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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美 CPI 흥분에 대한 경고와 변화된 통화정책 지형

  • 입력 2022-11-14 13:3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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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OMC 멤버들, 출처: 연준 홈페이지

사진: FOMC 멤버들, 출처: 연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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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현지시간 10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10월 CPI는 전년대비 7.7% 올라 시장 예상치인 7.9~8.0% 전망을 하회했다. 전월의 상승률 8.2%에서 0.5%p 낮아진 것이다. 미국 CPI의 전년비 7.7% 상승은 지난 1월(+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근원 CPI도 6.3% 상승해 예상치(+6.5%)를 밑돌았다. 이 역시 전월 상승률 6.6%를 하회한 수준으로 근원 물가 상승세도 드디어 꺾이기 시작했다는 인식을 키웠다.

하지만 미국 연준, 재무부 등에서 실력자들이 시장의 과도한 흥분을 경계했다. 올 여름에도 연준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다가 크게 되돌림된 바 있어 주의도 필요해 보인다.

■ 연준과 재무부, 시장의 뜨거운 반응 경계

미국 나스닥은 10일 760.97포인트(7.35%) 폭등한 뒤 다음 날에도 209.18포인트(1.88%) 높아져 11,323.33을 기록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0일 27.93bp 급락한 3.82%, 2년물은 27.68bp 폭락한 4.32%를 기록했다. 다음날 국채시장은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휴장했다.

뉴욕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10일 2.24% 급락한 뒤 다음날엔 1.7% 낮아져 106.38로 내려갔다.

전체 미국 금융시장이 CPI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면서 연준에선 경계의 목소리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인플레 경계감에 대한 고삐를 늦추면 늦출수록 인플레를 제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연준 월러 이사는 시장이 1~2차례 금리를 더 올리고 끝날 것으로 반응하지만 CPI 7.7%도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4일 "시장이 예상을 밑돈 CPI에 과민반응을 했지만 연준이 갈 길은 아주 멀다"며 "향후 한두차례 FOMC가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월러 이사는 아시아 시간대인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UBS그룹 AG컨퍼런스에서 이런 입장을 드러냈다.

월러는 "지난주 발표된 미국 10월 CPI가 예상을 밑돈 것은 호재였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기 전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추가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며 "그런 후에 연준의 목표 인플레이션 수준까지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10월 CPI를 통해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온 것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물가 상승폭이 큰 데다 이제는 긴축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최종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르는 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이번 긴축 기조에서 최종금리 수준은 인플레이션 추이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 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 수장도 시장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할 수 밖에 없었다. 연준 의장을 지낸 옐런 재무장관 역시 아직 인플레 경계감을 풀어줄 때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옐런은 11일 "근원 CPI가 예상을 훨씬 밑돌았지만 주거와 관련한 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PI 상승률 둔화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며 "주거비는 향후 수개월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고물가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 말 실수했던 연준, 시장 분위기 맞장구 치긴 어려웠다

연준은 지난 7월에서 기준금리를 75bp 올린 뒤 어느 정도 할 일을 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당시 회의는 6월 CPI 상승률이 전년비 9.1% 급등한 뒤 열렸지만, 연준은 시장에 반길만한 발언을 했다.

연준은 그 당시 선제적 금리인상으로 필요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getting closer the where we need to be), 언젠가 속도를 낮추는 게 적절할 것(at some point it will be appropriate to slow rate increase)이라고 했다.

시장은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뒤 경기를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금융시장 가격 변수가 흥분하자 연준은 아직 자신들이 금융시장을 후원할 단계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후 연준은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다는 발언을 자제할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한 차례의 지표만으로 향후 물가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이 부분이 연준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지난 7월 근원물가 상승률, 주거비 제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된 뒤 시장은 물가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은 키웠지만 8~9월 근원 물가,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다시 크게 올랐다. 연준은 이런 경험 때문에 조심스러운 발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CPI 지표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하지만, 현재 연준의 우월 전략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연준이 보수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 중앙은행 인플레 우려, 아직 쉽게 거두기 어려워...그래도 인상 부담은 감소

아직 각국 중앙은행들이 매파적 스탠스에서 크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간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린 데 따른 경기 둔화가 나타날 수 밖에 없어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착역이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시장에선 미국, 한국 등이 내년 1분기면 금리인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연준이 스탠스 완화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지만, 향후 경제나 물가 지표를 통해 금리 인상의 종착역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 강해진 것이다.

최근 미국 CPI 둔화에 이어 미국의 경기심리지표도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점차 가파른 긴축에 따른 영향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 주 후반 발표된 미국의 미시간대학교의 11월 소비심리지수 잠정치는 54.7로 전월 59.9에서 5.2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시장 예상치는 59.5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지난 7월 이후 최저치였다.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지난 6월 50.0을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오르면서 10월(59.9)엔 거의 60까지 오른 뒤 5개월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현재 경제상태지수 잠정치는 57.8로 전월보다 11.9포인트나 낮아졌다. 향후 6개월 기대치를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는 52.7로 전월보다 6.2포인트 하락했다.

급등한 물가과 금리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낮아졌으며, 차입 비용이 늘어나면서 미국 가계들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지표였다.

한국 역시 금리인상의 파급 효과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우리는 금리인상에 따라 이미 신용경색 사태가 발생한 상태다.

시장에선 아직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년까지 포함해 추가 인상룸도 50bp 정도로 줄었다는 평가가 늘었다.

금융시장엔 늘 앞서 나가는 전망이 있는 만큼 이달 금리 동결이나 최종 기준금리 3.25% 전망 등도 보였다. 다만 이같은 기대감은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이제 긴축 속도 아니라 최종금리, 그리고 최종금리의 지속기간 중요한 국면

지난주 CPI가 발표된 후 연준 월러 이사는 목표 물가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긴축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최종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월러 이사의 경고도 있지만, 지금은 긴축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최종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르느냐, 그리고 단기간에 높아진 고원(高原)에서 정책금리가 얼마나 오랜기간 머물지가 관건이다.

정책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얼마나 유지될지는 시장금리 흐름에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단기금리시장에선 정책금리가 1분기에 5%, 5.25% 정도로 오른 뒤 3분기엔 4%대(4.50%, 4.75%)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연준 관계자들의 인플레 경고를 감안하면 다소 과해 보인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연준에 대한 시장의 신뢰 부족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금융시장의 기대감이 특정 이벤트 후 빠르게, 그리고 급속히 변화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기대감이 어떻게 변화될지도 주목된다.

한국 통화당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매파적 스탠스도 미국과 비슷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주 "여전히 긴축 기조 유지를 통한 물가 안정에 정책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총재는 또 물가상승률 5~6%에선 물가 안정이 최우선임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당장은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에서 벗어난다는 선언을 하기 어렵다. 통화정책 결정 과정이 물가 결과에 의존하는 '후행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기대 인플레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는 측면도 있다.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가 오름세 자체는 높다는 점, 그리고 스스로의 전망에 대한 확신 부족 등이 중앙은행가들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은의 11월 금통위 25bp 인상과 연준의 12월 FOMC 50bp 인상이 시장의 컨센서스로 자리잡은 가운데 앞으로 중앙은행의 변신 속도가 계속 주목을 끌 수 밖에 없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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