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중앙은행의 집값 하락 베팅

  • 입력 2022-09-30 15:0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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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주택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집값 폭등이 이어진 뒤 한은은 작년 여름부터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미 폭등한 집값, 그리고 금리 인상은 한은이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주된 요인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 안정 상황이나 지역 경제 상황 등을 평가하는 보고서에서 집값 하락 전망에 힘을 실었다.

지난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관련 보고서에서 한은은 "그간 주택가격 오름세가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가계 대출규제 강화와 맞물려 주택매수심리가 약화되고 자금조달비용도 늘어나는 등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증대했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한은은 집값이 빠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따른 신용 리스크도 주의하고 있다.

한은은 "(집값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 임대소득 감소 등으로 주택관련대출 차주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가계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부동산 가격 급락시 건설투자가 상당폭 위축되면서 관련 업종(부동산·건설업 등) 중심으로 기업대출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특히 금리 상승이 PF대출, 가계대출에 영향을 줘 집을 포함한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PF대출, 부동산 위기 뇌관될 가능성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한은이 분석한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112.2조원으로 2014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4.9%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최근까지 PF대출은 부동산 개발수요 증가와 비은행권의 사업 다각화,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빠르게 확대됐다.

용도별로 보면 은행·보험사는 아파트에, 저축은행·증권사·여전사는 아파트외 주택과 상업용 시설에 주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 보면 은행·보험사는 대형사업장 중심으로, 저축은행·증권사 등은 중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PF대출을 취급했다.

또한 PF대출 유동화증권 발행 증가, 보증수수료 수익 확대 노력 등으로 증권사의 PF대출 관련 채무보증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 2013년말 5.9조원에서 2022년 6월말엔 24.9조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연체율은 보면 크게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 22년 6월말 PF대출 연체율은 0.50%로 과거 PF대출 부실사태 당시(13년말 8.2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한은은 그러나 연체율이 작년말 0.18%에서 올해 6월말 0.50%로 올라오고 대부분 업권에서 상승세로 전환한 데 주목했다.

요주의여신 비율(2.3%)도 2013년말(5.44%)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 보이지만, 최근 저축은행·보험사를 중심으로 전년대비 상승한 데 주목했다. 요주의여신은 21년말 1.91%에서 올해 6월말 현재 2.28%까지 올라왔다.

과거 PF 위기 시절의 연체율 등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지만,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과 함께 연체 등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를 유념하는 듯한 모습이다.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해 22년 상반기중 보수적으로 자산건전성을 분류한 것도 요주의여신 증가의 한 요인이다.

■ 지금은 부동산 가격 하락 중...PF 부실 커질 가능성

한은은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익스포저(PF대출과 PF유동화증권) 비율의 경우 은행권은 PF대출 부실사태 발생 직전(2010년말) 대비 하락했으나 증권사·보험사·여전사는 큰 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최근 주택가격은 하락 중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PF 사업 관련 불확실성이 증대됐다. 미분양 물량도 증가했다.

한은은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가격 하락 기대 등으로 사업이 지연·취소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 경우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브릿지론(사업인가 전 대출)의 건전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분양주택 등이 단기간 급증할 경우 일정 시차를 두고 본PF대출(사업인가 후 대출) 부실도 빠르게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봤다.

한은은 "과거 PF대출 부실사태를 보면 위기 전 준공후 미분양주택이 급증한 후 저축은행 PF대출연체율이 2~3년의 시차를 두고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폭이 컸고 입주물량 확대가 예정된 지역의 PF대출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위기시 유동성이 낮은 일반주택 및 상업용 시설 관련 PF대출 비중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어 부실화시 실질 손실규모도 예전보다 커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증권사들의 경우 유동성 제공 외 신용위험까지 부담하는 신용공여형 보증을 주로 확대하면서 유동성 확보 부담 외에 신용위험에도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PF유동화증권에 대한 증권사의 채무보증 확대로 PF대출 부실시 일부 증권사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충당금 적립 수준, 담보 유형, 시공사 신용등급 등을 고려할 때 일부 비은행권의 경우 PF대출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여전사 등은 은행·보험사에 비해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적립률(Coverage ratio)이 상대적으로 낮고 담보가치 불확실성이 높은 수익권증서의 담보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담보신탁 수익권증서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권(미래 발생 현금흐름)에 대해 부동산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발행한 증권으로 원본이 되는 신탁재산에 따라 담보가치가 변동한다.

