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지난달 일본과 함께 이례적인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 엔화 시장의 급격한 불안이 미국 금리를 끌어올릴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보낸 지난 27일자 서한에서 "일본은 미 국채의 주요 보유국"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 시장의 무질서한 움직임은 투자 포지션의 강제적인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등 투자 포지션의 청산이 확산하고, 이 과정에서 미 국채 매도 압력이 커지면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일본의 엔화 가치 방어를 지원하는 동시에 미 국채시장의 불안과 미국 내 금리 상승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7월 말 엔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미국이 엔화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워런 의원은 미국의 엔화 매수 이후 재무부가 환율안정기금(ESF)을 활용한 법적 근거와 납세자가 부담할 수 있는 위험, 구체적인 투입 금액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ESF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미 재무부가 운용하는 기금으로 외화 매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은 당시 엔화 매수에 별도의 재정 지출이나 일본에 대한 대출이 동원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무부는 ESF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외화자산을 엔화로 교환했다"며 "일본에 어떠한 신용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미 재무부에 아무것도 빚지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존재하지 않는 부채를 일본이 상환하지 못할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엔화 매수에 투입한 구체적인 자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외환시장 개입이 관련 법률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재무장관이 질서 있는 환율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거래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입에도 엔화 약세 압력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개입 이전 달러당 164엔에 육박했던 달러-엔 환율은 개입 직후 155엔대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반등했다.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160.20엔까지 오르면서 공동 개입 이후 처음으로 다시 160엔선을 넘어섰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일본 당국이 엔화 매수·달러 매도를 통해 시장에 개입한 규모는 총 15조3천993억엔에 달했다. 이는 지난 4~5월 개입 당시의 11조7천억엔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들어 일본 당국의 전체 환율 개입 규모는 27조1천342억엔으로 불어났다.
미일 당국의 대규모 개입에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개입 효과가 추세를 바꾸기보다는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강조하면서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부각된 점은 미일 금리차를 통해 엔화에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계기로 베선트 장관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엔화 불안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