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 칼럼) 세수추계 오차와 부동산...그리고 축구선수에게 야구감독 맡기기

  • 입력 2022-02-15 14:1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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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해 정부의 세수추계 오차가 무려 61조원이나 났다. 세금이 예상보다 크게 더 걷히면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정부는 본예산에서 국세 수입을 282.7조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2차 추경 당시 314.3조원으로 전망을 바꿨다. 31조원 넘는 오차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부(기재부)는 작년 11월엔 이 예상보다 19조원이 더 걷힐 것이라고 예상을 수정했다. 연말이 다 되서 나온 전망에 사람들은 세수 추계가 50조원이나 틀렸다면서 수근댔다.

그러나 이 역시 끝이 아니었다.

해가 바뀐 뒤 1월 중순엔 10조원이 더 걷힌다고 했다.

세금은 이상하게 정부 예상보다 상당히 더 걷혔다. 주변에선 기재부의 어이없는 전망을 질타했다.

결국 대규모의 세수추계 오차로 기재부 김태주 세제실장이 옷을 벗어야 했다. 누가 보더라도 경질 인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재부는 이달 11일 2021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344.1조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2020년 8월 ‘2021년 본예산’ 편성 당시 예측한 세수(282.7조원)에 비해 61.4조원이 더 걷힌 것이다.

■ 어이 없는 추계 에러

지난해 국세가 61.4조원이 더 많이 걷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본예산 대비 오차율이 21.7%에 달한 것으로 1990년 이후 예상과 가장 큰 괴리를 보였다. 금액으로 보면 역대 최대 오차였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추계의 어려움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은 다른 주요국보다 훨씬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과 일본이 13%, 10% 수준의 큰 오차를 냈지만, 한국은 이들을 압도하는 에러를 범한 것이다. 결국 세제실장이 옷을 벗어야 했으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는 구조개선을 다짐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세수오차 원인분석 및 세제업무 개선방안'을 통해 향후 추계모형 정합성 강화, 의사결정 투명성 및 합의성 제고, 이상징후 대응체계 구축, 사후평가 및 피드백 내실화를 약속했다.

■ 경기 요인, 그리고 논란의 '부동산 세금' 급증

세금이 더 많이 걷힌 이유와 관련해선 경기회복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법인세가 예상보다 더 들어온 것이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70.4조원이었다. 이는 본예산 편성 당시 예상했던 53.3조원보다 17.1조원 더 늘어난 것이다.

이보다 더 극적으로 늘어난 분야는 부동산 관련 세금이었다.

지난해 걷힌 양도소득세는 36.7조원으로 본예산 당시 예상치(16.9조원)보다 19.8조원이나 더 들어왔다.

홍남기 부총리는 2월 4일 국회에 출석해 세추 추계 오차의 이유로 △ (전망보다 양호했던) 경기회복 속도 △ 부동산 시장 세금 △ 상속세 같은 우발세수의 영향을 거론한 바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세부적으로 보면 상속세와 증여세로는 15.0조원이 걷혀 예상보다 5.9조원이 더 들어왔다.

종부세는 6.1조원이 걷혀 역시 예상보다 1조원 가량 더 많았다.

부동산 관련 세금만 26조원 넘게 더 들어온 것이다. 61조원이 넘는 초과세수의 40%를 훌쩍 넘는 금액이 부동산 사이드에서 발생한 것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세금 규제 강화와 집값 폭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기준으로 2020~2021년 2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4억원 가까이 폭등한 상황에서 정부가 세수 풍년의 수혜를 누린 셈이다.

정부는 세목별 국세수입 실적을 지난해 7월 2차 추경 예산 당시와 비교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때와 비교하더라도 국세 수입은 10% 가량 더 늘어났다.

정부의 본예산 편성 당시 세수 예상은 282.7조원이었지만 7월 2차 추경 당시 314.3조원, 그리고 올해 1월 다시 333.3조원으로 정정됐다. 그리고 실제 결과는 344.1조원이었다.

■ 문재인 정부 내내 문제가 된 세수 추계

세수 '추계'라는 용어에서 보듯이 우리는 정부에게 완벽한 정확성을 요구할 수 없다.

세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세목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세목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애초부터 정확한 예상은 불가능한 미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이 얼마 정도 들어올지 '비교적' 정확하게 감을 잡아야 나라 살림을 제대로 꾸릴 수 있다.

예상과 너무 괴리가 벌어지면 '주먹구구식 살림살이' 밖에 되지 않는다.

잘못된 세수추계는 예산을 적재적소에 투입하지 못하는 비효율을 가져온다. 또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등 문제가 많다.

지난해엔 특히 정부 살림살이가 욕을 많이 먹었다. 여당 조차 세수추계에 대해 '엉망'이라는 비난을 내놓기도 했으며, 야당은 세금을 과도하게 걷는 '가렴주구' 정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세금이 많이 걷힌 이유는 정부가 지나치게 한국경제의 플레이어로 뛰고 싶어했기 때문이기도 한다. 다양한 일을 직접 하고 싶어한 '큰 정부'의 결과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법인세가 22%에서 25%로 인상되고, 각종 부동산 세금이 급증해 정부가 국가사업을 위한 실탄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마련한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쪽에선 '더 걷힌' 세수를 문제 삼아 '돈을 더 써라'는 주장을 내놓기을 일쑤였고, 야당은 '더 걷힌' 세수를 바탕으로 대폭 늘어난 나라 빚부터 갚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세금이 더 걷혀도 국가의 부채비율은 늘어만 가고 있다.

■ 축구 선수에게 야구 감독 맡기기

정부가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세수 추계 에러를 기록한 뒤 올해 1월엔 기재부 세제실장이 바뀌었다.

홍남기 부총리가 "(김태주) 세제실장은 경질된 게 아니다"라고 했으나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부총리가 세제실장의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교체했다고 했지만 정황상 이말을 신뢰하긴 어려웠다.

이달 초 통계청장 출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임 세제실장은 적어도 1년반 이상 임기였다. 김태주 실장은 9개월만에 그만뒀다"면서 추계 오차가 지속된 데 따른 교체가 이뤄졌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대신 김태주 실장의 자리엔 윤태식 국제경제관리관이 임명됐다.

윤 실장은 외자과장, 국제금융국장, 대변인, 국제경제관리관을 거친 인물로 주로 외환 관련 분야를 담당해왔다.

이러다보니 이 인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4일 국회 기재위에서 "세수추계 부실 문제로 부총리께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일종의 시선 돌리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세제실장으로 국제금융 전문가를 앉혔다"고 비판했다.

세수 추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관련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이 도마 위로 오른 상황에서 세제 행정과 관련 없는 인사를 세제실장으로 기용했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부총리가 3년 넘게 있는 동안 2년 연속으로 부실 추계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그럼에도 세제와 전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제금융전문가를 세제실장에 임명해 이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주변에선 이번 정부 인사의 특징인 '희생양 만들기 + 잘 보인 사람 자리주기'가 다시 행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한 공무원은 "문재인 정부 인사의 특징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그리고 업무와 관련 없는 사람을 중요 부서에 기용하는 것"이라며 "(세수 추계 에러로) 이렇게 욕을 먹고도 다시 축구선수 출신을 야구감독에 앉히면서 문제 해결을 다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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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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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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