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백악관 '환적사기' 보고서, 한국 포함 40여개국 지목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의 관세 회피를 위한 불법 환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40여개국을 잠재적인 환적 위험 국가로 지목했다.
특히 한국을 중국 관련 교역 물량이 많고 대미 수출 기반이 발달한 '티어 1(Tier 1)' 국가로 분류하고 경기지역 반도체 벨트를 잠재적인 환적 노출 사례로 거론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거대한 환적 사기(The Great Transshipment Scam)' 보고서에서 "미국은 관세와 기타 무역구제 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제3국 경유 불법 환적으로 점점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국가에는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포함돼 있다"며 "중국의 가장 큰 조력국들은 미국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부터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한국까지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정부와 수출업체들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해왔다는 게 백악관의 판단이다.
중국산 제품을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낮은 국가로 보낸 뒤 단순 가공이나 조립, 재포장, 라벨 변경, 송장 재발행 등을 거쳐 원산지를 사실상 세탁한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법 환적이 중국뿐 아니라 다른 고관세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며 미국에 매년 수백억달러 규모의 관세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2018년 이후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한 반면 한국 등 제3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을 환적 위험 증가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연관된 환적 위험 국가 40여개국을 특성에 따라 3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캐나다와 EU, 인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대만 등과 함께 '티어 1'으로 분류됐다.
티어 1은 중국 관련 상품을 대규모로 취급하면서도 산업 기반이 다변화돼 있고 주요 대미 수출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를 의미한다. 백악관은 이들 국가의 경우 "불법 환적 위험이 광범위한 정상 교역 흐름 안에 내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한 티어 1 국가들의 정상적인 대미 수출 자체를 불법 환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며 국가별로 어떤 구체적인 근거를 토대로 해당 등급을 부여했는지도 제시하지 않았다.
티어 2에는 중국의 생산·공급망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통합된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튀르키예 등이 포함됐다.
티어 3에는 환적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중국 연계 제품의 우회 수출 경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이 포함됐다.
백악관은 특히 국가와 제품별 잠재적 불법 환적 노출 사례를 제시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직접 언급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기 반도체 벨트는 HS 854239에 해당하는 집적회로의 통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피닉스, 오스틴, 포틀랜드, 산호세의 반도체 생산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남부지역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주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생산시설이 집중돼 있다. 백악관이 특정 한국 기업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미국이 반도체를 대상으로 원산지 검증을 강화할 경우 국내 기업의 대미 수출 과정에서 원산지 증명과 공급망 추적 등에 대한 요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중국산 제품이 멕시코나 캐나다를 경유해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적용 상품으로 위장될 경우 관세율을 0% 또는 이에 가까운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EU, 베트남 등을 통한 경우에도 일정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할 때 적용되는 관세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정부와 민간기관의 추정치를 토대로 중국과 연계된 잠재적 불법 환적 규모가 연간 약 400억~3천3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따른 미국의 관세 수입 손실도 수백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환적을 차단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국경 감시 시스템도 강화할 방침이다.
선적 경로와 원산지 정보, 무역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의심스러운 거래를 찾아내는 이른바 '탐지형 국경 감시' 프로그램을 구축해 환적 단속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조치만으로 대규모 불법 환적으로 발생하는 재정적·경제적 손실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지속적인 평가와 단속 강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효과가 훼손되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