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가 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이 주택과 자동차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의 수요를 억제하면서 통화긴축 효과를 일부 대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러 이사는 13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포럼에서 "금리가 오르면 주택이나 자동차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에 영향을 미치겠느냐. 물론 그렇다"며 장기금리 상승이 통화긴축의 "일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금리 상승이 연준이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차입비용 상승을 통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4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와 재정적자 확대, 인공지능(AI) 투자 증가 등이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월러 이사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의 주된 배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견조한 경제성장과 AI 투자 확대 등을 지목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는 잘 안착돼 있다"며 "금리 상승분이 모두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며 실질 성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일부 약화된 점도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월러 이사는 최근 2년간 미국 국채의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일부 약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이에 따른 편익 감소가 국채금리를 50~70bp가량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의 단기 정책금리 조정이 장기 국채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초단기 자금조달 비용의 변화가 10년물 금리를 크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면서도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장기금리 급등으로 금융여건이 긴축되면서 시장에서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 이후 주요 8개국의 금리스왑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기대 규모는 합계 기준 약 200bp 감소했다.
월러 이사는 AI 투자 확대가 향후 2~3년간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경고했다.
그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면서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러 이사는 "AI에 수조달러를 투자하고 필요한 물품을 반드시 사야 한다면 어떤 가격이든 지불하게 된다"며 "이는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리고 관련 제품을 사용하는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물가 상승 없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생산성 개선 효과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시장은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세는 둔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은 오는 27~28일 FOMC 회의를 열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