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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임대3법, 그 종착역은 월세지옥역

  • 입력 2021-12-21 14:0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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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임대3법 시행 이후 한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가격이 3중이면 다양성 면에서 좋은 것 아닌가요?"

동일한 성능의 물건에 3가지 가격이 매겨지는 기현상이 나타난 뒤 질문자는 좀 이상하다 싶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엔 조롱이 섞인 답변이 달렸다.

"당신은 세입자들에게 다양성을 보장하는 최고의 정부를 선택하셨습니다!"

■ 박주민이 만든 잘못된 법

지난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전·월세 상한제(5%),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무모한 실험을 반대했으나 박 의원은 '한사코' 이 법이 서민을 위한 법이라면서 밀어붙였다.

박 의원은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국회의원이다. '약자의 편'에 서서 일하는 선량이라는 이미지도 구축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박 의원의 위선은 올해 초 국회 공보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여실없이 드러난 바 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3일 서울 중구 신당동 84.95㎡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계약했다. 기존 임대료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이었다.

그는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려 받았다. 전·월세 전환율(4%)로 환산할 경우 임대료를 9% 넘게 올려받은 셈이었다. 작년 9월 시행령 개정으로 하향 조정된 전·월세 전환율(2.5%)을 기준으로 하면 인상폭은 무려 27%대에 달했다.

박 의원은 자신이 만든 법을 자신이 무시해 버리는 파격적인 행보를 그를 알던 사람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박 의원은 이후 자신에 대한 주위의 비판을 확인한 뒤 '이미지 관리를 위해' 계약을 수정했다.

오랜기간 참여연대 회원이었던 필자의 지인 A씨는 참여연대 출신 박주민 의원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간 박주민을 물욕이 없는, 진정 약자들을 위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세월호와 가난을 이용한 코스프레에 속은 것이었습니다. 그가 집을 소유한 사람인 줄도 몰랐습니다. 늘 가난한 척하면서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는 시늉을 했기 때문이죠. 이 정권의 '무능한 실력자'들을 많이 배출한 탓인지 참여연대도 20년 넘게 활동한 회원(A씨 본인)을 붙잡지도 않고 떠나보내 주더군요. "

박 의원의 못 사는 사람을 위한다는 절절한 의정 활동은 결국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서민형 국회의원'으로 꼽혀온 박 의원은 결국 많은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 집값 더 띄운 '착한' 정책

정부는 작년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2법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6월부터는 전월세신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은 보증금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동시에 계약갱신청구권까지 세입자에게 부여하면 임차인의 생활이 훨씬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타일렀으나, 정부와 여당은 우이독경(牛耳讀經)이었다.

심지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서민의 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법 시행 이후엔 홍남기 부총리 등이 나서서 '서민 주거생활 안정'을 운운했다. 여당은 여전히 임대3법을 방어하는 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임대 관련 법들은 지난해 하반기 전세 공급 물량을 줄여 전세값과 매매값을 한단계 더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을 뿐이었다.

정부가 나서 임차인 주거가 많이 안정됐다고 홍보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착한 정책' 코스프레일 뿐이었다. 산수만 좀 할 줄 알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속임수였던 것이다.

■ 삼중가격

임대차3법은 이미 작년 시행 때부터 시장을 왜곡했다.

정부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희한한 임대시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제 전세가격은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재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재계약, 신규 전세계약 등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당연히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전세가격이 가장 낮다. 상승률 5% 이내에서 2년 더 거주할 수 있으니 당연히 가격이 가장 낮다.

하지만 갱신청구권이 무난하게 행사되는 것은 아니다. 집주인에게도 협상의 카드가 있다. 예컨대 집주인 본인이 직접 입주해서 살겠다고 하면 세입자의 권리는 힘을 잃게 된다.

집 주인이 가진 이 카드 때문에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재계약 물량의 가격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집 주인은 기존 세입자에게 나가든지, 아니면 '시세 전부'는 아니지만 시세를 꽤 반영한 가격으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5억원 짜리 전세에 대해 5% 이내로 인상하면 재계약한 전세금은 5억원 남짓이 되지만, 20~30% 올린 전세값으로 계약하면 전세가격이 6억원 이상으로 오른다.

하지만 임대3법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새로운' 전세를 구할 때는 비교도 안 되는 많은 돈이 든다. 과거 5억원 짜리 전세가 2배 가량으로 된 아파트도 적지 않다. 단 몇 년 사이에 5억원 정도하던 전세가 10억원 가까운수준으로 뛴 곳도 수두룩하다.

■ 임대3법, 종착역은 '월세지옥역'

임대3법과 그에 따른 전세가격 급등은 월세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세가격이 뛰면서 세입자들은 과거라면 상상도 못할 가격을 계약을 해야 한다. 전세 '2+2'에 대한 칭송 역시 속임수일 뿐이다.

정부가 좋은 제도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재계약 후 2년만 살고 그만 살 게 아닌 이상 이 제도의 부작용은 뻔했다.

