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美, 이란전 장기화에 무기재고 우려…亞·유럽 전력 공백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대규모 미사일과 방공 전력을 소모하면서 핵심 무기 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으로 전력이 집중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지역의 미군 전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전·현직 미국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정밀무기와 방공 미사일 비축량이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군 핵심 방공 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의 소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NYT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과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1천500기 이상 사용했다. 현재 남아 있는 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는 1천700기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방산업체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생산 속도를 고려하면 이란전에서 소모된 패트리엇 미사일 물량을 보충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패트리엇뿐만 아니라 정밀유도 미사일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다른 첨단 무기의 재고도 상당 부분 소모된 것으로 전해졌다.
톰 카라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를 "재래식 억제력 수단의 세대적 파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이 무기 재고를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판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지역으로 미군 전력이 집중되면서 아시아지역의 방위태세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NYT는 수백기의 최첨단 방공 요격 미사일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중동으로 재배치됐다고 전했다. 이란 관련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모함 전단과 미 해군의 최정예 구축함 일부도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가 전술 감시자산을 중동으로 돌리고 기존 방공자산 일부를 철수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의 대응 능력이 이전보다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전술 감시자산과 방공자산의 중동 재배치로 북한과의 유사시 주한미군이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주한미군은 PAC-2와 PAC-3 등을 혼합한 패트리엇 포대들을 운용하고 있으며 오산과 평택 등 주요 미군기지 방어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한 방어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도 미국 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재래식 억제력에 대한 신뢰가 약화할 경우 한국과 일본 내 자체 핵무장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과 우크라이나도 미국의 무기재고 감소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무기 생산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동맹국이 무기 구매처를 다른 국가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의 방공 전력에도 부담이 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서방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방공 미사일 규모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당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무기 비축량과 생산능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무기 재고가 제한돼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무기 비축량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력이 중동에 집중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도·태평양과 유럽에서 미국의 억제력이 약화됐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판단할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의 무기 재고가 작전 수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부족하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미 국방부는 "대통령이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타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며 무기 부족설을 일축했다.
백악관 역시 미국은 대통령이 명령하는 작전을 언제 어디서든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무기재고 관련 기밀정보 유출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처벌 가능성을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 재고가 심각하게 줄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관련 기밀정보 유출자 색출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보고된 미사일 비축량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한 새로운 조사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은 중동에서 필요한 전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아시아와 유럽에서 기존 억제력을 유지하고 소진된 미사일 재고를 보충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