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드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주식시장을 속이 텅 빈 고목에 비유하며 시장 내부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건드락은 1일(현지시간) 로젠버그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주식시장이 겉으로는 견조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시장의 폭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뉴욕주 버펄로 자택에 있던 100년 된 은단풍나무의 거대한 가지가 부러져 굴뚝을 덮칠 뻔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1년 전만 해도 겉보기에는 멀쩡했던 나무가 실제로는 내부가 완전히 비어 있었으며 사실상 붕괴 직전이었다는 것이다.
건드락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시장 상황이 정확히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상승세에 동참하는 종목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약 80%가 52주 고점에서 최소 10% 이상 하락해 조정 영역에 들어갔다. 약 39%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져 약세장 영역에 진입했다.
모건스탠리가 집계한 S&P500 종목 가운데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도는 종목의 비중도 여름철 75%에서 최근 49%로 낮아졌다. 러셀3000 구성 종목 가운데서는 약 51%가 지난 6월 이후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드락은 "S&P500 내부에는 온갖 부패와 썩은 부위가 자리 잡고 있지만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가지가 부러진 뒤에야 나무의 속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증시 역시 표면적인 지수 움직임만으로는 내부의 취약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건드락은 사모시장으로도 시선을 돌렸다.
그는 사모펀드가 사모신용 운용사를 인수하고 다시 보험사를 사들인 뒤 해당 보험사가 계열 사모신용 운용사가 발행한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식의 순환적인 투자구조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와 사모신용 업체들이 투자자들에게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분기 실적에서도 뚜렷한 결함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실제 기초자산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건드락은 한 사모신용 펀드에서 지난해 말 장부상 100달러로 평가됐던 자산 가치가 올해 1분기 77~78달러 수준으로 낮아진 사례를 제시했다. 이는 기초 포트폴리오 자산가치가 약 23% 급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건드락은 미국 정부가 결국 화폐 발행을 확대하거나 부채 구조조정에 나서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국채 투자자들이 만기 연장을 받아들이거나 더 낮은 쿠폰금리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며 화폐 발행과 부채 구조조정 모두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의 움직임에도 주목했다.
건드락은 2000년 이후 S&P500지수가 조정을 겪은 10여 차례의 국면에서 달러인덱스가 매번 8~10%가량 상승했지만 지난해 4월 주식시장 조정 때는 달러화가 오히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과거와 다른 경제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면서 "다음 경기침체가 찾아올 때 달러는 상승하는 대신 오히려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드락은 주식시장 내부의 상승 동력 약화와 사모시장의 잠재 손실, 미국의 재정 불균형이 서로 맞물릴 경우 다른 자산군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