저축은행 등의 경우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낮아 신용사건에 대한 시공사 신용보강 기능도 약한 편이다.

한은은 전체적으로 PF 대출 건전성은 양호하다고 보면서 6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 전환한 상황이어서 경제여건, 가격에 대한 기대 변화 등에 따라 건전성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금융사 자본여력 감안 시 부동산경기 부진으로 PF부실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유지될 것이나 영세 사업장이 많고 담보가치의 안정성도 떨어지는 일부 비은행기관의 경우 복원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시장성수신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 등 일부 비은행금융회사는 시장 불안시 PF우발채무 인수부담, PF대출 부실 우려 등으로 유동성 위험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로선 PF 대출 증가세가 지속되지 않도록 하면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늘어난 가계부채와 급등한 금리, 높은 집값은 버틸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가 금리를 내리고 통화정책, 재정정책 완화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글로벌하게 부동산 가격은 크게 뛴 상태다.

코로나에 따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난 측면도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늘린 유동성의 상당부분은 집 구매에 쓰였다. 특히 한국은 정부의 거듭된 정책 실패가 맞물리면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금액기준 사상 최대폭으로 뛰었다.

올해 여름부터는 한국 수도권 집값도 조정을 받는 가운데 현재 낙폭은 좀더 커지는 상태다. 집값 하락은 주범은 그간 폭등한 '집값 그 자체'와 높아진 금리가 꼽힌다.

다만 부동산 통계를 사용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간 한국의 공식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 데이터가 집값의 실제 상황을 상당히 왜곡해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아파트 가격이 50% 넘게 폭등했을 때 김현미 전 국토장관은 10% 남짓 올랐다고 발표해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문 정부 후반기인 20~21년엔 집값이 말 그대로 폭등해 정권 출범 전의 2배가 됐다.

어찌됐든 한은도 한국의 부동산이 과하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상승폭이 비교 대상 국가(33개국) 중 3위이고 이 비율의 장기추세치와 대비한 갭(gap)률이 33개국 중 1위였다"고 밝혔다.

어떤 통계를 보든 한국은 주요국 중 소득에 비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나라 중 하나다. 대신 가계의 빚은 가장 빨리 늘어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한은은 "한국 가계부문의 원리금상환부담(DSR) 수준은 2021년말 현재 비교가능대상 17개국(BIS통계 기준)중 5위로 중상위권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2년간 증가폭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한은은 다만 "그간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 규제비율이 여타 국가들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대출건전성 관리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금리가 오르는 현 국면에서 한국의 경우 그나마 집값 대비 과하게 돈을 빌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전체 주담대 중 변동금리 비율은 53% 정도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중위권 수준이라고 했다.

■ 금리 부담 더 커졌다...주택가격 하방 압력 가중

한은은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의 최근 정책금리 인상폭과 변동금리대출 비중을 함께 고려한 정책금리 인상의 주담대 전가 정도는 우리나라가 폴란드, 노르웨이 등에 이어 8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21년 6월 이후 '정책금리 인상폭(bp)×변동금리 비중'을 보면 폴란드 640, 아이슬란드 222, 노르웨이 166, 핀란드 120, 한국 106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이 정도면 한국의 경우 집값 하방 압력이 높게 작용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주요국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가격 하방압력이 주요국 중 높은 편"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주요국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우리나라 주택가격에 대한 고평가 인식이 확산돼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한은은 또 "주택가격 상승이 높은 가계부채 비율 상승을 동반한 상황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비교적 높은 주담대 의존도와 변동금리비율을 통해 가계의 채무상환부담 증가와 주택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주담대의 LTV비율이 낮고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돼 주택가격 하락이 금융기관 손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한은은 "주택가격 하방위험이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가격 조정이 금융안정에 미칠 요인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야 할 때"라고 했다.

