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트럼프, 加에 50% 관세...“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더 나빠져”- WSJ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50% 관세를 발효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WSJ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갈등을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평가한 데 이어 이번 추가 관세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23일(현지시간) WSJ 편집위원회는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을 다시 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가 지난해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불렀던 것이 이번 주말 더 어리석어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의 무역협상이 결렬되자 22일부터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관세는 1930년 제정된 관세법 338조를 근거로 한다. 해당 조항은 외국이 미국의 상거래를 직·간접적으로 차별할 경우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 권한을 실제 사용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관세 대상에는 일부 유제품과 주류, 기계, 섬유, 시멘트, 가구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의 자동차 국가안보 관세에 보복한 점 등을 추가 관세의 근거로 제시했다. 캐나다 일부 주가 미국산 주류 판매를 제한한 점과 미국산 유제품의 시장 접근,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대우 등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WSJ는 이 같은 현안 대부분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1기 집권 당시 체결한 USMCA를 정상적으로 개정하기보다 관세를 동원해 일방적으로 다시 쓰려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도 즉각 맞대응을 예고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관세와 같은 규모의 보복 조치를 오는 9월 8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철강과 낙농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 등 미국산 제품이 대상이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공격받았기 때문"이라며 "공격을 받았다는 것은 전쟁 중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막판 캐나다의 다른 국가와의 무역협정 체결 능력까지 제한하려 했다며 "캐나다의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조치들을 협정에 포함하려 했다. 용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협상 결렬 책임을 캐나다에 돌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이 캐나다에 주요 수출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안했지만 캐나다가 새로운 요구를 제시하고 기존 약속을 철회하면서 협상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양국은 관세 발효 직전까지 상당한 수준의 관세 인하에 접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캐나다산 자동차에 적용하는 관세를 25%에서 15%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자동차 관세 15%는 한국과 일본에 적용되는 수준과 같다.
다만 협상 막판 캐나다산 중·대형 트럭에 대한 관세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WSJ는 미국의 대캐나다 무역적자를 문제 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대캐나다 무역적자는 미국 정유시설에 적합한 캐나다산 중질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데 따른 것으로, 원유를 제외하면 미국이 오히려 캐나다와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줄이면 미국 정유업체의 가동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미 자동차 산업은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관세가 캐나다 기업에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WSJ는 강조했다.
캐나다산 부품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미국 자동차업체의 생산비도 함께 높아진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올해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이 25억~3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미국 철강과 알루미늄 압연제품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각각 22.5%, 40.5% 상승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가 소비재와 건설자재, 제조업 부품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약 10주 앞둔 상황에서 관세발 물가 상승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높일 경우 공화당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굴복할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면서도 관세 압박이 오히려 캐나다 내 반미 여론을 키워 카니 총리가 정치적으로 물러서기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추가 협상을 통해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양국이 보복 조치를 주고받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출범한 USMCA 체제 자체가 흔들리면서 북미 공급망과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