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美-이란 협상 80분 만에 중지...트럼프 위협에 이란측 협상장 이탈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후속 협상을 위해 스위스에서 마주 앉았지만 협상 개시 약 80분 만에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을 떠나면서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직전 이란을 향해 추가 공습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이날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중재하는 4자 회담 형식으로 후속 협상에 돌입했지만 약 80분 만에 정회됐다.
이후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을 이탈하면서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IRNA는 전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과 이란이 최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처음 열린 공식 후속 협상으로, 양측은 향후 60일 동안 영구 핵합의 도출을 위한 세부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협상 시작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즉시 고액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대리세력인 헤즈볼라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지난주 했던 것처럼 이란을 다시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며 그 타격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필요하다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통행료를 징수할 것"이라며 "이란 당국자들에게 해협을 봉쇄하면 당신들은 국가를 갖지도, 당신들의 빌어먹을 나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우라늄 농축권 유지를 주장한 데 대해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태도를 바로잡지 않으면 이란의 나머지 지역도 장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란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미국은 신중하게 발언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 군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이 무슨 말을 하든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은 특히 레바논 전선 문제를 협상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이 최근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한 뒤에도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어가자 이란은 이를 '모든 전선에서의 휴전'을 규정한 종전 MOU 제1조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 협상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레바논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다른 주제에 대한 협상도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레바논 문제를 핵협상과 사실상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이란 측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도 협상에 참여한 외교관을 인용해 "이란 협상단이 스위스를 떠난 것은 아니며 양측 간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회담 시작 전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역내 불안정 조성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면 미국은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레바논 휴전 유지와 관련해 최근 며칠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지역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