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9-09 (수)

(장태민 칼럼) 세종메디칼, 펌프 앤 덤프

  • 입력 2026-09-07 15:2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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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세종메디칼 주가 차트,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세종메디칼 주가 차트,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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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펌프 앤 덤프(PUMP & DUMP).

주식시장에서 인위적으로 특정 종목의 주가를 폭등시킨 후 고점에서 주식을 일시에 매도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대표적인 시세조종(주가조작) 수법이다.

이 사기 수법은 크게 펌프(가격 띄우기)와 덤프(물량 떠넘기기) 2단계로 이뤄진다.

펌프 단계에선 주가조작 세력이 특정 중소형주를 미리 매집한 뒤 주가가 뛸 것이란 허위정보를 유포한다. 허위 정보와 리딩방 추천 등에 속은 개인투자자들이 추격 매수를 하면 주가가 폭등한다.

주가가 충분히 고점에 도달하면(통상 호재가 노출되는 시기 등) 세력들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던져 이익을 실현하고 나온다. 세력의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하고 고점에서 물린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최근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통해 특정 종목에 얽힌 펌프와 덤프, 그리고 수년전 '한국 주식시장을 해 먹던' 선수들이 회자됐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종목은 세종메디칼이다.

세종메디칼은 감사의견 거절 및 횡령·배임 혐의 발생 등으로 인해 2024년 3월 이후 2년 넘게 거래 정지 상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2026년 6월 개선기간 종료 후 심의를 거쳐 최종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세종메디칼 측은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정리매매와 상장폐지 집행이 잠정 보류됐다.

■ 제넨셀과 코로나19 치료제

코로나 사태 당시 경희대 생명과학대학 교수 강세찬은 자신의 바이오벤처 회사 제넨셀의 '코로나 19 치료제 개발' 사실을 홍보한다.

당시 강 교수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담팔수 추출물로써 코로나19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다.

주식시장 일각에선 한국이 독자적 기술력으로 코로나 19 치료제를 개발한다면서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세찬 교수는 인도와 한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알렸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애국하는 과학자' 관련주에 투자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주식 사기였다.

■ 임상 비리

국내 임상 2상 승인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브로커 양수진 씨가 나타난다.

양 씨는 강세찬 교수가 근무하던 학교, 즉 경희대 생명과학대학에서 공부했던 인물이었다.

임상 2상 실험이 승인되기 직전에, 식약처의 임상 승인 직전에 강세찬 교수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을 세종메디칼 등에 매각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둔다.

세종메디칼은 2021년 10월 19일 강세찬 교수의 제넨셀 보유 주식 66만주를 약 63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은 실패했으며, 폭등했던 세종메디칼 주가는 폭락한다.

임상 승인 과정 자체가 이상했다. 임상시험 승인을 받을 당시에 제출했던 보고서의 햄스터 실험에선 1마리는 죽었고, 3마리는 폐가 부풀었다. 햄스터에겐 치료제가 아니라 독극물에 가까웠던 것이다.

임상 실험 승인과 관련해 사업가 양수진 씨(2010년대 초 강남 일대에서 유흥주점 운영 소문)가 브로커로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양 씨는 2004년경부터 알고 지냈다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을 통해 식약청을 움직이려 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 주가조작 사건으로 비화되려는 조짐

이 사건은 주가조작 게이트로 비화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제준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7일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이 지연되자 등장한 사람이 바로 브로커 양 씨와 ‘승원 오빠’ 김승원 후보자"라며 "양 씨의 부탁을 받은 김 후보자는 직접 식약처장에게 연락해 빠른 처리를 요청했고, 담당 과장 단계에서 막혀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아 챙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 씨의 입에서 ‘교수님의 인허가를 푸는 것은 승원 오빠지’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김 후보자의 연락 이후 해당 임상시험 계획은 같은 달 승인됐다"면서 "심지어 제넨셀 개발자는 임상심사가 진행되던 시기 자신의 지분을 약 63억 원에 매각했고,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로비)'과 이에 얽힌 유력 인사들의 유착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인물은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었다.

한동훈 의원은 2021년 10월 김승원 후보자가 로비 브로커 양수진 씨와 나눈 통화 녹취를 최근 공개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김승원 당시 민주당 의원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직접 연락해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챙겨봐 달라고 요청했고, 식약처장 비서를 통해 실무 부서인 임상정책과장에게까지 이 내용이 전달됐다고 했다.

한 의원은 특히 이 사건에 김승원 의원 혼자만 개입된 것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그는 "민주당 오빠들이 오빠 독약로비를 공익이라고 한다. 민주당 오빠들은 똘똘 뭉쳐 오빠 독약로비 옹호하라"면서 "저는 국민만 보고 민주당 오빠 카르텔 깨부수겠다"고 했다.

■ 주가조작 사건...야당, 배상윤·김성태·김만배 등 거론

나경원·박수영·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 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주가 조작과 연결된다고 밝혔다.

특히 여당과 정부의 실력자들 상당수가 이 문제와 엮여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과거에 날렸던' 대장동 사건·주가 조작꾼 등이 드러난다고 했다.

사실 제넨셀엔 세종메디칼만 투자한 게 아니었다. KH필룩스도 주요투자자였다. 배상윤 회장이 이끄는 KH그룹의 자회사다.

나 의원은 "배상윤 회장은 불법 대북송금의 주범인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철저히 얽힌 경제공동체이자 인터폴 적색수배자"라며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대장동 자금을 추적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 역시 이 KH그룹"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원 후보자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와 수원 수성고 동문이라는 점도 함께 거론하면서 의혹을 제시했다.

