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장중 9% 가까이 폭락하고 있다.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삼성전자, 실적 실망감에 주가 폭락...그리고 한국 반도체 끝물의 논리들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2분기 잠정실적 발표일을 맞아 급락했다.
삼성전자 실적은 예상 수준에 그치면서 실망 매물을 불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매출액은 기대를 뛰어넘지 못했고 80조원대 영업이익은 예상수준"이라며 "일각에서 내심 그 이상을 기대했지만 이날 실적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 하락 빌미를 찾고 있던 터에 실적은 매도의 사유가 됐다"고 했다.
■ 역대 최대 실적에도...주가 급락은 단순 차익실현 보다는 실적 실망감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4조원의 2026년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27.74%, 영업이익은 56.21%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9.31%, 영업이익은 1,810.26% 증가했다.
이 실적은 1분기 매출 133.9조원, 영업이익 57.2조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였지만, '이미 기대치가 커져버린' 시장에는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주식시장은 호재를 선반영한다. 따라서 통상 양호한 실적이 발표되더라도 차익실현성 대규모 매도가 나오곤 한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폭락엔 이 성격보다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히 작용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시장 일부에선 내심 영업이익 100조까지 기대하는 시각이 있었다"면서 "최근 주식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서프라이즈에도 실패하자 매물이 대거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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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실적에도...최승호 등 삼전 직원들이 주주 몫 훔쳐간 효과도
삼성전자 노사는 6개월간의 긴 진통 끝에 지난 5월 27일 '2026년 임금협약'을 타결했다.
임금 인상은 기본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를 더한 6.2%였다.
특히 삼성은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새로 만들었다.
상당수 삼성전자 투자자들은 DS(반도체) 부문 특별성과급은 주주 몫을 빼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금협상을 통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직원 1인당 최대 약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길이 열렸다.
임금 협상 결과는 당연히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5월 타결된 노사 임금협상에 따라 반도체 임직원들의 보너스를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성과급 충당금을 이번 2분기에 약 15조~20조 원 규모로 설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락과 맞물려 주주들 사이에선 불만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주주(회사)가 왜 노동자에게 40조를 줘야 하는가. 주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얼마가 적정한가(왜 40조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삼전이 내년에 500조원을 번다면 그 땐 60조를 노동자에게 주는 건데, 주주(회사) 입장에서 장치산업에서 그것이 맞는가라는 논쟁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했다.
액트는 "이번에 반영되는 충당금이 20조라는 전제 하에, 충당금 설정이 없었다면 주가가 이론적으로는 5분의1 만큼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주주 몫을 빼앗아 가는 바람에 직원들은 수십조원의 이득을 보고 주주는 수백조원의 손해를 봤다는 식의 평가들도 보였다.
액트는 "삼전 직원들의 성과급이 반기 20조원, 1년 40조이고 현재 삼성전자 시총이 1800조원 수준이니 5분의1이면 360조원 정도된다"고 했다.
또 최근 주가 급락 분위기와 맞물려 주주들의 삼성전자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주주 행동주의 활동가인 박종진 투자자보호연합회장은 "주주라는 울타리가 있는데 삼성전자 이사회와 임원진은 자신들이 총알받이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단 삼성은 이사충실의무를 위반한 상태"라며 대응을 예고했다.
■ 역대 최대실적에도...계속되는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최근 영업이익률이 80%에 육박하자 '이익 모멘텀'의 끝물 아닌가 하는 우려들도 이어졌다.
이익은 계속 나지만, 이익의 증가율이 정점을 찍어 주식투자자들은 '피크아웃'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들도 적지 않다.
메모리 업체들이 얻는 엄청난 마진에 대해 규제가 나올 수 있다거나, 중국 메모리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걱정도 있다.
최근 애플은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부터 메모리칩을 구매하기 위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상무부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AI 투자 확대로 D램 가격이 급등하자 애플의 아이폰 등 완제품 마진 압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애플 입장에선 CXMT라는 중국 카드를 활용해 기존 공급처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을 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최대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는 최근 CXMT와 200억위안(약 4.5조원) 규모의 서버용 D램 장기 공급 계약을 공식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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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실적에도...'정부가 주도하는' 한국 반도체 투자에 대한 불신도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최근 한국 반도체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발표를 AI 반도체 시장의 '정점 신호(Peak Signal)'라고 주장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이클 버리는 한국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투자를 '종말의 시작(Beginning of the End)'으로 봤다.
버리는 한국 반도체 뿐만 아니라 반도체 시장 전체에 강력한 경고를 날리며 엔비디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iShares 반도체 ETF(SOXX) 등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
시장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대형 공장 증설 계획을 'AI 수요가 강력하다는 증거'라며 호재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버리는 "역사적으로 모든 제조업 사이클의 붕괴는 기업들이 최고점 장세를 믿고 역대급 설비투자(CapEx)를 무리하게 단행할 때 시작됐다"면서 주식투자자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일부에선 한국 정부의 무리한 호남 반도체 추진이 결국 한국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식 투자규모가 20억원이라는 한 개인투자자는 "사실 호남반도체는 말이 안 된다. 비싼 풍력,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써야하는 반도체 업체에겐 미래가 없다"면서 "호남 에너지 사줄 곳이 없으니 결국 삼전닉스에 떠안긴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다행히 최근 호남에 원전 건설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그 지역의 억척스러운 환경단체 등을 물리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삼성과 하이닉스가 기업논리 대신 정치논리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소 한국 주식투자는 끝물 근처로 왔다고 보고 미국(시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