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8-12 (수)

(장태민 칼럼) 김현미 소환한 김윤덕

  • 입력 2026-08-12 14:2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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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 발언은 많은 뒷말을 낳았다.

김윤덕 장관은 '김현미의 명언'을 인용하면서 "주택공급이 빵처럼 하는 거라면 밤새 찍어내겠지만 결과물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취임 당시 부동산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어 '남자 김현미'로 불리기도 했던 장관이 '부동산 정책 역대 최대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의 발언까지 인용한 것이다.

■ 김현미, 김윤덕 평행이론

김현미 전 장관은 2020년 11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해 아파트 공급 부족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주택과 빵의 차이점'만 설명하면서 마리 빵투아네트라는 비난을 받았다.

2020년~2021년은 한국 부동산 역사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폭등한 해로 기록돼 있다.

김현미 전 국토장관은 취임 당시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임장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무지렁이 장관'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일을 시작해 서울 집값 폭등에 혁혁한 공적을 남겼다.

김윤덕 장관이 그런 김현미 전 장관을 인용하자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는 무주택자들도 있었다.

시장에선 2020년의 김현미가 2026년의 김윤덕으로 환생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윤덕 장관이 '실패한 선배 장관'의 논리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변명을 하자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 김윤덕이 소환한 김현미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다. 부동산 시장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조세 정의를 앞세워 '착한 척'만 하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김현미 전 장관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부세 강화 등 세제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믿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부동산 폭락 유튜버인 라이트하우스의 방송까지 청취하면서 정책이 집값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현 정부의 이재명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라이트하우스처럼 집값 폭락을 외쳐대던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를 즐겨본다고 밝힌 바 있다.

반장이 반에서 꼴찌하는 사람 말만 믿고 학급을 운영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튼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누군가 적어준 듯한 '조세와 규제를 통한 부동산 정의구현'에 입각해 부동산 정상화를 외쳤다.

김 장관은 "과도한 이익에 대해 어느 정도 분명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조세 정의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했다.

시장에선 김 장관이 과연 과도한 이익, 조세 정의의 뜻을 알기나 할까 하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 김현미, 김윤덕 모두 공급 개념에 대해 무지

문재인 정부 김현미 장관은 임기 초중반만 해도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부터 집값이 급등해 많은 사람들이 '공급, 공급'을 외쳤지만 자신이 옳다는 소신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결국 문재인 정권 임기 말에서야 '공급 부족'을 인정하면서 마리 빵투아네트로 변신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019년에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최초 입주 목표 시기를 2025년으로 제시했다.

2020년 중소규모 택지 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본 물량은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 모집(분양)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분양 후 통상적인 공사 기간(3~4년)을 고려해 2025년부터 첫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실상은 어떤가.

토지 보상 문제, 지장물 조사 등 다양한 행정적·물리적 요인으로 늦춰지기 일쑤였다.

3기 신도시 관련해 올해 말 인천 계양 지구를 중심으로 첫 입주가 시작된다고 하지만, 이 지역은 가구수가 1천세대 남짓에 불과해 신도시라고 하기도 어렵다.

3기 신도시 본진인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고양 창릉·부천 대장 등은 사업 진행이 지연되면서 빨라야 27년, 28년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명 정부의 김윤덕 국토부에서 내놓은 공급대책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김윤덕 국토부는 2025년 '9·7 대책'과 2026년 '1·29 공급방안'까지 2차례의 주요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엔 3차 공급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1차, 2차도 대책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일만 벌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작년 9.7대책에선 2030년까지 수도권 내에 총 135만호 규모의 신규 주택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올해 초인 1월 29일엔 군부지, 국공유지, 수도권 일부 그린벨트 등을 발굴해 약 3.4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택지 개발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올해 초엔 도심 내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땅을 활용해 공급을 빨리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국토장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토지 보상 문제, 인허가 지연,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부동산 시장을 좀 아는 사람들은 민간의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공급하라고 했지만, '민간 대신 공공'을 좋아하는 정부는 정비사업 규제완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 고위관료 중 단 1명도 공공임대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는 듯한데, 왜 그렇게 입만 열면 공공임대를 외치는 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1차, 2차 공급 대책은 허탕으로 돌아갔으며 이번이 삼세번이다.

전날 김윤덕 장관은 국회에서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공급하겠다"고 했다.

시중엔 정부가 그린벨트 추가 해제, 도심 유휴부지(용산, 여의도 등) 등을 총동원해 5만 가구 규모의 추가 대책을 내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를 시청한 사람들은 정부 정책을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 것이다.

국토부 수장의 머릿속에 부동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 단막극1...김윤덕, 지난 1년 부동산 정책 옳았다

김윤덕 장관은 전날(11일) 국회에서 충격적인 답변을 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정부 1년 부동산 정책이 옳았다고 보느냐'고 질문하자 "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국민들은 (서울 집값 급등, 전월세 가격 급등과 소멸로) 부동산 불지옥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잘하고 있다는 것이냐"고 따지자 김 장관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이 "이재명 정부는 정책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했다. 이것도 동의하느냐.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예"라고 답했다.

김정재 의원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하자 미소를 지어보였다.