■ 이미 폭등한 '집값 레벨'과 최근 폭등한 '금리' 때문에 눌리는 주택값

한은이 작년 여름 금리인상을 주요국보다 먼저 시작한 이유는 높은 집값 때문이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후반부 수도권 아파트값은 폭등세를 나타냈으며, 수도권 무주택자들은 21세기 들어 가장 큰 목소리로 미친 집값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한은은 결국 '금융안정'을 내세우면서 금리인상에 나서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높은 집값에 따른 금리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던 고승범 금통위원을 금융위원장으로 내려 꽂으면서 대출을 최대한 옥죄는 정책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대출을 틀어막아 버리자 작년 추석 이후 부동산 거래는 냉각기를 맞았다.

지금은 예컨대 서울 아파트의 경우 거래가 잘 될 때에 비하면 1/10도 거래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월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만건을 넘는 때가 많았으나 올해 들어선 1천건이 채 되지 않는 달이 속출했다.

거래가 사실상 죽은 버린 상황에서 최근 집값이 눌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지역별로 상당한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는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많이 뛰었던 지역, 그리고 공급이 많은 지역의 집값 하방 압력이 크다.

즉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이상 폭등했던 세종시의 집값이 많이 빠졌으며, 입주 물량이라는 공급 효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구도 상대적으로 크게 빠졌다.

■ 한은, 큰 폭으로 올랐던 지역 집값 하락 가능성 더 높아

한은은 28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의 '이슈 분석'에서 "지역별 고점 대비 가격하락폭은 세종(-7.93%), 대구(-3.37%), 대전(-1.29%) 등의 순으로 하락 전환시점이 빠를수록 월평균 하락폭도 크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상승기(19.10~21.12월)에 높은 오름세를 보였던 지역과 최근 거래량이 큰 폭 감소한 지역에서 조정기(22.1~8월) 중 가격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차입여건 악화 등 주택시장 하방요인이 공급부진 등 상방요인보다 우세한 가운데 수도권 및 광역시 일부 지역이 하방요인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조사국의 지역경제조사팀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전반적으로 큰 폭 상승한 가운데 지역별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Price-Rent Ratio, PRR)은 세종과 서울 지역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상승기 직전(19.9월)에 비해서는 인천 지역이 가장 고평가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차입여건의 지속적 악화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차주의 소득 대비 대출잔액 비율(Loan-to-Income, LTI)이 큰 폭 상승하거나 그 수준이 높은 세종, 경기, 대구, 인천 등의 지역에서 하방 압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빌려서 집을 마련한 곳들의 경우 지금의 금리상승기에 하락 압력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한은이 지목한 이 지역들은 최근 타 지역보다 집값 하락률이 높게 잡히는 곳들이다.

최근 지역별 집값 움직임을 보면 입주 물량의 중요성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은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

한은은 "공급물량과 관련해선 향후 2년간 아파트 입주물량은 대부분 지역에서 최근 3년간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나, 대구와 인천, 충남 지역은 과거 평균을 크게 상회함에 따라 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1년(4분기) 시계에서 주택가격 분포의 하위 5%에 해당하는 충격이 발생한 상황에서의 HaR(House prices-at-Risk)을 산출한 결과, 주택가격 하방리스크는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증대됐다고 밝혔다.

한은 지역경제조사팀은 "지역별로는 상승기 중 주택가격이 큰 폭 상승했던 지역에서 하방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중앙은행의 집값 하락 베팅이미지 확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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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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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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