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폴 튜더 존스 "AI기업 상장 러시 속 내년 주식시장 험난"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세계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가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잇따른 기업공개(IPO)와 미국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내년 미국 주식시장이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업들의 대규모 상장과 추가 주식 발행으로 수급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과 고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1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튜더인베스트먼트의 창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존스는 이날 '스쿼크 박스' 인터뷰에서 "2027년은 주식시장에 정말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며 "미국 증시는 2002년 이후 가장 부정적인 수급 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간 이어진 미국주식 강세장을 뒷받침했던 수급 여건이 앞으로는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인수합병(M&A)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공급을 줄이면서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앞으로는 AI 기업들의 대규모 IPO와 추가 증자로 주식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존스는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상장 추진, 스페이스X의 최근 IPO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여기에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투자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추가 주식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주식 공급이 늘어나면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이 신규 상장주식과 추가 발행 물량으로 분산되면서 시장 전반의 상승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
존스는 현재 시장 상황을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했다.
그는 "1998년과 1999년, 그리고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수많은 기업공개와 주식 발행이 있었다"며 "당시는 공매도하기 가장 쉬운 시기였다"고 말했다.
특히 신규 상장기업들의 보호예수 해제로 시장에 주식 공급이 지속해서 늘어난 점을 당시 주가 하락 압력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존스는 "나는 일 년 내내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도 주식시장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자발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금융시장의 압박에 직면한 이후에야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존스는 "시장이 우리에게 강제하기 전까지는 재정적자를 결코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자발적으로 증세나 지출 삭감에 나서기 어려운 만큼 시장의 압력이 재정정책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이 이미 그러한 전환점에 접근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역시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원유 매수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존스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유가가 예상대로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은 이를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 비용 증가를 통해 기업 수익성을 압박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여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장기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증시가 AI 산업의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지난 4년간 강세를 이어온 가운데 주식 공급 증가와 고금리, 유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 시장의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존스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AI 관련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고 밝히는 등 단기적인 상승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현재 주식시장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과 유사하다고 평가하며 과열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혜 기업과 비수혜 기업 사이의 주가 흐름이 크게 엇갈리는 점도 주목했다.
결국 존스는 AI 산업의 성장성 자체보다는 대규모 자금조달에 따른 주식 공급 증가와 재정적자, 국제유가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내년 미국주식 시장의 수급과 투자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