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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서울 평균인 재산 7억원..23년에도 개최되는 부동산표 '오징어 게임'

  • 입력 2022-12-23 15:4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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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서울 가구의 재산이 평균 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달 통계청·한국은행·금감원 등이 공동으로 발표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서울 가구의 평균 재산은 6억 9,738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서울에서 '평균적인' 삶을 사는 사람(가구 기준)이 보유 중인 자산에서 은행 등에 갚을 빚을 제하면 7억원 정도가 오롯이 자신의 재산이다. 이 통계는 올해 3월말 기준이다.

■ 서울가구의 평균 재산 7억원

1년 전 발표 때 서울가구의 평균 재산이 6억 4,862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 가구의 재산은 1년 사이에 7.5%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상당한 속도의 증가세는 2021년 발표 때보다는 크게 둔화된 것이다.

2021년 발표 당시 서울가구의 재산은 14.3%나 급증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엔 1년만에 서울 사람(가구)의 재산이 한 해에 8,100만원이나 급증했다.

이후 서울의 가구는 2021년 한해 동안 7,103만원으로 벌어들이면서 2022년 3월말 현재 재산을 7억원 수준으로 키운 셈이다.

부동산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한국인들의 재산 증가 이유를 눈치 챘을 것이다. 2020년대 이후 서울 사람들의 재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잡힌 이유는 아파트값 상승폭이 유례없이 컸기 때문이다.

2020~2021년 서울 아파트값은 폭등했으며 그 결과 2021년, 2022년에 잡힌 사람들의 재산은 대폭 늘어난 것이다.

■ 서울가구 중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외감 느끼는 이유는

2021년까지 이어진 아파트값 폭등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계급 상승 사다리를 무너뜨렸다.

노동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졌으며 아파트를 소유하지 못한 상당수 사람들은 기겁을 해야 했다. 역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재산 격차가 단 수년만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성미가 급한 사람들 중엔 노동 의욕을 잃고 암호자산에 투자해 재산을 더 까먹는 경우도 허다했다.

필자의 한 지인 부부는 아파트값 폭등세에 좌절해 '퇴근 뒤' 열심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따위를 사고 팔아 자신들의 재산을 열심히 줄여나간 뒤 노이로제에 걸리기도 했다. 이 부부가 얻은 건 별로 쓸모도 없는 '그들 가족만의' 이상한 기술적 분석 노하우였다.

아파트값 상승은 재산격차를 더욱 키웠다. 서울 가구의 평균재산이 7억원이나 되지만 서울의 중간 가구, 즉 100가구 중 50위권 가구의 재산은 3억 1,460만원에 불과했다.

중앙값이 평균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어림셈법과 부동산 통계를 살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서울의 거주 수단 중 아파트가 절반, 유주택가구(무주택가구)가 절반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과 중앙값의 '스프레드 확대'는 쉽게 납득이 된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아파트값 폭등의 과실은 좋은 집(?)을 소유한 특정 계층에 몰렸다.

미디언(중앙값)이 '진정한 평균'이라고 믿는다면 서울가구의 평균재산 7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평균은 서울 사람들의 생활상을 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집이 비싼 동네 부채도 많다

한국의 부채 절대량은 일반적으로 재산이 많은 사람이 책임진다.

사실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빚의 절대적 규모도 크다는 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에서 가구당 빚이 1억원을 넘는 곳은 서울, 경기도, 세종이다. 즉 수도권과 세종이라는 '특수한' 도시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부채가 많다.

서울 가구의 평균부채는 1억 1,972만원이다. 즉 1억 2천 정도의 빚을 갖고 있다. 공무원 중심 도시, 세종시 가구의 평균부채가 1억 4,082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가 1억 1,863만원으로 서울과 비슷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가구 가운데 부채가 없는 가구 비율이 37.5% 정도였다. 부채가 전혀 없는 고액재산가, 그리고 부채를 내지 않은 부자가 아닌 계층 등이 합쳐져서 이런 정도의 수치를 보여줬다.

