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의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출산장려 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 과도한 교육 경쟁을 완화하고 생산성과 노동시장 적응력을 높이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출산이 반드시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젊은 노동력의 감소가 자동화와 같은 노동절약 기술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2~3일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 도전에서 기회로'를 주제로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컨퍼런스에서는 우선 한국의 과도한 교육 경쟁이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성은 세종대 교수, 미셸 테르틸 만하임대 교수, 염민철 버지니아커먼웰스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가정의 자녀와 교육 성취를 비교하는 '지위 경쟁'이 강할수록 사교육 지출이 늘고 출산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지위 경쟁 효과가 없었다면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실제 1.92명보다 28% 많은 2.45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사교육 경쟁을 완화하면 큰 재정 부담 없이 출산율과 사회 후생을 동시에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출산에 따른 여성의 경제적 부담도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황지수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출산 5년 뒤 여성의 소득은 출산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한 수준보다 43% 낮았다. 반면 아버지의 소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출산 12개월 뒤 소득 감소폭은 1976~1980년생 여성의 40%에서 1981~1985년생은 46%로 오히려 확대됐다.
연구는 육아휴직을 넘어 유연근무와 재택근무 등 일과 돌봄을 일상적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존 통념과 다른 분석도 나왔다.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와 데이비드 오터 MIT 교수, 앤드루 스콧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70년간 출산율이 낮은 국가와 지역일수록 생산연령인구 1인당 GDP와 임금 상승률이 오히려 높았다.
젊은 노동력이 희소해지면서 노동절약적 기술의 개발과 도입이 촉진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일수록 노동절약적 특허와 첨단산업 비중,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앞으로 예상되는 인구 감소 속도가 과거 경험의 범위를 넘어서는 만큼 과거 결과를 그대로 미래에 적용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시대에는 단순히 노동력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고령화가 성장에 미치는 가장 크고 지속적인 제약이 노동력 부족보다는 TFP 둔화에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노동력 감소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지만 생산성 둔화까지 해결하지는 못하는 만큼 자동화와 인적자본, 조직역량 등의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역시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자동적으로 해결해주는 수단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2021~2031년 인력 부족은 사회복지 서비스에서 36만6천명, 음식점·주점업에서 18만4천명, 전문직별 건설업에서 12만7천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AI 노출도는 청년과 고임금·고학력 직종에서 높은 반면 고령·저숙련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아 실제 인력이 부족해지는 분야와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분야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쇠퇴, 저출산이 서로를 강화하고 있다는 OECD의 분석도 발표된다.
OECD는 한국의 총인구가 2050년까지 약 500만명 감소하고 생산연령인구는 3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간 노동생산성 격차는 최대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임금이 청년을 수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높은 주거비와 혼잡이 가족 형성을 어렵게 만들어 다시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구조라는 진단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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