높아진 전세가격은 결국 없는 사람들에게 큰 족쇄로 돌아온다. 폭등한 전세금 마련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에 따로 월세를 얹어서 계약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세입자들은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세 보증금만 내고 살았던 사람들은 이제 보증금 인상분과 월세 인상분을 같이 계산해서 계약을 하는 지경이 돼 가고 있다.

월세 상승은 결국 서민 경제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앞으로는 일부 선진국처럼 없는 사람들은 버는 돈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월세를 내는 데 써야 할 수도 있다.

예컨대 월 400을 버는 부부가 월세로 200만원을 쓰고 나머지 200만원으로 생활비로 쓴다면 저축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자가를 마련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결국 더욱 '로또'(청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간 시세와 크게 동떨어진 채 가격규제를 받은 청약 아파트는 당첨자에게 로또를 안겨주는 불로소득의 끝판왕이었다. 하지만 입으로만 노동 존중을 떠드는 정부에겐 이 시스템에 대한 문제 의식도 없었다.

■ '전세 없애고 월세로 가야한다는 주장'...현실 모르는 자들,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시길

지난 달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주택 특별연구단장'인 임재만 세종대 교수가 한 언론에 나와 전세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통령 후보자의 브레인 중 한 사람이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 주거제도인 전세를 없애고 월세 시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임 교수는 전세가 갭투기에 악용돼 민간 임대시장차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세는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내야해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월세와 같다면서 전세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지분공유 주택 등 각종 '공공' 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 교수 식의 처방은 서민들만 더 궁지로 몰아넣는다.

안 그래도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돼 서민들의 한국사회 생존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으로 월세를 밀어붙이겠다니!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거비용이 상당히 낮은 나라였다. 한국 임대시장은 전세와 월세가 경합하는 특수 구조인 데다 전세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쌌다.

주요 선진국 도시의 경우 무주택자들이 급여의 절반 이상을 월세 내느라 충당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과거 부부가 모두 직장에 다니는 '선진국 젊은 부부'를 보면서 남녀 평등이라고 배웠지만, 실은 주거 비용이 비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국은 그나마 전세제도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싸게 거주를 할 수 있었던 게 진실이다.

아울러 '공공'으로 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상당히 오만한 것이다.

듣기엔 거북할 수 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공공주택은 '못사는' 사람들을 위한 거주수단이다. 돈이 있으면 누가 공공주택에 살려고 하겠는가? 자신이 공공주택에 살지도 않으면서, 공공주택 만능론을 펼치는 자들은 위선자들일 뿐이다.

우리는 최근 수년간 '살기 좋은 공공주택'이라는 말장난을 유포하면서 사람들을 기만하는 위선자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위선자가 아니라면 이런 사람들은 지적 능력이 현저히 결여돼 있지만, 큰 스피커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주택 공급 문제만 악화시킨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집을 많이 지어야 한다.

■ 각종 세금인상이 집값 올리고 전세 올린 것 '맞다'

최근 종부세와 관련해 큰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전 국민의 2%에 불과하다고 강변했지만, 집 소유자에 딸린 식구 등을 감안하면 이 주장 역시 문제가 많았다.

민간이 임대시장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에 세금을 매길수록 집 소유자들은 그 세금을 떠넘기기 위해 용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나 주택은 공급이 자유롭지 못한 재화여서 세입자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늘어난 종부세를 포함해 각종 세금들은 이미 집값, 전세, 월세를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끝없이 관찰해온 사실들이다.

세금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탄력성이 떨어지는 주택 공급을 감안할 때 없는 사람들이 결국 더 피해를 보게 된다.

종부세 등 각종 주택 관련 세금이 늘어날 때 세금이 전가되는 과정에서 집값이 상승 압력을 받는다. 아울러 집 주인들은 전·월세에 세금을 얹어버리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해서 정책을 써야 한다.

세금은 결국 전세를 반전세, 월세로 변화시키고 없는 사람들의 거주 비용은 올라갔다.

정부가 노렸던 효과는 없었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높이면,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착각했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처럼 1차원적이지 않았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는 대신 세금 전가 등을 통해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심지어 자식 등에게 증여를 해버렸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대응하면 매물 잠김만 심화될 뿐이다.

다주택자들은 세금 전가를 위해 월세 등을 올리고, 세를 사는 사람들은 폭등한 가격 감당이 안돼 월세를 택해야 하는 지경에 몰리고 있다.

이미 2+2가 왜곡해 놓은 전세 시스템 때문에 2022년 임대시장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누군가는 한국도 한국도 다른 선진국처럼 월세 중심으로 임대시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한국 임대시장의 '월세화'가 두렵다.

없는 자들의 어깨에 끊임없이 짐을 지우는 일, 이것이 이 정부가 5년 가까이 무주택자들에게 한 일이었다.

♠ 참고자료

다음은 2021년 12월 6일자 국토교통부의 '임차인의 주거안정이 확인되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보도자료다.

(장태민 칼럼) 임대3법, 그 종착역은 월세지옥역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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