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태민 칼럼) 부동산 '머리 누르기' 효과와 대통령의 '인내'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6년 10월 31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X(엑스)에 '인내의 시간'을 견디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자산시장 정상화를 향한 힘든 길에서 지금은 견디는 중"이라며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알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한다"면서 강남 공인중개사들이 집값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는 기사를 링크했다.
■ 대통령, '집값 하락 베팅한 강남 공인중개사들' 관련 기사 링크
대통령이 링크한 기사에 나온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현 정부 정책이 시장 생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사는 지역별 집값 서열화에 의해 서울 전체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부 압구정동 공인중개사가 "서울은 이미 동네마다 집값 순서가 정해져 있다. 강남, 마용성, 외곽 이런 식으로 줄을 서는데, 맨 앞을 붙잡아 두면 뒤에 있는 곳들이 혼자 계속 올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나왔다.
기사의 결론은 현재 강남 지역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서울 전역의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으로 귀결됐다.
우리의 이 대통령은 '정책 효과에 따른 집값 하락' 전망을 적은 기사를 링크하면서 "국민주권정부는 한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원 8월 13일 발표 데이터가 시작...강남 하락과 뜨거운 서울 외곽
2024년, 2025년 폭등했던 강남권 집값 데이터는 8월 중순 드디어 '마이너스'로 발표됐다.
한국부동산원은 8월 13일(10일 기준) 발표한 주간 자료에서 서초구(-0.04%)와 강남구(-0.02%) 집값이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8.3 세제개편안'이 나온 뒤 강남권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가 고가의 주택을 대상으로 고강도의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강남구, 서초구의 '주간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 강남 집값 하락 전환은 정부의 세금 규제와 매도 기회 제공(빨리 팔수록 세금 덜 낸다) 효과다. 물론 여기엔 그간의 강남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겹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강남 집값이 오랜만에 하락 전환했음에도 서울 외곽의 집값 상승세는 뜨거웠다.
서초구와 강남구가 소폭 마이너스로 전환했던 초순 성북구(0.40%)와 노원구(0.35%)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강남은 정부의 위협에 집값이 하락 압력을 받았지만, 서울 외곽에선 '생존매수'가 한창이었다.
임대차 매물 부족과 전세가·월세가 상승으로 거주비 부담이 커진 서민·실수요자들은 '그나마 살 수 있는' 서울 외곽의 싼 집들을 매수했다.
강남과 관련한 풍선효과 성격도 있었다. 대출 한도 규제 등으로 강남권 진입이 막힌 수요가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 "머리를 눌러라"...상대가치 원리로 중급지도 빠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남 집값 하락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X에서 '인내'를 거론한 이유가 이것 때문일 것이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선 지표물(강남 아파트, 송파의 대단지) 가격을 잡으면 중급지, 하급지 가격이 빠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강남권에서 거래량과 가격 형성의 기준이 되는 '지표물'의 가격이 빠질 때 중급지가 따라서 빠지는 원리는 상대가치 매매와 관련이 있다. 즉 '가격 격차' 원리에 기인한다.
지표물 가격이 하락하면 상급지와 중급지 간의 가격 차이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중급지 아파트를 사려던 구매자는 "돈을 조금 더 보태서 상급지로 갈아타겠다"는 식으로 태세를 전환하게 된다.
즉 상급지 대기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면 중급지의 가격 매력도가 떨어지게 돼 중급지 가격도 내려온다.
중급지가 상급지와의 적정 스프레드(가격 격차)를 다시 벌리기 위해, 즉 상급지 대비 비싸 보이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 "머리를 눌러라"...갈아타기 체인의 단절과 심리 효과
흔히 1주택자들은 기존 집을 팔 때 지금 사는 것보다 더 나은 곳, 즉 상대적인 상급지로 이동하려고 한다.
그런데 주택 갈아타기 수요자가 쳐다보던 상급지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관망세로 돌아서면 중급지·하급지 집을 팔아 상급지로 이동하려던 대기 매수자들이 주춤하게 된다.
즉 이들은 상급지가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며 매수를 미루게 된다. 상급지 매매가 끊기고 중급지 매물 소화까지 멈추면 연쇄적으로 하급지 거래까지 막히는 '정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전체적으로 시장이 무거워지면서 가격 전반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심리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블루칩이 떨어지면 옐로우칩 등 성능이 떨어지는 집의 가격도 떨어져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즉 상급지 하락이 중급지, 하급지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 머리 눌러도 서울 집값 안정 어려운 이유...토허제 등 전세 띄우기 정책
정부가 세제를 통해 강남 등 상급지 가격을 누르고 있으며, 강남권 아파트값은 그간의 급등에 따른 효과까지 겹쳐 하락 전환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급지 집값 하락'을 서울 전반의 가격 안정(하락)으로 연결짓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정부의 '실거주 우선 정책' 때문에 전세가가 멈추지 않고 뛰고 있다.
