금융권이 건전성 관리와 함께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지원 역할에도 각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은 책임경영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감원도 금융권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금융과 민생의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권 등은 경기의 어려움과 함께 금융당국의 조치에 대한 협조 등을 거론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올해 금융산업도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와 자금시장 경색 가능성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을 맞이할 것"이라며 "금융이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라는 날카로운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IMF는 은행에서 위기 발생시 GDP 성장률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데 평균 3.1년 걸린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지난해말 5대 금융지주가 채권시장, 단기자금시장 경색 완화를 위해 시장에 95조원 공급하기로 했다"고 상기했다.
■ 당국의 리스크 관리 의지...시장금리, 새해 첫 거래일 속등 다음날 급락
채권시장은 새해 첫 거래일 속등한 폭 이상으로 금리를 떨어뜨렸다.
이날은 외국인 선물 매수가 채권가격 급등을 견인했다. 투자자들은 연초의 변동성에 당혹해 하면서도 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를 거론하기도 했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로 오늘은 전일과 반대로 채권가격이 급등했다"면서 "왜 이러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자금집행도 본격적이진 않은 상황인데, 외국인이 밀어붙이는 중"이라고 했다.
외국인 매수, 연초 자금 집행, 기정사실이 된 WGBI 편입 등의 재료와 당국의 시장안정 의지가 범벅돼 저가매수 세력이 자신감을 갖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강세폭은 당황스럽다는 평가다.
C 증권사 딜러는 "사실 오늘 강세는 상당히 당황스럽다. 자금집행이 있고 외인 매수가 있지만 크레딧 초강세 등 연초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며 "밀릴 틈을 안 주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D 증권사 딜러는 "오늘 금융인 인사회에서 한은 총재 멘트는 1월 동결도 가능하다는 메시지처럼 들렸다"면서 "물가 중시를 얘기했지만 금융안정을 거론하면서 코멘트를 누그러뜨렸다고 보는 듯하다"고 했다.
그는 "총재가 필요시 시장 안정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시장이 필요시를 '지금'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3년 국채선물을 6천 개 이상, 10년 선물을 4천 개 이상 순매수하면서 시장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