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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스태그플레이션 향해 달려가는 유럽

  • 입력 2022-08-22 14:4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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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최근 10년 남짓 기간동안 달러/원 환율 흐름...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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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영국에 이어 독일 물가 데이터가 급등하면서 유럽 지역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비 37.2% 급등해 전월(32.7%)과 예상치(32.0%)를 모두 웃돌았다. 통계 집계가 이뤄진 194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전월비로는 무려 5.3% 급등해 예상치(+0.7%)를 대폭 웃돌았다. 지난 달에는 0.6% 오른 바 있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비 10.1% 급등해 1982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 부담이 재부각된 뒤 독일 데이터마저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경기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 지역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은 이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 유럽 물가 급등..'유럽의 뒷목' 쥐고 있는 러시아

러시아 국영 에너지 업체들은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러-우 전쟁으로 서방 세계와 중국·러시아간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양 진영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주도 하에 서방 국가들이 중국-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두 진영간의 세 대결을 만만치 않게 펼치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었지만 급등한 유가로 인해 러시아는 큰 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아직 전쟁이 진행 중인 데다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서 안 그래도 급등한 글로벌 인플레 상황의 전개 양상에 대한 긴장감을 키운다.

러시아의 가스프롬은 7월 중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축소하면서 유럽내 천연가스 가격을 급등시켰다.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을 전달에 비해 우려 19%나 뛰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을 과시한 셈이다.

향후 러시아가 계속해서 천연가스를 무기화해 유럽을 견제할 경우 석유 가격도 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도 많다.

최근 WTI는 80불대까지 하락하며 러-우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전반적인 에너지 섹터들의 상호 영향,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하향 안정을 자신하기도 쉽지 않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가운데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은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이란 핵 합의 복원 시도가 부각되는 등 에너지 수급을 둘러싸고 세계 정치권은 다툼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9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지만 석유시장의 시선은 Freeport LNG 화재(6월 초) 이후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급등한 천연가스와 석탄 시장을 주목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LNG 수출 차질이 완화되는 4분기에도 천연가스를 무기로 한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며 "천연가스와 석탄을 대체하는 석유(등경유 중심) 수요 개선을 예상케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 속에 공격적인 긴축으로 석유 수요 전망이 약화된 가운데 드라이빙 시즌(6~8월)에도 반락한 휘발유 가격이 유가 하방 압력을 확대했다"면서 "반면 전년과 5년 평균을 하회하는 정유 제품 재고는 올 겨울에도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유가 강세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유럽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2010년대 초 기억도 소환

유럽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경기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최근 영국과 독일 물가의 급등, 계속되는 러시아의 에너지 압박 등을 감안하면 유럽의 물가 안정을 자신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럽 경제의 침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2분기 독일 GDP 상승률은 이미 0.0%로 정체를 기록했으며, 이제 마이너스 전환만 남았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유럽의 맹주인 독일 경제가 침체에 진입하면 다른 나라들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U의 역내 거래 비중이 60%로 높은 상황에서 독일 무역 비중은 14%로 가장 높다.

높은 물가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의 경기 침체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흐름이란 진단이 적지 않다. 2010년대 초반의 유로존 재정위기 시즌2를 거론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독일 생산자물가지수의 서프라이즈로 유로존의 경우 경기침체를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가시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유로존은 경기가 침체될 경우 세수 감소 등으로 인해 남유럽 부채 부실 우려가 높아진다"며 "남유럽 재정 건전성 우려는 국채 매입 금융기관과 유로존내 신용경색 리스크로 연결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유럽 상황이 이런 구도로 흘러가면 다시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위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신용 리스크를 나타내는 Euribor 3M-OIS 금리 스프레드는 2011년 말 100bp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올해는 6월부터 조금씩 확대되면서 8월엔 90bp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구원은 "유럽의 문제는 부채 문제가 한번 발생하면 구조조정, 외부 지원 등을 통해 부채수준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경기 모멘텀을 계속 떨어트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한다는 점"이라며 '부채 문제 → 신용 경색 및 재정긴축 → 경기 침체 →세수 감소 → 부채문제'의 사이클이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 스태그플레이션 향해 달리는 유럽..그리고 글로벌 금리 급등

예상을 뛰어넘는 유럽의 물가 상승률, 그리고 경기침체 가능성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일단 고물가 압박으로 유럽 금리는 며칠 사이에 대폭 뛰었다.

영국, 독일 인플레로 유럽 금리가 뛰면서 미국 금리도 덩달아 올랐으며, 국내 금리도 최근 큰 상승 압력을 받았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19일 12.85bp 오른 1.2263%를 기록했다. 독일 금리는 4일만에 0.8%대 후반에서 1.2%대 후반으로 33bp 가량 올랐다. 인플레 압력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2년 금리도 4일간 29bp 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영국10년물 금리는 40bp 가량 오른 2.4119%, 2년물 금리는 48bp 남짓 뛴 2.6018%를 기록했다.