거주 불안을 느낀 전세 세입자들이 "이 전셋값이면 차라리 외곽 중저가 아파트를 사자"며 매매 수요로 전환된 상태다. 이른바 '생존 매수'다.
정부의 토허제 강화와 신축 입주 물량 부족이 맞물려 서울 전세 매물은 극도로 부족해졌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향해 치고 올라오는 국면에서 서울 전역의 가격이 안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 머리 눌러도 서울 집값 안정 어려운 이유...대출규제 풍선효과와 공급부족
정부의 대출 한도 제한이나 DSR 규제 등은 강남권 등 상급지 입성을 어렵게 한다. 대출 규제로 초고가 단지가 밀집한 강남권의 매수세가 묶이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진입장벽이 낮고 정책 대출이 가능한 외곽 지역으로 실수요가 번지게 된다. 이른바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2024년, 2025년 강남권 집값이 폭등할 때 상대적으로 못 올랐던 노도강, 금관구 등 서울 하급지 집값이 2026년 들어 크게 뛰었다. 이 역시 잘못된 정책이 가져온 '정책 효과'다.
올해 서울 외곽은 갭 메우기(가격 격차 축소) 장세를 연출하며 급등세를 탔다.
지금은 공급이 매우 부족한 국면이다.
강남권이 세금·대출 압박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그 조정폭 이상으로 외곽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기 때문에 서울 집값이 대세 하락으로 돌아서긴 쉽지 않다.
지금은 강남이 빠진다고 해서 서울 외곽 집값도 빠진다고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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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는 대통령...부동산에 대한 좁은 시야
대통령이 10월의 마지막 날 '강남발 집값 하락' 기대감을 띄우자 발끈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KDI 연구원 출신의 정치인 유승민 전 의원은 1일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정신승리는 워낙 괴이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질타했다.
유 전 의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90주 연속 오르고 올해만 8.73% 올랐고, 1~9월간 서울 전세는 8.21%, 월세는 7.69% 올랐다. 서울 인근 수도권도 마찬가지"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은 통계도 안 보는지 어제도 '자산시장 정상화를 향한 힘든 길에서 지금은 견디는 중'이라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얼마 전에는 '폭락', '평탄화'라 하고 이제는 이게 '정상화'라고 하니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것인가"라며 "집값과 전월세가 역사상 최악으로 미친 듯이 올라 국민들은 죽을 지경인데 '국민주권정부는 합니다!'라니, 국민들 염장지르기 외에 뭘 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그는 "닥치고 공급을 하겠다지만 계획대로 하더라도 그 효과는 빨라도 3~4년 후에나 나타날 것이고, 그나마 계획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가 집값과 전월세를 잡아줄 거라 기대한다면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기대대로 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월세 대란이니 비거주, 다주택에 대한 징벌적 규제와 세금을 없애 전월세 공급의 숨통을 터주자고 수 차례 건의해도 들은 체도 안 한다고 낙담했다.
유 전 의원은 "전월세 대책은 아예 없었고 전월세를 악화시키는 어리석은 짓만 골라서 한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시장의 반응을 내다보지 못하고 자만과 도그마에 빠진 무능하고 위험한 정권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생생하게 겪는 중"이라고 했다.
■ 극심한 서울 부동산 하층민 고통...강남 하락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을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서울 전월세 폭등이 '정책 효과'라는 사실을 잘 안다.
대통령은 '강남 집값 하락'을 강조하면서 서울 무주택자 등에게 장밋빛 미래(서울 집값 하락)를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서민들은 최근 오랜만에 본 강남 집값 하락 소식이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9개월(3년 이상) 연속으로 올랐다. 올해 월세 가격 인상률은 7.7%로 2025년 1년간 상승률(3.9%)의 2배에 달한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노원구는 올해 9월까지 매매, 전세, 월세가 모두 10% 넘게 뛰었다.
서울 강남도 아닌 곳에 300만원, 400만원 아파트 월세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통령은 강남이 하락 중이니 '견디면 된다'고 한다.
대통령이 반시장적 정책에 따른 집값 급등, 그리고 '엄연히 정책효과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