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미국 노동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쇼크 효과 떨어뜨린 중동정세...금리인상 우려 축소의 한계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고용지표가 쇼크 수준의 수치를 보여주면서 연준의 9월 금리인상 우려가 누그러졌다.
하지만 중동정세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등 유가를 둘러싼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금리 인상 경계감이 크게 풀어지지는 않았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의 9월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은 고용지표 발표 전날 50% 중후반대에서 40% 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 미국 고용지표, 예상 큰폭 하회한 쇼크
미국의 7월 비농업 고용이 예상과 달리 감소하면서 노동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7일(현지시간)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월보다 2만3천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결과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7월 고용이 8만3천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발표치와 시장 전망의 격차는 10만6천명에 달했다.
직전 두 달의 고용 증가폭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5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은 기존 12만9천명에서 6만3천명으로 6만6천명 낮아졌다. 6월 증가폭도 5만7천명에서 2만명으로 3만7천명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5~6월 고용 증가폭은 기존 발표보다 총 10만3천명 줄었다.
업종별로는 지방정부 교육 부문의 고용 감소가 전체 고용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방정부 교육 부문 일자리는 7월 5만명 감소했다.
여름방학에 따른 계절적 요인이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노동통계국은 지방정부 교육 부문의 고용 순증감이 지난 12개월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소매업 고용도 1만9천명 감소했다. 금융활동 부문에서는 1만4천명이 줄어 지난해 5월 이후 이어진 고용 감소세가 지속됐다.
반면 의료 부문의 고용은 2만2천명 증가했다. 다만 증가폭은 직전 12개월 월평균인 3만6천명에 못 미쳤다.
7월 실업률은 4.1%로 전월 4.2%에서 0.1%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인 4.2%도 밑돌았다.
하지만 실업률 하락에는 경제활동참가율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월 61.5%에서 7월 61.4%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일부 근로자가 구직 활동을 중단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만큼 실업률 하락을 노동시장 개선 신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임금 상승세도 예상보다 약했다. 7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보다 0.1%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0.3%를 밑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2% 올라 예상치인 3.5%에 못 미쳤다.
고용과 임금 상승세가 동시에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노동시장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노동시장은 최근 신규 고용과 해고가 모두 낮은 이른바 '고용도 없고 해고도 없는(no hire, no fire)' 흐름을 보여왔다. 이번 지표는 신규 고용 측면의 약화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고용지표 발표일 미국채 금리는 단중기 구간 위주로 내려갔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현지시간 7일 3.00bp 하락한 4.647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2.60bp 떨어진 5.201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5.20bp 하락한 4.1975%, 국채5년물은 4.50bp 떨어진 4.3510%를 나타냈다.
■ 美 고용부진, 금리인상 우려 축소됐으나...물러서지 않는 이란과 의외로 부드러운 트럼프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해 연준의 9월 금리인상 우려가 낮아졌지만, 중동정세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쉽게 사그라들기 힘들다는 점을 알려줬다.
특히 지난주 4일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현재 이란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이번 분쟁을 보다 정상적인 국면으로 이끌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이란은 이런 관측을 비웃었다.
이란은 오만과의 호르무즈 재개방 합의를 미루고 미국에 철수, 배상 등 개방조건을 제시했다.
미-이란 협상 흐름에서 이란은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지난 7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미국 선박의 통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8일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오만과의 통항로 협상은 타결 직전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선 미국이 이슬라마바드 MOU를 위반한 것에 대한 배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9일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졸가드르 사무총장이 배상금 지급 외에도 미군 철수, 제재 해제, 동결 자금 방출 등을 묶은 6대 요구 조항을 발표했다.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이를 충족하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하게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9일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로키(Low-key·저강도)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이란과 부분적으로만 협상하고 있고 있다. 이란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고 군대에 지급할 돈도 없어 그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다 잘 해결될 것이다. 이것은 마치 체스 게임과 같다"고 했다.
■ 이란 강경책에 트럼프도 명확한 해법 없어
이란의 '배상 주장'에 대해 트럼프가 부드럽게 대응하자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우선 일각에선 트럼프의 발언에 무게를 두면서 이란의 경제상황이 매우 안 좋아 미국은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관점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엔 이란이 경제난으로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여유를 부리는 듯한 발언은 '블러핑'일 뿐이며, 미군의 무기 재고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란 평가들이 많았다.
트럼프가 싫어하는 미국 '레거시 매체들'은 무기 재고 관리 실패에 따라 미군도 계속해서 이란을 때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의 요격 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재고가 위험 수위에 도달해 군 수뇌부가 '출구 전략'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CNN 등은 "미군의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 지속적인 타격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5~6개월간의 전쟁 동안 미군은 사드(THAAD) 미사일 재고의 80%를 소모했다고 주장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재고의 절반이 넘는 1,500발 이상을 쏟아부어 무기가 극도로 부족하다고 했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11월 중간선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깔끔한 핵 협상 결과가 없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만 이뤄지면 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출구를 찾으려 할 것이란 전망들도 이어졌다.
■ 고용지표 쇼크 불구 미-이란 협상 등 상황 봐야
미국 고용 쇼크가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를 깔끔히 해소하지 못하는 데는 중동 불안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지표 발표 직후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55%에서 40%로 급락했다. 7월 FOMC에서 부각된 매파적 논리가 이번 지표로 힘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하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여부가 불투명한 구간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재점화됨에 따라 유가 급등이 재차 공급 충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잔존한다"고 밝혔다.
WTI 선물은 지난 5일 75달러선까지 하락했지만, 7일엔 78달러대로 오른 뒤 이번주 들어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 고용 쇼크라는 호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고용쇼크에 따라 미국채 금리가 하락했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에 더 강화된 요구를 하고 트럼프는 평소와 다르게 반응했다"면서 "결국 중동 우려가 의미 있게 낮아지고 물가지표가 안정 시그널을 줘야 채권시장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