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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유례없이 급증한 '한국인들의 재산'

  • 입력 2021-12-27 13:3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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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연말기준 최근 10년 주택 평균가격 추이, 출처: KB국민은행

자료: 연말기준 최근 10년 주택 평균가격 추이, 출처: 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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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 가구의 재산(순자산)이 4억원을 넘겼다.

지난 16일 통계청·금감원·한은 등이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한국 가구 재산(21년 3월말 기준)은 4억 1,452만원으로 1년만에 14.2%나 급증했다.

2020년 조사 당시에 3억 6천만원을 살짝 넘었던 재산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2020년 조사 당시 재산은 2.9%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엔 15% 가까이 폭등했다. 이는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다.

재산(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이다. 가구의 평균자산은 5억 253만원으로 12.8% 증가했고, 부채는 8,801만원으로 6.6% 늘었다.

한국 가구의 재산이 1년만에 15% 가까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아파트값 폭등 때문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가구의 평균 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은 3.4%,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결국 소득보다 재산이 큰폭 증가한 이유는 부동산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격차도 극심해져 버렸다.

이 통계는 2021년 3월 기준이다. 지속적으로 아파트값이 올랐음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 한국의 가장 잘 사는 도시 '서울과 세종'...서울의 양극화와 세종의 평등

평균(Mean)은 각 가구의 재산을 과대평가한다. 아울러 평균과 중앙값(Median)의 차이를 보면 재산 불평등도를 엿볼 수 있다.

평균을 내는 데는 재산이 많은 가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반면 중앙값은 말 그대로 가운데 값이기 때문이다.

재산 중앙값은 100가구 중 50번째, 즉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순자산을 의미한다.

한국 최대의 도시 서울은 가구의 평균 재산이 가장 많았지만 동시에 불평등이 가장 심한 도시였다.

서울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6억 4,862만원으로 중앙값(2억 9,320만원)의 2배가 넘었다. 시도별로 보면 평균이 중앙값을 2배 이상 웃도는 도시나 도(都)는 없었다.

재산 순위에서 유일하게 서울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도시는 세종이다. 세종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6억 2,624만원으로 서울에 근접했다.

공무원의 도시 세종도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아파트 값이 폭등한 곳이다. 아울러 거주민들이 공무원 등으로 균질화돼 있다보니 서울과 달리 재산 격차가 크지 않았다.

세종 가구의 재산 중앙값은 4억 8,794만원으로 무려 5억원에 육박했다. 서울 가구의 재산 중앙값이 3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을 감안하면 세종은 고르게 잘 사는 '평등의 도시'라고 볼 수 있다.

■ 재산 10억 가구의 급증

전국 가구의 재산 평균은 4억 1,452만원이고 중앙값은 2억 2,600만원이다.

재산 평균이 15% 가까이 급증했고 중앙값 12% 가까이 뛰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가구)의 평균 재산은 2억원을 좀 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평균의 상승률이 더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부동산값 급등은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더 늘려줬다.

대신 노동 가치는 역대 가장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을 중대한 모토로 내걸었지만, 실상은 노동을 가장 무시한 정부였다.

한국 가구는 2020년 1년 동안 평균 6,125만원의 소득을 올려 처음으로 6천만원을 넘겼다. 2019년에 비해 3.4% 더 번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은 3.8% 늘어난 5,003만원을 기록해 5천만원을 넘겼다.

그런데 근로소득은 3,855만원으로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신 공적이전소득이 602만원을 기록해 31.7%나 급증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정부 지원 등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뛰는 속도에 비하면 소득 증가세를 게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부자와 빈자의 격차를 유례없이 확대시킨 뒤 없는 자들에게 '떡고물'을 나눠주면서 생색을 내는 정책을 펼쳐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값 폭등으로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한없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데이터(20년 3월 기준)에서 한국가구의 재산이 3억원이 안 되는 가구의 비중이 62.3%였다. 재산 10억원이 넘는 가구는 7.2%를 차지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뒤엔 재산이 10억원을 넘는 가구가 대폭 증가했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전체가구의 58.7%가 3억원 미만의 순자산을 보유한 반면, 10억원 이상인 가구는 9.4%로 뛰었다.

아파트값 폭등이 '재산 10억 가구 급증'으로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 올해 서울 아파트 2억원 넘게 뛰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가구들의 재산 격차가 역대 유례 없이 벌어졌다. 많은 다른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문 정부 들어 역대 최악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초래한 현상이다.