나 의원은 "제넨셀, 불법 대북송금, 대장동 이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이겠나"라고 했다.

세종메디칼은 사실상 상장폐지로 3만 명의 소액주주들이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 '꾼들의' 한국 주식시장 해먹기...무자본 M&A의 그늘

세종메디칼은 '무자본 M&A'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종목이었다.

세종메디칼은 원래 복강경 수술용 의료기기인 트로카를 전문으로 만드는 건실한 회사였다.

의료기기 국산화 등을 이루면서 나름대로 견실한 경영을 했던 이 회사는 2021년 M&A되고 만다.

창업주 일가로부터 회사를 처음 산 주체는 투자조합들을 거친 타임인베스트먼트(이후 세종메디칼컴퍼니로 사명 변경)였다. 이 때가 2021년 8월 경이었다.

이들은 인수하자마자 세종메디칼의 사내 유보금을 빼내 부실 논란이 있던 비상장 바이오사 '제넨셀' 지분을 113억원에 사들인다.

제넨셀 임상 승인이 나기 전의 일이다.

그리고 양수진 씨는 세종메디칼과 제넨셀 사이의 113억 원 규모 자본 거래(지분 매각 및 50억 CB 인수)가 성사되도록 식약처 임상 승인을 청탁하고, 그 대가성으로 강 교수 측으로부터 수억 원의 자금 지원 및 CB 관련 특혜를 직간접적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메디칼은 이 50억원짜리 CB 외에도 제넨셀 창업주 강세찬 교수의 개인 주식(구주)을 약 63억 원에 추가로 사들이면서 총 113억 원을 제넨셀 측에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 세종메디칼을 파멸로 이끈 3대 세력과 두 번째 사건

주식시장에선 세종메디칼을 망가뜨린 3대 집단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기업 사냥꾼, 사기꾼 바이오 기업인, 그리고 정관계 로비스트 집단이 그들이다.

작전 세력들은 '크게 2번에 걸쳐' 세종메디칼을 망가뜨렸다.

세종메디칼은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가 등장한 2021년 사건 이후 2022년에도 큰 풍랑에 휘말린다.

세종메디칼은 2022년에도 다시금 주가조작 세력들에 의해 회사가 도륙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과 관련한 유명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에디슨EV, KH필룩스 등과 얽혀 자본시장을 교란한 악명 높은 무자본 M&A 세력(이준민 계열 등)과 맞물렸다.

■ 주가조작의 왕 이준민

이준민은 국내 주가조작 1인자로 통했던 인물이다.

회계사 출신으로 에디슨EV, 카나리아바이오, 세종메디칼, 헬릭스미스, 디아크 등 수많은 상장사를 무자본 M&A 방식으로 집어삼킨 뒤 주가를 조작한 '어둠의 설계자'로 통한다.

검찰은 이준민에 대해 징역 15년, 무려 '벌금 2조 6,586억원과 추징금 2,817억원'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올해 2월 겨우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가 상승분 중 순수하게 작전 세력의 조작으로만 발생한 부당이득의 규모를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솜방망이 처벌(?)의 이유를 밝혔다.

주가조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엔 이준민은 세종메디칼과 카나리아바이오를 엮어 역사에 남을 주가조작 사건을 벌였다고 기억하기도 한다.

당시 이준민 세력의 핵심 지주사 역할을 하던 곳이 바로 두올물산(이후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사명 변경)이다.

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무자본 M&A로 세종메디칼을 인수한 뒤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게 한다.

세종메디칼이 CB를 발행해 끌어모은 현금은 이준민 세력의 다른 주가조작 종목인 카나리아바이오의 주식과 사채를 사들이는 데 투입됐다.

이준민 세력이 과거 에디슨EV를 먹튀했던 수법이 세종메디칼-제넨셀 구도에 그대로 복사된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두올물산(카나리아바이오엠)은 2022년 여름 세종메디칼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10월 경 세종메디칼의 현금 1300억원을 동원해 카나리아바이오의 주식과 사채를 사들였다.

주가 조작 세력들은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를 이미 폭등시켜 놓은 상태였다.

세력들은 세종메디칼의 돈으로 카나리아바이오의 주식(4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억 이상)를 비싼 값에 통째로 매입했다.

이후 단물(현금)을 모두 빨아먹힌 세종메디칼에는 카나리아바이오의 주식과 사채 종이 쪼가리만 남았다.

2024년 카나리아바이오가 개발 중이라던 난소암 치료제(오레고보맙)의 임상 3상이 실패(중단 권고)하면서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는 폭락했다.

세종메디칼이 보유했던 1천억원이 넘는 자산은 순식간에 장부 가치 '0원'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사기꾼들은 투자의 탈을 쓰고 세종메디칼의 알짜 현금 1천억원 이상을 빼내 자신들이 고점에 쥐고 있던 작전주(카나리아바이오) 주식과 교환함으로써 '사채 빚 상환 + 고점 먹튀 + 작전 자금 조달'이란 미션을 완성했다.

일부 주식시장 관계자들은 이런 류의 사건 배후엔 중국 돈, 정치인, 어둠의 비즈니스 자금 등이 엮여 있을 것으로 추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금융범죄 수사기관들은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해내지 못했다.

개미는 털리고 어둠의 비즈니스는 계속해서 호황을 이어가는 중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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