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1달 만에 세제개편안에서 물러섰다.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 축소, 공동명의 혜택 축소 등을 없던 일로 했다.
종부세 세부담 상한도 현행 수준(1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양도세 세제개편안 등 상당부분은 건드리지 않은 가운데 향후 국회에서 어떻게 손질이 이뤄질지 봐야 한다.
■ 종부세 관련 불만에 반응한 정부
정부는 전날(1일) 국무회의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깎으려던 원안을 폐지했다.
현행 12억원으로 원상복구한 것이다.
실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 상향(12억원→14억원)은 원안대로 추진된다.
종부세 기본공제와 관련해서 실거주 1주택은 이득을 보고, 비거주 1주택은 기존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인당 4억원(합산 8억원) 공제는 1인당 6억원(합산 12억원)으로 되돌림됐다. 즉 단독명의와의 형평성을 맞춘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 세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올리려던 계획도 접었다. 즉 현행 대로 150%를 유지하기로 확정한 것이다.
집값이 오르더라도 연간 세금 증가 속도에 제한이 걸리게 돼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느끼던 '새로운' 불안감은 해소됐다.
■ 거주, 비거주 가리지 말고 종부세 1주택 기본공제 통일해야
정부는 전날 "입법예고 및 부처협의 과정에서 제기된 사항을 반영해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실거주 1주택의 기본공제 금액은 14억원으로 우대하되 비거주 1주택의 기본공제 금액을 12억원으로 현행 유지하고, 세부담 상한은 150%로 현행 유지하도록 하는 한편, ISA에 대해서는 계약기간 및 납입한도를 현행 유지하고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와 청년미래적금의 중복가입이 가능하도록 수정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1일)에서 의결된 11개 세법 개정법률안은 3(목)까지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에서 심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종부세 관련 불만이 많던 부분을 되돌린 가운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수정이 이어질 여지도 있어 보인다.
당장 종부세와 관련해 '실거주 14억원'과 '비거주 12억원'간의 2억원 차등을 시정하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여전히 실거주하는 1주택과 어쩔 수 없이 비거주하는 1주택을 구분하는 게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많다.
예컨대 지방 근무, 자녀 교육, 병간호 등으로 불가피하게 비거주하는 1주택자를 '거주 1주택'으로 인정해 줄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하나씩 예외를 인정해 주다 보면 끝이 없다는 '현실론'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1주택의 경우 거주, 비거주를 따져서 얻는 실익이 없고 행정 비용만 많이 들어가다 보니 '2억원 차등'은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이다.
결국 비거주 1주택자도 실거주자와 동일하게 14억원으로 통일(상향 평준)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살아 있다.
■ 이참에 '비거주, 실거주' 나눠서 접근하는 세금 정책 폐기해야 하는 이유
이참에 정부는 비거주, 실거주로 나눠서 세금을 물리겠다는 '실거주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거주 여부로 종부세 기본공제(14억원 vs 12억원)과 세제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정책은 사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거나, 임차인을 괴롭히는 정책이다.
예컨대 부자들은 서울 상급지 아파트를 매수해 입주(실거주)하면 14억원 공제와 각종 세액공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부족해 '전세를 끼고 매수(갭투자)'한 사람들, 미래 집값 급등이 두려워 영끌해 집을 한 채 마련해 놓은 사람들은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실거주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돼 상대적 세금 불이익(12억원 공제)을 받게 되므로, 자산이 적은 사람일수록 세금 부담이 커진다.
즉 정부의 14억원과 12억원 종부세 차등화는 역진세 효과를 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정책은 전세 세입자(무주택자)를 괴롭히게 된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게 되면, 집주인들이 '비거주 실거주 의무'를 채우기 위해 기존 전세 세입자를 쫓아내고 실입주를 택하게 된다.
안 그래도 시장에 전세 매물이 급감한 상태이면, 이러면 전세가가 더 급등한다.
또 비거주 상태를 유지하는 집주인들은 늘어난 세금 부담을 월세 인상이나 보증금 증액을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결국 주거비 부담은 가장 가난한 무주택 임차인(전·월세 세입자)에게 집중된다.
사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뒤부터 지속적으로 '실거주 우대정책'을 펴면서 이미 정책 역효과가 서울 전역에 퍼졌다.
최근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폭등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끊임없이 오르는 게 바로 정부 정책효과다!
이제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에서도 월세 300만원은 흔한 일이 돼버렸다.
결국 급등한 전세, 월세가 현재 수준에서도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상당수 서울 무주택자들은 '오로지 서울에서 버텨내기 위해' 집을 샀다.
이런 '생존 매수'는 결국 서울 하급지인 노도강금관구, 최근 집값이 가장 큰 상승률로 뛴 중랑구 등 서민들이 아파트 매수를 꿈꿀 수 있었던 곳의 집값을 폭등시켰다.
■ 서울의 가난한 자들 괴롭히는 정부...실거주 미망에서 벗어나야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집값 폭등기인 문재인 정부에서 재경부 차관을 했던 김용범·구윤철과 같은 사람들의 생각과 반대로 움직인다.
냉정하게 말해 정부의 세상물정 모르는 책상물림 부동산 정책가들이 서울의 무주택자, 서울의 임차인, 서울의 가난한 자들을 가장 크게 괴롭혔으며,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비거주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는 '없는 사람들'이 살만한 공간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특히 비거주자에 대한 징벌적 세제는 임대 목적의 소형·저가 주택을 보유할 유인을 없애버린다.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다세대·빌라·저가 아파트 등 임대 물량을 공급해줘야 서울의 가난한 사람들도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가들은 '무슨 사연 때문에 그러는지' 가난한 자들을 가장 심하게 괴롭히면서 임대 공급망을 부수고 있다.
정책가들이여,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발 '실거주'가 정답이라는 미망(迷妄)에서 벗어나라.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