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지난 4년 청년 일자리 28.5만개 감소…94%가 AI 고노출 업종"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인공지능(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층 고용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최근 청년고용 부진을 AI만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팬데믹 이후 과잉채용 정상화와 경력직 중심 채용, 기업 내부교육 약화, 재택근무 확산 등 기존 노동시장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의 오삼일 팀장과 오영식 조사역은 1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인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천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어든 일자리가 26만8천개로 전체 감소분의 94.0%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17만3천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어났다. 증가분 가운데 AI 고노출 업종의 기여율은 75.2%였다.
한은은 이를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 주니어 고용은 감소하는 반면 시니어 고용은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30대에서도 AI 고노출 업종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청년층보다는 정도가 약했고, 40대에서는 AI 노출도에 따른 뚜렷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청년고용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2022년 6월과 비교해 정보서비스업의 청년 취업자 수는 31.4% 감소했다.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각각 줄었다.
이들 업종에서는 2022년 하반기를 전후해 청년고용이 증가에서 감소로 돌아선 뒤 부진이 지속된 반면 30~59세 핵심연령층은 대체로 기존의 고용 증가세를 유지했다.
신규채용에서도 청년층의 입지는 약화됐다. 전체 신규채용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2019년 평균 36.9%에서 2024~2026년 29.3%로 7.6%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한은은 AI 도입 자체보다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고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AI가 기존 업무를 대신하는 자동화(automation) 방식으로 활용되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컸다. 반면 AI가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증강(augmentation) 방식으로 활용되는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이 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AI 확산에 따른 고용여건 악화는 고학력 청년층에서도 나타났다. 과거 대졸과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은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2022년 11월 이후 대졸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은 7.0%로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의 5.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확장실업률에서도 대졸 청년층이 9.6%로 전문대졸 이하의 8.5%를 웃돌았다.
청년고용 감소는 기업의 신규채용 축소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미 취업한 청년 근로자가 일자리에서 이탈하는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AI 고노출 업종의 청년 상용직 신규 유입 규모는 팬데믹 이전 4년 평균 3만2천600명에서 최근 4년 2만9천100명으로 감소했다. 반대로 상용직에서 미취업 상태로 빠져나간 청년은 같은 기간 3천700명에서 4천900명으로 늘었다.
한은은 고노출 업종에서 유출 증가가 두드러진 것은 청년들이 취업한 뒤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경험과 숙련을 쌓는 과정 자체가 약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은 최근 청년고용 부진을 곧바로 AI의 직접적인 결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과잉채용이 정상화되는 과정과 기업 내부교육 축소, 장기고용 관계 약화, 공채 축소 및 수시·경력직 채용 확대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청년층의 현장학습 기회가 줄어든 점도 신규채용을 위축시킨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와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재택근무가 주니어 직원의 비공식 학습 기회를 줄이고 업무를 표준화·모듈화했다면, AI가 이처럼 정형화된 업무를 더욱 쉽게 자동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AI가 모든 원인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경력 사다리 약화를 AI가 더 가속화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청년고용이 계속 위축될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전망했다. 청년층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도 높은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AI 생산성 향상과 이에 따른 노동수요 확대의 주요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책 대응 역시 기존 초급 일자리를 그대로 보전하는 것보다는 AI 시대에 맞게 청년층의 '경력 사다리'를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실제 업무와 AI 활용, 숙련자의 지도를 결합한 직업훈련(apprenticeship)을 확대하고 단순 채용보조금보다는 기업의 멘토링·훈련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술투자와 인적자본 투자 사이의 정책지원 균형을 점검해 생산성 개선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근로자만 대체하는 이른바 '그저 그런 자동화(so-so automation)'가 과도하게 도입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청년층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도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주요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정책은 기존 초급 일자리를 보전하기보다 청년이 AI와 함께 경험과 암묵지를 축적할 수 있도록 경력 사다리를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