KB국민은행 데이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작년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

당시 평균 매매가는 10억 312만원을 기록하면서 '서울 아파트 10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KB가 1년전인 2019년 9월에 발표한 가격보다 1억 6261만원이나 급등한 것이었다. 이 시기의 데이터가 2021년 3월 기준으로 발표한 '한국 가구의 재산 급증'에 반영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3월에 6억원을 간신히 넘어선 바 있다. 지금은 그 때의 2배가 넘는 가격이 됐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아파트 동향' 데이터를 보면 12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12억 4,978만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1년 전인 작년 12월(10억 4,299만원)에 비해 2억 679만원이나 급등한 것이다. 상승률로 보면 19.8%, 즉 20%나 뛴 것이다. 가격 상승폭은 2020년의 1억 8,348만원 상승이라는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따라서 내년 연말에 나올(기준은 내년 3월) 가계금융 데이터에서도 한국가구의 '재산'은 크게 늘어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달인 2017년 4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6억 215만원이었다. 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가격은 6억 4,763만원이 뛰었다.

상승률로 따지면 108% 정도 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아파트값을 2배 이상이 됐다.

■ 강제 계급상승, 강제 계급강등의 거친 4년...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운(運)이 지배한 시대

주변을 둘러보자. 지인들 중엔 운이 좋은, 그리고 운이 나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아는 40대 초반의 한 지인 A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재산이 0원이었으나 지금은 10억원이 됐다.

30대 후반까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순자산 제로'의 인생을 거듭했지만, 빚을 내서 마련한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4년도 안 돼서 '10억원 재산가'가 됐다. A씨는 자산이 아닌 빚을 제한 '재산' 10억원을 달성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경기 지역에 거주하면서 늘 불안정한 직장을 옮겨다녔던 이 지인은 꿈으로만 보였던 10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열심히 산 바보'도 있다. 역시 필자가 아는 40대 후반의 금융권 지인 B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보유중인 아파트를 팔아버렸다.

이 지인은 집권 초반 문재인 정부가 집값 떨어진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며, 자신은 그 마수(魔手)에 걸려던 것이라고 했다. 이 지인이 판 아파트 가격은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아니 가격이 거의 3배가 됐다고 했다. 한 동안 B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으며, 지금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인생을 포기해버렸다.

이 지인은 당시 아파트를 팔아 은행에 진 부채를 갚았지만, 지금은 4인 가족이 거주할 만한 전세도 구하기 어려운 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려 있다.

이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거나', '그래도 재산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벼락거지'가 됐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엔 '기대수익률' 관리란 개념조차 없었다. 입으로는 불로소득 차단을 떠들었지만, 몸으로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불로소득을 장려한 정부였다.

■ 화폐환상 벗어나야...돈이 돈값 못하는 시대

많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소비자물가는 속임수에 불과했다.

다수의 일반인 관점에선 최근 수년간 뛴 집값을 생각면 물가지표라는 게 의미가 없었다. 소비자물가엔 집값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냉정하게 말해 아파트값이 오른 게 아니라 화폐가치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대략 시세 20억원 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필자의 친구 C는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자신이 보유한) 7억 남짓 하던 아파트가 20억원을 넘었어. 기분이 좋냐고? 생활 수준은 나아진 게 없고 돈 가치만 떨어졌잖아. 우리가 젊었던 시절 10억원을 만드는 게 꿈이었던 사람이 많잖아. 그런데 지금은 10억원이 5억원 가치나 있는지 모르겠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재산 5억이었던 사람이 지금도 5억이라면 이 사람은 서울에서 거지가 됐다고 봐야할 거야."

말 그대로 돈 가치가 대폭 떨어졌다. 이미 물가가 올라 돈이 제값을 못하는 시대가 됐다. 많은 일반인들은 인플레이션을 얘기할 때 '자산' 인플레이션을 따로 떼서 생각하지 않는다.

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많은 사람들에게 화폐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바심도 안겨줬다.

C처럼 10억원을 '별 것 아닌 돈'으로 보는 사람도 늘었다.

반면 무주택자들과 C의 거리는 역대 어느 때보다 더 멀어졌다.

2021년 가계금융통계가 역대 가장 큰폭의 '재산 급증'을 보여줬지만, 그 만큼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은 없었다. C의 말처럼 돈 가치만 한없이 떨어졌을 뿐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주택 수급이 꼬여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집값은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른다.

당장은 추석 연휴 이후 고강도 대출규제 등으로 집값 상승률을 억지로 상승률을 눌러놨지만, 궁극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 사태 이후 돈이 대거 풀린 뒤 유명 헤지펀더 레이 달리오는 '현금은 쓰레기'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한국 화폐 역시 쓰레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화폐환상에서 벗어나 재산을 지키는 일은 많은 한국인들의 내년 과제이기도 하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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