장관은 그러더니 대뜸 "질문의 요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국토장관의 염화미소를 통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 단막극2...김은혜, 집 걱정 안하던 사람도 집 걱정하는 나라 만드는 데 성공

김은혜 의원이 전날 "대통령이 신혼부부들 주택정책 관련 결혼 페널티를 없애라고 했는데, 대출 문턱이 낮아질 것 같아 반갑다. 소득 여건을 완화해주는 것인가, 대출 한도를 완화해 주는 것인가, 둘 다인가"라고 묻자 "둘 다 결합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최근 발표된 조세개편안에서 부부공동명의 1주택이 다주택자 취급을 받는다고 하자 "특례를 적용받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1주택자 적용을 받아도 18억 공제가 14억원으로 줄어든다고 하자 "이 문제는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의원이 이 문제를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갈 것인지 묻자, 장관은 "1차관이 답변하도록 하자"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정부가 디딤돌 대출, 버팀목 대출 등과 관련해 청년, 신혼부부를 도울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 "내년에 주택구입, 전세자금 융자 예산을 어느 정도로 신청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장관은 "디테일한 내용이라 숫자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김 의원이 올해보다 정책대출 규모를 좀 늘리느냐고 하자 장관은 뒤로 몸을 돌려 참모진을 쳐다봤다. 이 문제를 자신 대신 주택실장이 답하게 하자고 했다.

김 의원은 응하지 않은 채 "주택 구입 전세자금, 청년들이 주로 쓰는 융자 예산의 97%가 불용"이라며 "대통령이 정책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게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왜 예산의 97%를 불용으로 남겼느냐"고 물었다.

10조원의 예산이 배정됐는데, 왜 사용을 안 했느냐고 한 것이다.

장관은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자료를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국토부 자료'를 통해 청년 주택 구입·전세자금 예산의 대출사업 집행률은 99.9%, 99.6%, 82%를 쓰다가 올해 들어서 겨우 3%(3.1%)를 썼다고 했다.

국토부에 물어보니 이차보전에 썼다고 하는데, 이렇게 안 쓸 거면 아예 처음부터 예산신청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차보전도 8만명이나 또 줄었다고 했다.

이차보전(利差補塡)은 이자 차액을 메워주는 제도다.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저금리로 대출(디딤돌 대출, 버팀목 전세대출 등)을 해줄 때 정부 예산만으로는 공급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 이때 시중은행 자금으로 서민들에게 대출을 먼저 해주게 한 뒤, 금리가 높은 시중금리와 낮은 정책금리의 차이 만큼 정부가 예산으로 시중은행에 대신 메워주는 방식이다.

국토부가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많은 인원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이차보전 지원 예산'을 신청해 받아갔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득 제한 등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하고 사업을 소극적으로 집행했다. 결국 당초 정부가 예산을 짤 때 계획했던 수혜 대상자 수보다 실제 혜택을 받은 국민이 8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김 의원이 "어떻게 청년은 대출을 막아 홈리스를 만들고 서울 어르신들은 세금으로 때려서 지방으로 내려보내려고 하느냐. 부부들에겐 분가하라고 하고 있다"면서 이건 수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했다.

김 의원은 이 정부 관계자들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본인들이 하고 있다. 대통령은 갭투자하지 말라고 하더니, 정작 본인 자택 매수자에겐 갭투자를 허용했다. 금융위원장은 부동산과 금융을 분리하는 게 소신이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대출받아 집을 사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정부 주요 부동산 정책 책임자는 팩스에 손도 대지 말라고 하더니 임명 당시 한성숙(총리) 4주택, 이찬진(금감원장) 2주택, 이성훈(LH사장) 3주택이었다. 이러니 정책신뢰를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장관이 '국민 모두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집 걱정 안 하던 국민들도 집 걱정 하는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 계곡 정비보다 쉽다? 서울 집값 폭등, 전세 소멸로 인한 하층민 고통은 안 보이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월 31일과 2월 24일 SNS 글과 국무회의 등에서 "권력이 사심과 사욕을 버리면 정상화가 더 쉽다. 부동산 정상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계곡 불법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 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무용담인 '계곡 불법시설 정비' 성공 사례를 꺼내더니, 다주택자나 투기 세력에게 '정부에 맞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은 계곡 정비보다 쉽다고 했다. 대통령의 호기로운 장담에 부동산 시장 생리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기도 했다.

대통령은 당시 정부엔 규제, 세제, 금융 등 막강한 통제 수단이 있으므로 의지만 있으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듯했다.

하지만 말이 앞섰던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무능한 국토장관 등 정책 실무자들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누군가는 통계 데이터를 활용해 이재명 정부 1년간 서울 아파트 값이 11% 뛰었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통계가 과소평가돼 그보다 더 올랐다고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전세를 악마화하면서 임차 매물을 없애고 전월세 가격을 띄워놓은 상태다. 그리고 지금 상당수 서울 하층민들이 생존 위기에 몰려 있다.

그런데 대통령도, 대통령의 수족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부총리의 국무회의 대화 중 한 장면은 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논란이 된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이 의견을 주면 입법예고 기간에 또 고칠 수 있다"고 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을 만지는 사람은 바꾸면 반드시 욕을 먹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그러더니 구 부총리에게 "무조건 기어서 다니라"라며 웃었다.

이 대화를 놓고 정부를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정책적 유연성'이라고 칭송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서울 집값 폭등과 전세 소멸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사람들 사이엔 "정책을 장난으로 아는가. 내가 정책 실패로 인해 겪는 고통이 즐거운가"라며 분개하는 모습도 보였다.

필자의 한 지인은 전날 국무회의, 국회 국토위를 지켜본 뒤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모두 백면서생을 국토장관에 앉혀 '욕받이'로 써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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