유럽의 인플레 압력 여파가 미국으로 전이되면서 미국 10년물 금리도 3% 근처까지 올라왔다.

미국 10년 금리는 지난 7월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이달 1일엔 2.5%대(2.5705%)까지 레벨을 낮추기도 했으나 최근엔 과도한 금리 하락에 대한 반작용, 그리고 유럽 물가 압력,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스탠스 등으로 레벨을 빠르게 올린 상태다.

■ 계속되는 원화 약세 압력..1,300원대 중반 이상 레벨 감안하는 조언 늘어

최근엔 주요국 금리 상승 압력 재개와 함께 글로벌 달러 강세가 같이 부각되고 있다.

연준이 다시 매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미국과 대비해 리스크 요인이 커진 유럽과 중국 경제 등을 감안할 때 달러/원 환율 오름세나 원화 약세는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많은 편이다.

이날 달러/원은 10원 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1,340원선에 다가서고 있다. 달러/원은 2009년 4월 29일 장 중 고가인 1,357.6원 이후 13년 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이어갔다.

주말 뉴욕 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335.40원에 최종 호가되고 최근 달러/원 1개월물의 스왑포인트가 -0.50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주 초 환율 10원 급등 출발은 예상이 됐던 일이었다.

아무튼 중국은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를 단행 중이고 유럽은 경기 악화 우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는 달러 독주를 더욱 후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은 일단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달러 강세에는 연준의 긴축도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유럽과 중국의 펀더멘털 악화를 핵심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결국 무역량 감소와 원화 약세를 가져온다. 원화는 도도한 흐름에서 결국은 달러 반대편에 있는 유로와 위안화 가치를 따라간다"며 "연준의 정책이 완전히 전환되기까지 환율 압력은 위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 수급적으로 월말을 앞두고 수출업체 네고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 등이 환율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으나 글로벌 분위기에 의해 역외 비드가 지속된다면 환율 상승 압력은 제어하기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진국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 압력과 유럽 에너지 위기, 중국 내수 경기 부진 등 복합적 요인으로 연내 달러/원 상승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확실한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하기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며, 유럽은 에너지 공급 차질 장기화 속에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철까지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연내 시진핑 3연임 확정 전후까지 중국 제로코로나 기조가 유지되며 제한적인 부양 여력에 부동산 경기 회복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원화 강세 전제조건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 수출 바닥 확인, 역내 달러순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연내 원/달러 환율 1,300원 중반 이상을 열어놓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 2010년대 초 유럽 재정위기 때와는 다르다..금리시장 기대 한계 있다

지금이 2012년과 다른 점은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물가에 대한 상방압력도 같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를 보면 2012년을 시작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가 점차 강해지면서 독일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국내 시장금리도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방 리스크속에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글로벌 달러는 장기간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은 1,050원에서 1,200원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이 힘을 받는 환경이다 보니 2010년대 초와는 다른 흐름이 만들어졌다.

즉 경기침체 전망 속 물가 불확실성이 이어지니 채권 쪽도 안전자산선호 분위기의 이득을 취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금리는 하향 안정되는 대신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 보니 달러화의 안전자산 입지는 더욱 굳어졌다.

아울러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 속에 한국 역시 최근 무역 적자, 외환보유액 감소 등 원화 약세 지지요인에 긴장하고 있다.

유럽의 침체가 시간 문제라는 지적도 많은 가운데 EU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로 중국, 아세안, 미국보다 적더라도 한국 수출의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이다은 연구원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유로존 경기 침체 영향이 G2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교역량이 급감했다. 이 영향이 결국 2012~2013년 한국 수출 마이너스 지속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경기 침체도 2012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올해 상반기 유로존 경기 둔화와 중국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글로벌 교역량은 둔화되고 있으며, 하반기 한국 수출의 부진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잭슨홀, 일단 기대보다는 경계감 요인으로

시장이 혼란스런 가운데 이번주 잭슨홀 미팅의 파월 연준 의장 발언에 대한 관심도 크다.

최근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유럽의 인플레이션 혼란, 과거 연준의 판단 실수(인플레 일시적이라고 과소평가) 등을 감안할 때 연준이 매파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은 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올해 잭슨홀에서 파월은 인플레이션 억제 필요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인플레가 일시적일 것이란 연준 예상이 틀렸고, 유럽 물가도 최근 예상보다 더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이 좋아서 데이터 디펜던트지 중앙은행이 자신들의 전망을 믿지 못하니 이런 말로 무능력을 감추고 있다"면서 "결국 잭슨홀은 물가안정을 강조하면서 금리인상 지속을 거론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채권딜러는 "이번주 금통위 25bp 인상이야 기정사실이지만,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파월 발언에 대한 경계감도 작용한다"면서 "최근 유럽 물가가 다시 글로벌 시장을 휘저은 뒤 저가매수보다는 이벤트 경계감이 더 큰 상황 같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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