세종이나 경기의 부채 보유 가구 비중이 72%, 71%이고 서울이 62% 수준이라는 점에서 서울엔 빚이 없는 고액자산가들도 꽤 많이 살고 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다만 부채 규모는 나름대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아는 A씨와 B씨는 재산이 10억원 정도지만 구성은 많이 다르다. A씨는 자산 17억원, 부채 7억원을보유한 반면 B씨는 재산 12억원, 부채 2억원 정도를 갖고 있다.

■ 한국 가구의 삶, 부동산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

필자의 지인 중 '한국은 부동산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그의 말을 완벽하게 반박하기도 어렵다.

사실 우리가 힘든 회사 생활 등을 하면서 버는 소득은 부동산으로 대변되는 '코어' 재산을 늘리기 위한 과정이다.

국내 제조 대기업에서 간부로 일하는 필자의 한 지인은 몇년 전 젊은 하급 직원들에게 무시 받은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필자의 지인은 회사에서 승승장구했으나 술 자리에서 무심코 무주택자임을 실토한 뒤 부하 직원들로부터 '남의 회사 일이나 죽어라 하는 바보 같은 상사'로 취급 받았다면서 우울해했다.

심지어 결혼 뒤 무리해 아파트를 사 순식간에 재산을 2배로 불린 과장 직원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고 했다. 이후 필자의 지인은 서울에서 울산 사업장으로 내려가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아파트는 '부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했다. 필자 지인의 사례처럼 인간관계마저 왜곡(?)시키기도 했다.

■ 규제와 금리 폭등 뒤 나타난 부동산 시장 거래 절멸

작년 추석 무렵 정부는 대출을 옥죄는 방법 등을 통해 주택 거래를 막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도무지 잡히지 않는 집값에 아예 거래를 틀어막아 버린 것이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작년 여름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동시에 각종 규제를 통해 주택 거래를 막아 버리자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볼 때 월평균 5천~6천건을 나타내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천건을 밑도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500건을 간신히 넘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가 나타나기도 했다.

거래가 많을 때는 1만건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지만, 사실상 시장 자체가 죽어버린 것이다.

아파트 거래가 절멸 상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최근 각종 부동산 규제를 푸는 정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아파트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거래'가 문제가 된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 집값이 '고금리'로 인해 빠지자 각종 PF 사업장들의 우려까지 더해졌다.

부동산과 직접 관련된 중개 업체, 인테리어 업체 뿐만 아니라 각종 가전, 가구 업체들까지 도무지 찌푸려진 인상을 펼 수가 없었다. 지자체들은 세수를 걱정해야 했으며, 중앙정부는 내심 '이러다 내수 다 죽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하는 듯했다.

■ 집값 하락과 다시 시작된 한국인 부의 게임

앞서 언급한 A씨와 B씨의 사정은 크게 다르다.

A씨와 B씨 모두 재산은 10억원 정도로 비슷하지만 부채 비중이 큰 차이를 보인다.

A씨는 와이프의 월급까지 보태서 겨우 달달이 나가는 이자를 막고 있다. 서울 평균보다는 부채가 많지만 B씨는 금리가 대폭 올랐음에도 2억원 정도의 빚을 큰 부담으로 느끼지 않았다.

한국가구의 평균자산(5억 4,772만원)에서 부동산은 4억 355만원으로 74% 정도를 차지한다. 순자산, 즉 재산(4억 5,602만원)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A씨와 B씨 모두 모두 한국의 부동산이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높아진 금리 때문에 A씨가 더욱 애간장이 타긴 한다.

KB국민은행의 12월 12일 기준 12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한 달만에 1.43%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12월 기준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 6,421만원으로 나왔다. 작년 12월 KB의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2억 4,978억원이었다.

KB의 서울아파트 매매가격 통계는 언론들의 끝없는 집값 폭락 호들값과 달리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KB 통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으로 잡았다.

아무튼 현재는 '거래없이' 아파트값이 급락하는 중이다. 그리고 2023년은 어떤 시장이 펼쳐질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집값 폭등, 그리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집값 하락 속에 한국 가구들은 2023년에도 부동산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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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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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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